“연세대 설립자였던 언더우드 일가가 연세대 교수직 등을 모두 내놓고 119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간 것은 한국 사립대학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얼마나 감동적인가.”

동국대 재단이사회의 승려 독점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는 동국대총동창회(회장 이연택)과 조계종과의 갈등이 일촉즉발 상태로 접근하고 있다.

동국대 총동문회는 지난 6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현 연세대 재단이사 윤형섭 씨를 초청강사로 해 동문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동국대 이사를 모두 조계종 추천인사로 채우려고 해 동창회 등 동국대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열린 것이어서 교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초청강사인 윤형섭 前 교육부장관은 연세대 설립자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학교에 넘긴 美 선교사 언더우드 가문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동창회의 포럼 취지에 부응했다. 윤 前 장관은 이날 건국대 이사 6년, 연세대 감사·이사 합쳐 10년을 지내며 두 대학 발전을 이끈 대학교육통의 경험을 전하는 식으로 ‘21세기 대학발전 전략모색’ 주제의 특강을 진행했다.

윤 前 장관은 문화적 조건을 대학발전 요건으로 꼽고, 문화적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대학이 정부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외쳤지만 이제는 재단으로부터의 자유를 구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윤 前 장관은 “교권행사하는 대학이 재단 앞에 얼마나 자율권 갖고 있는가가 많은 사립대학의 문제이다. 대학 자율은 모든 구성원이 재단으로부터의 교권수호를 얼마나 중요시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윤 前 장관은 자신이 이사로 있는 연세대 이사회 구조개선과 총장선출제도 변경 등을 소개해 동국대 동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6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동국대 총동창회가 주관해 열린 동국포럼 장면.

이연택 동국대 총동창회 회장 등 5백여 동문들이 참석한 이날 포럼은 동국대 재단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조계종에 대한 성토의 장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나 이 자리에 동문 자격으로 참석한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이 동문회의 역할과 기여가 미비한 데 대해 질타하고, 연세대 총동창회의 학교 지원 현황을 밝혀달라고 질의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법타 스님은 “조계종 종도로서 모교에서 종단을 성토하는 것에 비애감 느낀다”다면서 “학교 발전 위한 진통으로 생각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이해하겠지만 모교를 107년간 지켜온 것은 종단이며, 양심적으로 동문들이 학교발전 위해 무엇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총동창회는 “동국대 전체 이사 13인 가운데 스님이사가 9명으로 법인해산 결의까지 할 수 있는 2/3을 초과할 만큼 많다”며 “스님이사를 일단 7명으로 줄이고 단계적으로 4명 이하로 축소시킬 것을 포함한 ‘준법 정관’ 개정을 제안했다. 이어 ‘준법 정관’ 채택을 위해 총동창회는 동문-불자 1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이사장 정련 스님을 포함한 개방이사추천위가 추천한 승려이사 2인에 대한 자격정지 가처분 신청, 승려의 친족범위 적용여부에 관한 헌법소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장 덕문 스님은 6월 18일 열린 종립학교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어제(17일) 열렸던 동국포럼에서 이사 스님들이 부도덕하고 무능력해 학교 운영이 파탄난 양 질타했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면서 “임의단체의 의견에 호불호 할 것은 아니지만 승려 이사들이 동국대 발전을 위한 의견을 제한한 양 말하는 것은 옳지 않고, 과연 불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불자임을 의심하게 하는 행태”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동국대 이사 전원을 종단의 종립학교관리위원회에서 추천하겠다는 조계종에 맞서 개방 승려이사 2인에 대한 자격정지 가처분, 승려의 친족범위 적용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을 공표한 총동창회와 학교를 설립하고 지켜온 공로와 함께 동창회의 낮은 기여도를 지적하고 나온 종단과의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 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교계의 이목이 동국대학교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