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치악산 기슭에 위치한 작은 절 명주사 내 고판화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개관한 지 10년이 되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세월 동안, 더 중요한 것은 개관 당시 이 산골에서 뭐가 되겠냐는 모든 이들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는 점이다.

지금은 강원도 원주를 넘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고판화박물관으로 부상한 데는 초인적 의지로 꿋꿋하게 버틴 한선학 관장의 뚝심과 묵묵히 그를 뒷받침해주는 명주사 불자들의 신뢰가 절대적이었다.

개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 자극이 되어 “성공하는 작은 지역 박물관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리라”는 결심이 훌륭한 결실을 이룬 것이다.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

지난 2003년 6월 20일. 고판화박물관이 개관할 당시만 해도 등록박물관이 전국에 300관이 채 되지 않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800여관을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립박물관의 증가다. 무언가를 수집하려는 본능과, 수집된 것을 남에게 공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인해 사립박물관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립박물관들은 박물관을 개관한 후 박물관이 사막위에 지어진 신기루와 같은 것임을 알게 된다. 알고 난 후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후라 물러설 퇴로가 없음도 알게 된다. 무상이라는 세월이 사람을 좇아오고 무상을 피해 도망갔으나 결국 당도한 곳이 파도치는 벼랑 끝인 셈이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벼랑 끝에서 한 발자국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 즉 ‘백천간두진일보’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지역의 작은 박물관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내 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박물관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은 바로 이 백척간두진일보 정신이었다. 18년 전 우연히 마주친 중국 목판 한 점의 수집이 현재 4,000여점의 유물이 소장된 세계적인 고판화소장처가 되었으며, 한국 유물 중에는 7건이 강원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원주가 소장하고 있는 70여점의 지정문화재 중에 10%의 문화0재를 소장하게 되었다.

고판화박물관 10년사를 설명하고 있는 한선학 관장

그 중에는 중국의 국보로 지정될 수 있는 유물이 다수가 소장되어 있으며, 중국의 전통판화인 연화는 해외 최고의 수장 처로도 알려져 있고, 고호, 마네,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일본의 우키요에와서양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도깃발인 타르초등 티벳, 몽골의 소장품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집된 유물을 연구하고 해석하여 다양한 특별전을 12회와 서울 등 3곳에서 초청전시회가 열렸으며, 9월에는 해인사 대장경 축전에 초청되어 대규모 전시회가 45일간 열릴 예정이다. 국립 중앙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학진흥원등의 전시회에 유물을 대여했다.

원주시의 다양한 축제와 경주 민화축제 등 전국의 다양한 축제행사에 초청되어 전시회와 더불어 현장체험부스를 운영하여 가는 곳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모를 통해 기금을 확보하여 연간 4,000여명의 무료 수강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활발한 활동의 결과로 우수 문화재 활용기관으로 선정되어 문화재청상을 받기도 하였으며, 템플스테이 지정사찰, 서울시 교육청체험학습교육기관, 문화재청생생문화재사업기관, 대한민국대표관광지 1000곳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성과를 일구어 내고 있다.

한편 고판화박물관은 개관 10주년 기념 문화행사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아시아 고판화 명품 30선’ 특별전이라는 이름아래 개관 10주년 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과 애호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는 6월 23일 개관 10주년 기념 봉축 법회를 비롯하여, 특별전시회, 학술대회와 체험행사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18년 동안 모은 수집품 4,000여점 중에 30여점을 엄선해 오는 8월 30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박물관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자, 열 두번째 소장품 테마전인 이번 전시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를 비롯하여, 중국의 국보급 유물과 일본, 티벳 몽골등지에서 수집된 유물중에서 장르별로 엄선한 작품 30여점을 선별하여 전시되며, 특히 다른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던 유물이 한꺼번에 전시되어 아시아 고판화 유물의 특징을 국가별로 장르별로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다.

한국의 유물중에는 강원문화재로 지정된 불설아미타경을 비롯한 지정문화재와 조선시대 최고의 판화 원판인 오륜행실도 목판,등 궁중의궤류 목판을 비롯한 법화경변상도 목판도 선보인다. 책표지를 아름답게 박아내었던 능화판과 선비들이 편지를 쓰기 위해 만들어진 시전지 목판등도 전시된다.

중국 소장품으로는 국보급으로 평가되는 불정심다라니경을 비롯하여, 백산개다리경, 아미타래영도목판등과 고씨화보, 개자원등 화보류와 남송지전등 소설류도 등장한다. 일본 소장품으로는 호코사이의 북악 36경을 비롯한 대표적인 우키요에와 불화판화등이 소개되고, 티벳 몽골 유물로는 대표적인 타르초목판과 불화판화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한선학 관장은 “,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등에서 지난 20여년 간 수집한 4,000여점의 유물중에서 명품 30점을 선별하여, 고판화박물관이 걸어온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정리하고, 나아가서는 고판화박물관이 세게인쇄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다짐하는 자리로 ‘아시아 고판화 명품 30선’을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물관측은 전시회의 유물을 보다 깊이 있게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특별전 기간 동안 1박 2일 과정의 문화형 템플스테이로 6월 29일-20일 전문가를 위한 숲속판화학교, 7월 6일-7일 가족숲속판화학교와 7월 27일28,8월 3일4일, 8월 10일,11일에는 3차에 걸쳐 다문화가정, 새터민가정,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과 시민이 함께하는 숲속판화가 ‘아시아 고판화 명품 30선’과 더불어 전시연계교육프로그램으로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의 목표는 이제 ‘지역의 작은 박물관이 어떻게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우뚝 서느냐의 롤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한선학 관장은 또 다시 수집과 전시, 세미나와 문화운동 등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늙을 틈도 없이 바쁜 한선학 관장. 그런 그를 지탱해주는 것은 불보살님과 그를 돕는 숱한 인연들, 그리고 듬직한 웃음소리에서 묻어나오는 불도저 같은 정진력일 것이다.
문의: 033)761-7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