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어둠 속에서 촛불이 빛났다. 옹기종기 모인 마흔여 개의 촛불이 저마다의 염원으로, 그러나 하나의 발원으로 타올랐다. 4월 29일 오후 7시, 티베트 평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한중국대사관 앞에 모여 티베트 소신공양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4월 29일 주한중국대사관 앞에 40여 명의 사부대중이 모여 티베트 소신공양 추모기도회를 열었다.

티베트하우스코리아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록빠 등 티베트 관련 단체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티베트 소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지난 3월 11일부터 49일간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열린 추모기도회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회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40여 명의 사부대중은 먼저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우리말과 티베트어로 낭독하고 추모의 연대발언 시간을 가졌다.

먼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박승복 목사(사진)가 연대발언에 나섰다. 박승복 목사는 “근대 중국 혁명가들의 피눈물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들의 열망이 다른 이들의 피와 땀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또한 “꽃다운 젊은이들이 몸에 기름을 부어야만 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1980년의 광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티베트의 일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웃의 일”이라며 “우리가 스스로 부처가 되고 예수가 되어 힘든 사람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여암 스님도 “현재 우리나라는 독립국이지만 나라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소신공양으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며, 티베트 자유를 응원한다”고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티베트하우스코리아 대표 남카 스님은 “프리티베트 운동에 함께해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중국은 티베트가 분리 독립이 아닌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모 추도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티베트인 까락뺌빠 씨의 연대발언을 듣고 있다.

연대발언 이후에는 티베트인 까락뺌빠 씨가 티베트 국가와 티베트 곡 ‘일어나라’를, 김은신 씨가 ‘상록수’를 부르며 추모공연을 펼쳤고,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은 선언문을 낭독했다.

앞선 4월 24일 티베트 암도 조게지역에서 20살과 22살의 승려 두 명이 분신했으며, 숨진 두 명의 승려는 25일 화장됐다고 알려졌다. 2009년 2월 첫 분신 이후 117명의 티베트인이 티베트의 자유와 정의를 위해 분신했으며, 이중 사망자는 10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