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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최상승의 경절문徑截門
大韓佛敎曹溪宗 宗正 眞際法遠
一念正坐一須臾<일념정좌일수유>하면
勝造恒沙七寶塔<승조항사칠보탑>이라.
寶塔畢竟化爲塵<보탑필경화위진>어니와
一念正信便正覺<일념정신변정각>이로다.
한 생각 바로 앉아 잠깐을 지내면
항하사 모래알 숫자와 같은 칠보탑을 조성하는 공덕을 지나감이라.
보배탑은 세월이 흘러 필경에는 흔적도 없거니와
한 생각 바른 신심은 바른 깨달음을 성취함이로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가장 높은 진리의 도가 오직 한 줄기가 중국으로 건너와 크게 흥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왔는데, 지금은 오직 우리나라에만 한 줄기 남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지가지 근기의 중생들을 위해 가지가지의 명상법과 가지가지의 마음닦는 수행법을 베풀어주셨지만, 최상승 수행법인 견성법만큼은 뭇 중생들이 알아가지질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도 오직 가섭존자만이 견성법을 얻어가져 부처님과 이심전심하니, 비로소 부처님의 심인법이 가섭, 아난으로 좇아 28조 달마대사에 이르러 중국으로 건너와 지금은 단 한 가닥 한국에 내려오고 있습니다.
역대의 모든 불조께서 심인법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심초사 간절하게 견성법을 지도하였는데, 2500여년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이렇게 한국의 선불장에서 재현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처님께서 근기에 맞추어 가르치는데 불과했던 관법수행이 선원내에서도 유포된다하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 견성법에는 맞는 근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근기를 아우르는 수행법이요, 일체의 다른 방편을 구하지 않고 바로 여래지에 이르는 경절문이며, 눈밝은 선지식을 만나 바르게만 지도받는다면 한 생에 다 해 마칠 수 있는 참선수행법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간화선 견성법이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말하지만, 실은 부처님께서 간화선이라는 표현을 쓰시지 않으셨을 뿐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일생토록 “어떻게 하면 생노병사에서 벗어나겠는가”하는 간절한 의심 한 생각으로 6년 간 삼매에 드셨는데 머리에 새가 집을 지어도 모르셨습니다. 그러다가 그동안 배우고 닦아왔던 모든 수행법들을 다 내려놓고 일주일동안 오로지, 일생토록 의심해왔던 ‘생노병사 해탈’의 깊은 의심삼매에 들어 있다가 새벽녘에 홀연히 동쪽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시고 대오견성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간화선 견성법입니다. 이후로도 부처님께서는 ‘염화미소’, ‘다자탑전반분좌’, ‘곽시쌍부’ 등의 삼처전심을 통해 최상승의 진리의 세계를 열어 보이셨고, 이러한 견성법으로 법을 전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분들이 이 같은 ‘참선대법회’를 통해 간화선의 가치를 바르게 알고 바르게 참선지도를 받아 실답게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떻게 닦는 것이 바른 참선수행법인가, 화두가 있는 이는 각자 화두를 참구하시고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이 몸 받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인가?”
하고 일상생활 속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마음으로 오매불망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 몸뚱이는 숨 한 번 들이마시고 내 쉬지 못하면 바로 다음 생이라, 생과 사가 마치 옷 갈아입는 것과 같아서 참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영원토록 변치않는 참나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 일상생활 하는 그 가운데 하루에도 천번만번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인가?”하고 끊임없이 화두를 챙기고 의심을 밀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화두를 챙기고 의심을 밀어주라는 이유는, 촌에 방앗간에 방아를 찧기 위해 시동을 거는데 한 번 시동이 걸리면 하루종일 방아를 돌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노력가운데 문득 참의심이 시동걸리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화두 한 생각이 시동이 걸리면 그때는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끊어짐이 없이 화두의심이 흘러가는데, 사물이 보여도 보는 감각이 없고 소리가 들려도 듣는 감각이 없어서 마치 목석과 같은 바보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간절한 화두의심 한 생각으로 보고듣는 것이 다 마비가 된 바보가 되어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십년이고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에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남과 동시에 자기의 참성품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부처님 땅에 이르러 너도 장부요 나도 부처가 되어 모든 불조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를 일러 견성이라고 합니다.
모든 부처님과 조사스님들께서 바로 이러한 심심미묘한 견성법을 전하고 전하신 것이며, 그 견성법이 오직 한 가닥 이곳 한국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복된 인연으로 이토록 귀한 견성법을 만났는가를 알아 소소한 마음챙기는 수행법에 눈 돌리지 말고, 세세생생 만나기 힘든 인간 몸 만났으니 이번 생은 태어나지 않은 샘치고 부처님의 대도를 이루겠다는 작심을 하고 정진에 임해야 되겠습니다.
그러면 간화선 바른 수행법의 좋은 예로 산승의 구도求道의 과정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산승은 남해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불공 드리러 절에 자주 다니던 친척 어른을 따라서, 동네에서 십 리쯤 떨어진 곳에 있던 해관암이라는 조그마한 사찰에 우연히 갔다가, 석우石友선사를 친견한 것이 출가의 인연이 되었습니다.
당시 석우선사는 승속을 막론하고 당대에 가장 존경받는 선승이셨고, 대도인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해제철만 되면 제방에서 정진하던 스님네들이 한 철 공부를 점검받기 위해 그 먼 남해섬까지 석우선사를 찾아왔습니다.
석우선사께서 산승을 보시더니 곧장 물으셨습니다.
“세상에 생활도 좋지만 그보다 더 값진 삶이 있으니, 네가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
“무엇이 그리 값진 삶입니까?”
“범부凡夫가 위대한 부처되는 법이 있으니,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지 않은 샘 치고 그 법을 구해보지 않겠느냐?”
선사님의 그 말씀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생활을 유심히 살펴보니, 세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청정한 생활 속에 수행하며 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큰 환희심이 우러나오면서 마음의 결심을 하고 부모님께 허락을 얻어 출가하여 행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사님 시봉에다 공양주 소임, 땔감나무를 구해오고, 채소를 가꾸는 등 해야 할 일들이 매일같이 연속인 생활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954년에 석우선사께서 해인사 조실로 추대되심에 모시고 같이 가서 시봉하다가 그 해 사미계를 받았습니다.
그런 후로 다시 조계종 초대 종정으로 추대되시니, 동화사로 거처를 옮기어 종정스님 시자로 공양주를 하면서 다시 모셨습니다. 하루는 종정스님께 야단을 맞았는데 야속하고 답답한 마음에, 섣달 그믐날 대중들이 팔공산 산봉우리에 등산을 하러 간다기에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어떤 스님이 정진하던 토굴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가니 토굴이 비어 있고 양식도 좀 있길래 같이 간 대중 몇 사람이 “우리가 여기에서 일주일 용맹정진을 하자”는 의견을 내 놓으니, 다들 그 자리에서 용맹정진 발심이 일어나 일주일간 지내다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노스님께 알려드리지도 않고 허락도 없이, 시봉한다는 사람이 일주일간 토굴에서 용맹정진을 하다 왔으니, 석우 선사께서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온갖 것을 다 하려고 한다”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그러나 선사께서는 저의 참학의지를 아시고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화두를 주셨습니다.
그 후 산승이 24세 되던 해(1957년) 강원을 마치고 여름 해제 후, 종정스님의 허락을 얻어 걸망을 짊어지고 선문에 들어서 운수행각의 길에 올랐습니다. 첫 행선지가 태백산 각화사 동암이었는데 당시에는 각화사나 동암이 모두 비어 있었습니다. 동암에 가니 자잘한 피감자가 가마니에 덮여 있어서 감자를 양식으로 삼고는 혼자서 모든 반연을 끊고 오로지 정진만 하겠다는 각오로 밤낮으로 정진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두 달을 지내는데, 어느 날 도반이 각화사 주지를 맡게 되어 올라와서는 끼니도 변변찮은 것을 걱정하고는 함께 내려가서 살자고 자꾸 청하는 바람에, ‘같이 있다가는 공부가 안되겠다’ 싶어 바랑을 싸서는 선산 도리사로 갔습니다.
도리사에서 일고여덟 분의 수좌首座스님들과 동안거를 나게 되었는데, 밤 9시가 되어 방선하면 잠시 누웠다가 대중이 모두 잠든 후에 조용히 일어나 두 세 시간 포행정진하며 하루하루를 빈틈없이 정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곳에서 참선 도중에 반짝 떠오르는 조그마한 지견을 가지고서 '알았다'는 잘못된 소견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구하던 것을 다 놓아 버리고는 해제일만 기다렸는데, 그러던 중 은사스님이시고 초대 종정이시던 석우선사께서 열반에 드셨다는 부고가 날아오니, 동화사로 가 다비를 치뤘습니다.
그러고는 당시에 대도인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경남 월내月內 묘관음사에 주석하고 계시던 향곡香谷선사를 찾아갔습니다.
찾아가니 향곡선사께서 대뜸 물으시기를,
“일러도 삼십 방이요, 이르지 못해도 삼십 방이니 어떻게 하려느냐?” 하셨습니다. 산승이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자, 향곡선사께서 ‘남전참묘’ 법문을 들어 다시 물으셨습니다.
옛날 남전南泉선사 회상에 7백 명 대중이 모여서 참선 정진을 하던 때에 절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법당을 기준으로 동쪽 선방에서 참선하는 스님들은 그 고양이를 동쪽 선방 고양이라 하고, 서쪽 선방에서 참선하는 스님들은 그 고양이를 서쪽 선방 고양이라 해서 시비가 자주 일었다.
남전선사께서 그 광경을 보시고는 시자를 불러 운집종을 치라 하시니, 칠백 명 대중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법당에 다 모여들었다. 남전선사께서 법상에 올라 시자에게 명하시었다.
“시자야, 고양이를 잡아오고, 칼도 가져오너라.”
시자가 고양이와 칼을 남전선사에게 올리니, 남전선사께서 고양이를 들고 말씀하셨다.
“동쪽 선방에서 참선하는 스님들은 이 고양이를 동쪽 선방 고양이라 하고, 서쪽 선방에서 참선하는 스님들은 서쪽 선방 고양이라 하니, 지금 이 고양이에 대해서 분명히 한 마디 이르는 자가 있으면 고양이를 살려두거니와 만약 바른 답을 못하면 이 고양이를 두 동강이 내리라.”
7백명 대중이 ‘내 고양이, 네 고양이’만 했지 남전선사가 고양이를 들고 이르라는 뜻을 아무도 몰랐다. 대중이 답을 못하니 남전선사께서는 약속대로 칼로 고양이를 두 동강이 내서 던져버렸다. 고양이를 던져버리고 조실방에 가서 편안히 쉬고 있는데, 당신의 아끼는 제자 조주스님이 밖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돌아와서 인사를 올리니, 남전선사께서
“오늘 대중에게 고양이 법문이 있었는데, 그대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고양이를 들고 이르라고 할 때에 뭐라고 답을 한마디 하겠느냐?” 하시니, 조주스님이 신발을 머리에 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것을 보고 남전선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만약 그 대중가운데 있었더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하셨다.
향곡선사께서
“남전선사의 참묘법문 가운데 ‘조주선사께서 신발을 머리에 이고 나가신 것’에 대해서 한 마디 일러 보아라.”하고 물으셨는데, 산승은 여기서도 바른 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알았다’고 자신만만해 있었는데 그만 여지없이 방망이를 맞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산승이 선지식에 대한 믿음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던 때라, 그 ‘알았다’는 생각을 쉽게 놓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방을 행각하면서 당시 선지식으로 유명하였던 고승들을 거의 다 참방하면서 2년 여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한 2년 세월을 그렇게 보내다가 26살 때 오대산 상원사에서 7,8명 선객스님들과 동안거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때 생활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좌복 하나를 가지고 정진할 때는 좌복으로 쓰고 잘 때는 배를 덮고 잤습니다. 먹는 것도, 두부가 먹고 싶다 해서 겨울철에 딱 한 번 울력을 해서 만들어 먹었을 뿐, 석 달을 배추김치 하나로 지냈습니다. 과일도 얼마나 귀했는지, 원주가 하루는 어디를 다녀오면서 사과를 구해 왔는데, 석 달 동안 각각 한 개 반씩만 나눠먹을 정도로 아주 어렵게 공부를 했습니다. 춥기는 또 얼마나 추운지, 숭늉을 방에 떠 놓으면 숭늉이 얼 정도였고, 눈이 오면 처마 밑까지 눈이 쌓였었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힘들게 공부했었습니다.
그렇게 정진을 하던 중, 유달리 포근한 날이 있어 남쪽 마루에 앉아 문득 자신을 반조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정말로 견성을 했느냐? 견성을 했으면 일일법문에 전광석화와 같이 바로 바른 답이 나와야 되거늘 왜 그렇지 못하는가? 내가 나를 속여서야 되겠느냐! 이것은 큰 잘못됨이 있으니 내가 이 소견을 가지고 만족을 한다면 아무 쓸 곳이 없다. 백지 상태에서 다시 출발해야겠다. 나를 속이고 모든 이를 속이면 죄가 이만저만 아니다.’ 생각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알았다’하는 잘못된 소견을 놓아버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리라는 결심을 세우고 이전과 같은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눈 밝은 선지식을 의지하여 공부해야만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문답 과정에서 언하에 ‘옳다, 그르다’ 칼질하셨던 향곡선사 한 분께만이 확고한 믿음이 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해제하자마자 향곡선사 회상을 찾아갔습니다. 그리하여 향곡선사께 예를 올리고,
“이 일을 마칠 때까지 스님을 의지해서 공부하려고 왔습니다. 화두를 하나 내려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리니, 향곡선사께서
“이 어려운 관문을 네가 어찌 해결할 수 있겠느냐? 못한다!” 하시니, 다시 분명히 선을 그어 말씀드렸습니다.
“신명身命을 다 바쳐서 해보겠습니다. 이 관문을 뚫기 전에는 절대 바랑지고 산문을 나가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굳은 의지를 보여드리니, 그제서야 향곡선사께서 '향엄상수화' 화두를 하나 내려주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아주 높은 나무 위에서 입으로만 나뭇가지를 물고 손으로 가지를 잡거나 발로 가지를 밟지도 않고 매달려 있을 때, 나무 밑에서 지나가는 이가 달마스님이 서역에서 중국으로 오신 뜻[조사서래의]을 묻는데 있어서, 대답하지 않으면 묻는 이의 뜻에 어긋나고, 만약 대답한다면 수십 길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자기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때를 당하여 어찌해야 되겠느냐?
그리하여 이 화두를 들고 2년 여 동안 생사를 떼어 놓고 공부하였는데, 드디어 28세 때 가을에, 새벽에 예불 드리러 올라가다가 마당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일어나는 차제에 화두가 박살이 났습니다. 그동안 동문서답하던 것이 다 해결된 것입니다. 그때서야 맛을 알았습니다. 종전에 안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게송을 지어 바치기를,
這箇拄杖幾人會<자개주장기인회>아.
三世諸佛總不識<삼세제불총불식>이라.
一條拄杖化金龍<일조주장화금룡>어니
應化無邊任自在<응화무변임자재>로다.
이 주장자 이 진리 몇 사람이 알꼬.
삼세 모든 부처님 다 알지 못함이라
이 주장자 문득 금빛 용이 되어
한량없는 용의 조화 마음대로 함이로다.
하니, 향곡 선사께서 보시고는 앞 글귀는 묻지 아니하고 뒤 글귀를 잡아서 물으시기를,
“너 문득 용 잡아먹는 금시조를 만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셨습니다. 이에 산승이
“몸을 움츠리고 당황해서 세 걸음 물러가겠습니다〔屈節當胸退身三步〕”라고 말씀드리니,
“옳고, 옳다” 하시며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향엄상수화’를 깨달은 후에 향곡 선사와 문답하던 중, 유일하게 막힌 대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당나라 때 대선지식이셨던 마조선사께서 열반하기 직전에 편찮으셨는데, 원주가 아침에 문안을 드리며,
“밤새 존후가 어떠하셨습니까?” 하니, 마조선사께서
“일면불 월면불日面佛月面佛이니라” 하셨다
.
‘밤새 존후가 어떠하셨습니까?’라는 문안에 마조선사께서는 왜 ‘일면불 월면불’이라며 두 부처님의 이름을 말하셨을까? 이 화두는 가장 알기가 어려운 고준한 법문입니다. 마조선사는 문하에 84명의 뛰어난 도인 제자 두신, 역대 선지식들께서도 부처님 이후 가장 위대한 도인이라 평하는 분입니다. 이 ‘일면불 월면불’ 말씀에는 마조선사의 온 살림살이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마조선사를 바로 알려면 이 법문을 알아야만 합니다.
산승도 여기에 막혀서 한 5년 동안 신고를 했는데, 자나 깨나 화두의심 한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묘관음사에는 눈 오는 때가 거의 없는데, 하루는 음력 정월 아침에 자고 나오니까 온 산에 눈이 자욱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을 가득 담아 놓았던 마당의 큰 통에는 눈이 다 녹아서 한 송이도 없었습니다. 그 물을 보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니, 마침내 고인들께서 중중으로 베풀어놓으신 온갖 차별법문이 하나도 걸림 없이 회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게송을 지어 올리기를,
一棒打倒毘盧頂<일봉타도비로정>하고
一喝抹却千萬則<일할말각천만측>이라.
二間茅庵伸脚臥<이간모암신각와>하니
海上淸風萬古新<해상청풍만고신>이로다.
한 몽둥이 휘둘러 비로정상을 거꾸러뜨리고
벽력같은 일할로써 천만 갈등을 문대버림이로다.
두 칸 띠암자에 다리 펴고 누웠으니
바다 위 맑은 바람 만년토록 새롭도다.
이렇게 올리니, 향곡선사께서 “부처님의 마음법을 전해 받은 육조, 마조, 임제의 가풍이 이 글 속에 다 있구나!”하시며 “네 대에 선풍이 만방에 드날리리라!”하고 극찬을 하셨습니다.
그 후 정미년 하안거 해제법회일에 묘관음사 법당에서 향곡선사께서 법문을 하시기 위해 법상에 오르셔서 좌정하시고 계시는 차제에, 산승이 나아가서 예삼배를 올리고 여쭈었습니다.
“불조께서 아신 곳은 여쭙지 아니하거니와, 불조께서 아시지 못한 곳을 일러 주십시오.”
“구구는 팔십일이니라.”
“그것은 불조께서 다 아신 곳입니다.”
“육육은 삼십육이니라.”이에 산승이 아무 말 없이 선사께 예배드리고 물러가니, 향곡선사께서도 아무 말 없이 법상에서 내려오셔서 조실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뒷날 조실방을 찾아가서 예를 갖추고 다시 여쭈었습니다.
“불안과 혜안은 여쭙지 아니하거니와, 어떤 것이 납승의 안목입니까?”
“비구니 노릇은 원래 여자가 하는 것이니라.〔師姑元來女人做〕”
“금일에야 비로소 선사님을 친견하였습니다.”이에 향곡선사께서 물으셨습니다.
“네가 어느 곳에서 나를 보았는고?”
“관關!”
산승이 이렇게 답하자, 향곡선사께서
“옳고, 옳다!”하시며, 임제정맥의 법등을 부촉하시고 ‘진제’라는 법호와 함께 전법게를 내리셨습니다. 이때가 1967년 산승의 나이 34세 되던 해였습니다. [ 부처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제 79대 법손 ]
付 眞際法遠丈室 <부 진제법원장실>
佛祖大活句 <불조대활구>
無傳亦無受<무전역무수>
今付活句時<금부활구시>
收放任自在<수방임자재>
진제 법원 장실丈室에 부치노니,
부처님과 조사의 산 진리는
전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이라.
지금 그대에게 활구법을 부촉하노니
거두거나 놓거나 그대 뜻에 맡기노라.
산승이 도를 이루고 나서 살펴보니 부처님의 최고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간화선 수행법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불가에는 기도, 염불, 주력, 비파사나 관법수행 등 여러 가지 수행법이 있지만 다들 다겁생으로 무한토록 닦아야하는 근기에 따른 방편의 수행일 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전하여 내려온 최상의 수행법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역대의 모든 조사스님들께서 참선법만을 선양하신 데에는 뜻이 있는 것이며, 조계종의 종지종풍이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간화선수행법 즉 참선수행법은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부처님의 땅에 이르는 가장 지름길이 되는 수행법이며, 이 수행법을 통해 불조의 법맥이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참선수행법이 결코 절집 스님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꿀이 달고 소금이 짠 것을 안다면 누구나 닦을 수 있고 반드시 닦아야 할 수행법입니다.
세계는 지금 문화의 시대에 들어섰고, 이미 서구의 지성인들과 종교지도자들은 마음의 평안과 지혜로운 삶을 얻기 위해 종교를 떠나 마음닦는 수행을 생활화하고 있으며, 오히려 정신수양을 가장 중요한 삶의 덕목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어떠한 국가와 종교 그리고 힘으로도 참다운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없으며, 오직 모든 인류 개개인의 마음수양과 정신고양만이 바른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세계는 21세기 인류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갈 정신문화로 종교와 국가를 초월하여 우리의 간화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대중여러분, 이젠 모든 분들이 종교를 초월하여 참선수행으로 마음을 닦아 진리를 깨달아 진정한 평화를 얻어야 합니다. 그간 우리가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 우선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랑스런 우리의 정신문화인 참선수행법을 하루빨리 세계화하는 데 주력하여 참된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도록 합시다. 그래서 만인의 지혜가 더욱 증장되고, 우리의 이상세계인 파라다이스와 극락세계가 이 지구촌에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산승의 스승인 향곡선사께서 열반 일주일 전에 제방의 조실스님들을 찾아다니며 “임제탁발화臨濟托鉢話”법문을 들어 물으셨습니다.
임제선사께서 하루는 발우를 가지고 탁발을 나가셨는데, 한 집에 가서 대문을 두드리니, 노보살이 대문을 열고 나오더니 임제선사를 보고는 대뜸
“염치없는 중이로구나!” 하고는 한 푼의 시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임제선사께서 물으시기를,
“어째서 한 푼 시주도 하지 않고 염치없는 중이라 하는고?” 하시니, 노보살이 대문을 왈칵 닫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임제선사께서는 아무 말 없이 절로 돌아가셨다.
이 법문을 가지고 제방의 조실스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물으셨는데, 모두들 흡족한 답을 내높지 못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방을 다 돌고 해운정사로 산승을 찾아오셨는데, 때마침 제가 마당에서 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사께서 산승을 보자마자, 들어가서 인사 받고 물으셔도 될 터인데 얼마나 답답하셨는지,
“네가 만약 당시에 임제선사가 되었던들 무엇이라고 한 마디 하겠느냐?”
하시며 대문에 들어선 채로 산승에게 물으셨습니다. 이에 산승이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척 답을 드리니,
“과연 나의 제자로다!”하시며 그때서야 종전의 모습을 거두고 파안대소를 하셨습니다.
그러면 모든 대중여러분, 당시에 임제선사였다면 무엇이라고 한 마디 하시겠습니까?
三十年來弄馬騎<삼십년래농마기>러니
今日却被驢子搏<금일각피려자박>이로다.
삼십여 년간 말을 타고 희롱해 왔더니
금일 당나귀에게 크게 받힘을 입음이로다.
석일에 8세 여식아이가 말을 못한 것을 보시고, 두 분의 유명한 선지식께서 말씀하시기를, 한 분은 여식아이가 8세까지 말을 못한 것은 온전히 大道의 진리를 든 것이다 하시고, 또 한 분은 8세의 여식아이가 말을 못한 것은 大道의 진리를 들기가 어려워서 말을 못한 것이다 하셨습니다.
대중이여, 두 분 대 선지식의 高見에 대해 어느 분이 멋진 답을 하셨습니까. 두 분의 답 중에 어느 것이 옳다고 보십니까?
동지와 한식일은 백 오일이로다.
모든 국민들이여,
南과 北이 무장으로 대치하고 경제 또한 어려운 이 시기에, 모든 분들이 새 정부를 굳게 믿고 각자의 직분에 충실한다면, 경제와 국방이 더욱 견실해져서 하루빨리 이 난국을 해쳐나갈 것이며, 南北의 平和統一은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나아가 모든 분들이 일상생활하는 그 가운데 하루에도 천번 만번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던고?”하고 간절하게 참나를 찾아서, 나고 날 적마다 큰 지혜를 얻어 무량한 행복을 누리소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