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주최하는 대중공사를 통해 나타난 도법스님의 불교관이 틀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승정법 재가결사 법림(法林)’을 이끌고 있는 적연 이제열 법사는 <미디어붓다>에 보내온 ‘도법스님의 불교관 과녁을 벗어났다’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통해 야단법석에서 나타난 도법스님의 불교관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영향력 큰 위치에 있는 이의 왜곡된 불교관이 불교계 전반에 확산될 수도 있음을 우려해 비판의 기고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디어붓다>는 이제열 법사의 특별기고문을 전문 게재한다. 또한 이 기고문에 대한 격조를 갖춘 반론이 있다면 <미디어붓다>는 같은 비중으로 게재할 방침임을 밝힌다. 이제열 법사의 기고문이 비난이나 헐뜯기가 아닌 수준 높은 토론과 논쟁의 장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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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의 불교관 과녁을 벗어났다

방송으로 생중계 되는 올림픽 경기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양궁선수가 실수도 아닌 기량으로 낮은 점수는커녕 과녁도 맞추지 못하고 화살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개인의 망신은 고사하고 그 선수를 올림픽에 출전시킨 국가 전체가 조롱을 사게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유감스럽게도 현재 한국불교의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조계종 자성과 쇄신결사본부라는 기구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법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도법스님은 현재 혼잡하기 이를 데 없는 세종로 사거리의 차량들을 통제하는 교통경찰처럼 조계종의 온갖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있어 선봉장 역할을 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도법스님의 역할이 종단의 사판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판의 부분까지 개입하여 한국불교의 전체를 개혁시키려는 노력을 보니 여러 가지 감회가 교차 된다.

그러나 필자가 여기서 도법스님을 거론 하는 이유는, 도법스님이 조계종에서 맡고 있는 어떤 직위 대한 문제점 때문이라거나 혹은 역할의 문제점 때문이 아니다. 오직 도법스님이 지니고 있는 불법(佛法)에 대한 왜곡 내지 몰이해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도법스님은 틀렸다고 비판한 재가결사 법림의 이제열 법사

필자가 도법스님의 불교관에 이의를 제기하게 된 배경은 이른바 자성과쇄신결사본부라는 기구에서 주관하고 있는 ‘야단법석’의 내용에 두고 있다. 필자가 직접적으로 야단법석에 동참 하여 도법스님의 견해를 접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불교 언론 매체와 특히 도법스님이 직접적으로 작성하여 돌린 인쇄물을 보고 도법스님의 불교관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야단법석에서 펼쳐진 법담의 내용들을 보면 도법스님은 불교를 연기와 중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려고 애쓰면서 불교의 목적인 깨달음도 지금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성취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도 당연히 불교의 핵심사상을 말한다면 연기와 중도이고 깨달음 역시 지금 여기에서 확인이 되어야 할 과제라는 데에 이의가 없다.

하지만 도법스님이 주장하는 연기와 중도 그리고 깨달음에 관한 견해는 완전히 도법스님의 개인적 사고를 풀이해 놓은 것일 뿐 어떠한 객관적 합리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여기서 객관적 합리성이란 경전에 준거하여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최소한 도법스님이 중도니 연기니 하는 용어를 동원하여 수행과 깨달음을 주장하려면 자신의 머리속에서 그려 낸 언어가 아닌, 부처님이 설하신 교리에 바탕을 둔 언어가 펼쳐져야 한다. 만약 도법스님이 알고 있는 연기 중도 깨달음 등의 용어에 대한 의미가 경전의 내용과 일치 되지 않는다면 도법스님은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고 법회에 동참한 불자들과 모든 불자들에게 깊이 사과해야만 한다.

먼저 도법스님의 주장가운데에 문제가 되는 것이 중도(中道)에 대한 시각이다. 도법스님은 불교 사상 속에 일관 되게 흐르고 있는 중도를 지나치게 협소한 측면으로만 해석을 하였다. 그 결과 중도를 철저한 수행을 통해 확인 증득 되어야 할 대상으로 삼지 않고 단순한 이해와 실천적 측면으로만 해석하여 제법(諸法) 전체에 적용해야 할 중도교설을 움츠려들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의를 왜곡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사실 불교에 있어 중도는 다양한 측면에서 설해지고 있고 그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고락중도(苦樂中道), 생멸중도(生滅中道), 거래중도(去來中道), 단상중도(斷常中道), 유무중도(有無中道) 등이 그것들이다. 그런데 도법스님은 이러한 중도의 교설을 단순히 향락과 고행을 떠난 고락중도에만 적용시키고 실천원리인 팔정도 쪽으로 연결시키려고 하고 있다. 중도 교설에 있어 부처님이 초전법륜 때에 설하신 “향락과 고행 두 변을 버리고 중도를 얻었다”고 할 때의 고락중도는 여러 가지 중도 교설 가운데에 하나로 불교 전체를 회통하는 중도 교설로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초전법륜의 중도교설은 팔정도와 맞물려 실천적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생멸중도, 거래중도, 단상중도, 유무중도 등 다른 중도 교설들은 실천적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이들 중도 교설들은 실천적 성격을 띤 교설들이 아니라 제법의 실상을 표현하는 원리적 성격을 띤 교설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도 교설 역시 궁극적으로는 실천으로 승화 되어야 할 교설임에는 틀림없으나 중도 교설은 일단 수행을 통해 증득 확인 되어야 할 과제로 도법스님의 주장처럼 실천적 개념으로 결론 내릴 교설이 아니다.

이는 도법스님의 ‘부처님과 제자들이 중도를 깨닫는데 부처님은 현실적 경험을 통해 깨달았고 제자들은 설법과 대화를 통해서 깨달았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는 것으로 부처님의 중도 교설과 부합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불교의 중도는 모든 존재 전반에 펼쳐지고 있는 법성(法性)이다. 그리고 이 법성으로서의 중도는 단순히 이해와 확신만을 가지고 알기는 불가능하다. 설혹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 그 이치를 분명히 이해했다 할지라도 필경에는 고도의 수행을 쌓아 체득 확인 해야만 한다. 도법스님의 ‘부처님 제자들이 부처님 설법을 통한 이해와 확신으로써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우리들도 중도에 대한 이해와 확신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쌍윳따니까야> 2권을 보면 도법스님의 주장이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는 데에 동의하게 된다. 이 경전을 보면 싸비따 존자가 무씰라 존자에게 연기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연기를 단순한 믿음이나 취향이나 전승이나 분석이나 이해하는 것과는 별도로 여기에 대한 체험적 지혜를 지니고 있느냐?”고 묻자 무씰라 존자는 “그와 같은 부분들에 대해 알고 본다”고 대답하면서 목마른 사람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즉 사막을 걸어온 사람이 우물을 보고도 두레박이 없다면 한 방울도 목을 축일 수 없듯 단순한 이해만을 가지고는 연기를 알았다고 할 수 없고 지혜에 의한 체험으로 연기가 알려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물은 연기법에 해당하고, 두레박은 체험적 지혜에 해당하며, 알고 본다는 것은 깨달음에 해당한다. 불교에서의 깨달음이란 이렇게 체득과 불리불가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도법스님이 중도와 연기를 설명하는데 있어 중도와 연기를 방법론과 목적론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부분만 해도 그렇다. 도법스님은 연기와 중도를 인(因)과 과(果)의 측면에서 나누고 목적론이냐 방법론이냐 하는 식으로 논리를 펴고 있는데 정말 생뚱맞기 이를 데 없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과 같이 연기와 중도는 방법론과 목적론에 관한 교설이 아니라 실상론에 해당하는 교설이다. 연기와 중도는 앞서 언급 했듯 고락중도 외에 제법에 적용되고 있는 법성을 뜻하는 용어인데 무슨 목적론이니 방법론이니 하는 식으로 설명을 하여 부처님의 중도교법을 축소 왜곡시키고 있다.

도법스님의 불교관이 매우 위험한 것은 불교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선정에 관한 시각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도법스님은 깨달음의 성격을 거론하면서 깨달음이란 특별한 수행과 체험에 있지 않고 연기 중도 교설에 대한 이해와 확신에 있다고 토로하였다. 깨달음은 이해와 확신과 실천으로 가능하므로 선정 삼매나 수행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으로 도법스님의 이와 같은 논리는 그 근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불교의 수행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악견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야단법석 시즌2에서 고우 선사와 도법스님의 즉문즉답 장면.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부처님은 인도 전통의 수행방법인 선정 수행의 한계를 지적하였지 선정 수행을 반대하거나 배척한 적이 없다. 오히려 불교에서는 적극적으로 선정을 닦아 번뇌를 차단하고 지혜를 계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불교에 있어 선정 수행은 깨달음을 얻는데 있어 지혜수행인 위빠싸나와 더불어 빼 놓으려 해야 빼 놓을 수 없는 수행법이다. 누구도 선정을 통과 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깨달음도 성취 할 수 없다는 것이 부처님 말씀인데 도법스님은 선정을 부정하고 연기와 중도를 이해한 것으로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문과 대화를 통해서 연기와 중도를 깨달을 수 있으므로 선정삼매가 필요없다고 한다면 경전 속에 나오는 수많은 선정과 삼매들은 무엇을 뜻하고 있는 것인가? 도법스님은 불교 수행에 있어 선정을 배제시킨 채 선정도중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부정적 신비체험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도법스님의 이러한 망령된 소견에 대해 스스로 밝힌대로 이십 여 년 동안 선방에서 수행을 한 수행자인지를 묻고 싶어진다. 만약 도법스님이 좌선을 통해 조금만큼이라도 올바른 선정의 단계를 접했다면 이와 같은 발상은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수행은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해 걸어가는 여행과도 같다. 중생이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을 하다보면 자연히 마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보게 된다. 이는 신비체험이 아니라 마음을 닦다보면 만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고, 수행자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번뇌를 극복하고 부처의 세계에 나아가게 된다. 그런데 도법스님은 자신이 출가자로써 겪은 부정적 이미지로만 선정을 바라보고 선정에 의해 나타나는 여러 경계들을 신비체험이라는 용어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마음 현상들은 깨달음과 무관 할 수도 있다. 지혜가 수반되지 않는 선정수행은 깨달음을 이루는데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선정 수행은 지혜를 일으키게 하는 기본 수행으로 깨달음을 이루게 하는데 있어 필수적 요건이 된다. 부처님께서 누구도 선정과 지혜 수행이 없이는 열반에 이르지 못한다고 경고하셨을 만큼 선정이 수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도법스님은 연기법을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혼란이 심하다. 도법스님은 연기법을 상의성이라고 표현 했는데 연기를 상의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연기를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나온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불교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기설이 설해지고 있다. 십이연기, 업감연기, 진여연기, 법계연기, 아뢰야연기 등 여러 종류의 연기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연기설에서 연기를 상의성으로 해석할 만 한 연기설은 화엄경에서 말하는 법계연기설이다. 법계연기는 개체와 전체가 결코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여 생성소멸한다는 교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계연기설 외에 다른 연기설은 상의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십이연기설이나 업감연기설은 중생의 고의 발생을 원인과 결과의 순서에 입각해서 밝힌 교설이고 진여연기나 아뢰야 연기설은 진여의 실상에서 중생들의 망견이 일어나 자아와 세계가 일어났다는 교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법스님은 연기설을 상의성으로만 해석하여 광대한 연기의 교설과 법성을 협소한 틀 안에 가두고 그 진의를 비틀어 놓았다.

도법스님의 지나친 주관적 불교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법스님은 깨달음을 설명하면서 깨달음의 과제를 마음, 본성, 자성, 불성에 두지 말고 중도와 연기를 이해하고 확신하는 것에 두라고 한다. 과연 출가 수행자로써 이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는 걸까? 마음을 깨닫고 본성을 깨닫고 자성을 깨닫고 불성을 깨달으라고 가르치신 분은 부처님이다. 초기경전 대승경전의 모든 말씀은 결국 마음의 연기성과 중도성을 깨닫는 것이고 연기와 중도를 자성이나 본성이나 불성으로 삼는 것인데 도법스님은 이를 망각하고 함부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톱질을 하고 있다.

마음을 깨달음의 과제로 삼지 말라니, 도법스님은 과연 불심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조계종의 스님인지 의문마저 생긴다. 과연 불교에서 마음을 떠난 법이 있다고 설한 적이 있는가?

대승기신론에서 법은 곧 중생의 마음이라 하였다. 이는 어떤 존재도 마음을 떠난 존재는 없으므로 결국에 불교의 수행은 마음을 깨닫는 것으로 귀결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음의 본성이 곧 연기이며 중도이고 불성임을 깨닫는 것이 불교 수행일진대 도법스님은 마음, 본성, 자성, 불성을 깨닫지 말고 중도와 연기를 깨달으라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한국불교는 안팎으로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필자는 그 하나로 부처님 법의 혼란을 꼽고 있다. 일선에서 포교를 하다보면 많은 불자들이 대체 어떤 불교가 참된 불교냐는 질문들을 한다. 저마다 쏟아 놓는 설법과 강의에 통일성이 없고 부처님 가르침과 사찰에서 행해지는 여러 신앙 형태가 일치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성과 쇄신위원회에서 느닷없이 야단법석을 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로 이 행사를 만들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법회는 매우 중요 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심도 있고 격조 있는 내용과 진행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열리고 있는 야단법석의 운용방식은 몰라도 그 내용면에 있어서는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법회에서 법을 설하거나 논하는 이는 되도록 이면 경전에 대한 바른 이해와 함께 경전에 바탕을 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누구이건 제멋대로 경전을 해석한다든가 제 방식대로 언어를 만들어 설명하려 한다면 그는 올바른 부처님의 제자라 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도법스님의 지나친 주관적 불교관은 야단법석에 대한 기대에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왕 한국불교의 법에 대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법석이 펼쳐졌다면 좀 더 심도 있고 치밀한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선지식도 진행자의 견해에 따라 그 선지식이 의도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법이 흘러 갈 수도 있다. 두루 뭉실 종을 잡을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대중들을 설득하려 한다면 과녁도 못 맞추는 양궁선수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적연 이제열(대승정법재가결사 법림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