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은 연꽃을 만들고 불자는 묵주를 만들었다. 남녀 구분 없이 윤장대에 소원을 적었고 노소 분별없이 원불교의 일원상 솟대를 만들었다. 지난 9월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펼쳐진 제16회 대한민국 종교문화축제 이야기다.
수녀님이 불교체험관에서 연꽃형초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생명·평화·나눔·사랑’을 주제로 열린 이번 종교문화축제에는 불교·기독교·천주교·유교·원불교·천도교·민족종교 등 7대 종단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돼 각 종단의 신도 및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종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광장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는 마술쇼와 마임쇼, 비누방울 쇼 등 축하 공연과 각 종단에서 준비한 종단축하공연 등이 펼쳐졌다.
하늘은 찌뿌듯하니 흐렸지만 청계광장을 찾은 이들의 얼굴엔 호기심과 생기가 넘쳐흘렀다. 시민들은 종단이 마련한 부스를 돌아다니며 연꽃양초공예, 묵주 만들기, 가훈 써주기, 일원상 솟대 만들기, 천도교 경전 인쇄, 겨레얼비누 만들기 등 각 종단의 특색 있는 문화를 체험했다.
시민뿐만 아니라 종교인들도 적극 참여했다. 종교인들은 행사장 구석구석의 이웃 종교 부스를 찾아 그간 잘 알지 못했던 문화를 접했다. 축제에 참가한 한 불교 신자는 “환하게 웃으며 이웃 종교인을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소감을 전했다. 페이스페인팅 자원봉사를 한 기독교 신자도 “종교 구분 없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라서 뜻 깊다. 다들 재미있어하니까 나도 즐겁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모녀가 불교체험관에서 윤장대에 소원을 적고 있다.
유교체험관의 훈장님은 시민들에게 가훈을 적어줬다.
민족종교체험관에서 한 시민이 종이접기 체험을 하고 있다.
불교의 관무용단은 종단축하공연에서 우아한 관무용을 선보였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종교 체험관과 축하공연이 진행된 후 6시부터는 7대 종단 수장들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 자승 스님은 기념 음악회 공연에 앞서 “각 종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우수함을 드러내고 이해와 체험을 통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며, 종교적인 심성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오늘 행사가 갖는 미덕”이라며 “앞으로 종교가 교류와 이해를 넘어 갈등과 소외를 치유하고 정신의 가치와 삶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생명, 평화, 나눔, 사랑은 우리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회 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기원이며 국민 모두의 소망”이라며 “오늘 종교문화축제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종교 간의 화합을 이뤄낸 진정한 축제의 장”이라고 전했다.
7대 종단 수장들과 최광식 장관이 종교 화합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편 브라스 밴드 ‘스윙킹즈’의 경쾌한 연주로 막을 올린 기념 음악회에는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 ‘아름드리’의 깜찍한 합창 공연, 퓨전 국악밴드 ‘퀸즈’의 신명나는 국악 한마당, 아카펠라 팀 ‘솔리스츠’의 감미로운 아카펠라 공연이 펼쳐졌다. 팝페라 가수 ‘조안나’의 환상적인 노래 선물과 세계적인 비보잉 팀 ‘애니메이션크루’의 팝핀 댄스 공연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인기가수 ‘케이윌’의 열창으로 한나절 간의 뜨거운 종교문화축제는 막을 내렸다.
기념 음악회에서 퓨전 국악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퀸즈'
팝페라 가수 조안나는 '아베마리아', '넬라판타지아' 등의 공연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