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는 “다르마(법)를 의료 분야로 가져가는 것은 커다란 미지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과연 미국의 대중들이 다르마에 반응할 것인지, 많은 수련을 요구하는 명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미지수였다. 33년이 지난 후, 존 카밧진 박사가 만든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은 미전역에만 520여 곳의 병원과 클리닉에 도입됐고,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각지에 250개의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고대의 수행 전통을 의료, 사회, 교육 등 현대 주류사회에 특정 종교색깔 없이 체계화하는데 성공한 MBSR의 창시자 카밧진 박사가 마음챙김 초심자를 위한 책을 펴냈다.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불광출판사)이 그것이다.
존 카밧진 박사가 10일 오전 대한불교진흥원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카밧진 박사는 마음챙김이 불교에서 유래됨을 명확히 밝히면서도 다르마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MBSR은 초종교적이며 어떤 이념을 주입시키고자 하지 않는다. 불교를 떠나 보편의 옷을 입은 카밧진 박사의 마음챙김이란 대체 무엇일까.
카밧진 박사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현재의 순간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계획, 그것이 아니라면 과거에 대한 추억과 후회로 시간을 보낸다. 우리가 겪는 괴로움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런 ‘지어낸 괴로움’, ‘부가적인 괴로움’을 현재를 자각하는 방법을 통해 걷어내고자 한다. 우리의 삶은 현재 지금 이 순간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카밧진 박사는 마음챙김 명상이란 순수한 자각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통해 지금 현재 순간을 비판단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비판단’은 생각, 의견, 판단을 배제한 것이므로 내가 얼마나 판단하는 것을 좋아했는지 매순간 자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친절한 마음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고, 어떤 특정 상태를 이루기 위해 애쓰지 않고 자각 속에 존재한다면 어느 순간 고통에서 벗어나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카밧진 박사는 실제 마음챙김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존재 속으로 들어가는지, 자각의 영역에 머무는지,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산란해지지 않는지를 가르친다. 고통을 ‘나의 것’으로 여기지 않게 돕는다. 프로그램에 임하는 환자들은 수행이 깊어짐에 따라 자각 속에서 고통이라는 문제에서 자신을 해방시킨다.

존 카밧진 박사가 강연을 마무리하며 청중과 함께 명상에 잠겨 있다.
카밧진 박사는 저서에 초심자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실천해볼 수 있도록 유도명상CD를 부록에 첨부함으로써 초보의 눈높이에서 마음챙김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각’ 속에서 ‘나’를 주제로 길을 잃고 있다. 부처님이 ‘그 어떤 것도 나이거나 나의 것이라 집착할 것이 없다’고 말했듯 카밧진 박사는 MBSR을 훈련함으로써 끊임없이 자기화하는 네트워크, 경험적인 네트워크를 끊고 몸의 감각을, 생각하고 있음을, 감정이 일었다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라고 한다.
카밧진 박사의 작업은 불교적인 언어와 틀을 통해서는 절대로 진리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세속적인 영역에서 가장 깊이 치유와 변화를 담아 만나게 하는 것이다. 법과 명상 전통, 경험적 과학이 하나로 통합된 마음챙김 명상을 한 권에 책에 담아 소개한다.
최근 매사추세츠 대학의 연구 결과 알아차림 명상이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등의 뇌 부위를 두껍게 변화시킨다고 밝혀졌다. 미국인에 의해 조우한 전통 수행과 과학, 그 결정체인 마음챙김 명상을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40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