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본 불교문화 2

 수원사람 김성채

아미타여래의 협시보살상(국가지정 중요문화재)

아미타여래의 협시보살은 관음보살과 세지보살로, 이렇게 세 불보살을 불상으로 봉안하면 아미타삼존불상이 됩니다.

세지보살입상(우협시)과 관음보살입상(좌협시)

관음보살은 연화좌 위에서 허리를 살짝 비튼 모습으로 왼손을 들어서 엄지와 중지를 맞댔고, 오른손은 아래로 내렸습니다. 세지보살은 관음보살과 같은 자세에 오른손을 들어서 엄지와 중지를 맞댔고, 왼손은 아래로 내렸습니다.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완전한 대칭이어서 틀을 제작해서 반대로 찍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세지보살 몸의 크기가 관세음보살과 같고, 아미타여래처럼 지혜와 자비를 지녔다는 경전의 말씀을 따라 두 보살에게도 구슬로 백호를 나타냈습니다. 

협시보살은 단순한 모양의 보관(寶冠)인 삼산관(三山冠)을 썼습니다. 무심히 보아넘긴다면 얼굴 윗부분 모두를 하나의 보관으로 보게 되는데, 보관처럼 보이는 것은 부처님과 보살의 머리카락을 보배로 여겨 일컫는 보발(寶髮)입니다. 보관의 단순함을 조금은 덜어내고자, 협시보살의 머리카락을 묶어 올리고 땋아 내려서 화려하게 꾸며 불상을 장엄한 것입니다. 

두 보살은 목뒤에 걸쳐서 내려뜨린 천의가 양쪽 어깨 밑으로 흘러내렸고, 군의는 하반신을 휘감아 돌려 앞쪽에서 여민 후 (치마) 말기를 밖으로 접어 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관음보살의 호화로움과 달리 이곳 협시보살상은 단순한 삼산관을 썼고, 팔찌며 목걸이 등 장신구도 착용하지 않았고, 군의 치마도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비단이 아닙니다. 

검소한 차림의 협시보살상을 보면서, 전쟁이 계속되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욕망의 헛됨과 어리석음 그리고 번뇌를 벗어난 보살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슈젠지(修善寺)

불상박물관을 나와 온천으로 유명한 시즈오카현 이즈시에 위치한 절 “슈젠지(修善寺)”를 찾았습니다. 슈젠지는 절 그림자가 마을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슈젠지강 물줄기에 비추어질 정도로 가깝습니다. 넓은 암반과 널브러진 큰 돌 사이로 흘러가는 물은 급한 소리를 내지만, 슈젠지 마을은 굵은 나무로 가득한 마을은 호젓했습니다. 절 이름이 슈젠지인 때문에 강 이름도, 마을 이름도, 기차역도 슈젠지입니다.

슈젠지

슈젠지에 오르는 입구 좌우에 ‘헌등’을 새긴 돌기둥이 세워졌습니다. 기둥을 세운 시주가 맑은 물과 좋은 쌀로 청주를 빚는 양조장이어서 빙긋이 웃음이 나왔습니다.

슈젠지를 오르는 계단 앞 좌우에 붉은색으로 “헌등” 글자가 새겨진 돌기둥이 세워져 있습니다. 등불을 바친다는 뜻을 가진 “헌등”은 가난한 여인 난타가 구걸해서 얻은 돈으로 등불을 구해 부처님께 공양한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헌등은 등 공양으로 지혜를 얻어 내생에 중생의 어두움을 걷어낼 수 있게 해 달라는 서원입니다. “헌등”이 새겨진 돌기둥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중생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경내에 들어서서도 헌등이 새겨진 석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헌등”이 새겨진 석등. 옆에 당간지주 모양의 석주가 서 있습니다.

그 뒤로 고보(弘法) 대사를 기리는 비석이 있습니다. 이즈시가 배포하는 관광안내서에는 ‘전설에 의하면 고보 대사가 807년 슈젠지를 창건했다’라고 쓰였습니다. 이를 보면 ‘슈젠지의 창건한 때가 807년이다’라고 정확히 쓰인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것을 보고 ‘우리나라 곳곳 여러 전통 사찰이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몇몇 스님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보 대사는 당나라에 유학하여 밀교를 배운 후 스승에게 “편조금강”이라는 호를 받았고, 귀국하여 일본 진언종을 창시한 스님입니다. 835년에 입적하였는데, 죽은 것이 아니라 선정에 들었을 뿐이라고 불자들이 믿고 있다고 합니다. 입적한 후 107년이나 지난 942년에 일왕으로부터 ‘고보다이시(弘法大師)’라는 시호를 받았고, 비석은 지금도 불자들이 추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주문인 듯, 아닌 듯한 산문(山門)

우리나라에서는 사찰에 들어가는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등을 산문(山門)이라 합니다. 그 문 각각에 이름을 지어 현판을 걸고, 그 문 의미에 맞는 장엄을 꾸밉니다. 

일본은 사찰 입구에 “산문(山門)”을 세워 속세와 불교 세계를 나누는 경계로 합니다. 

슈젠지에 담장을 둘렀고, 진입하는 문에 문짝이 달렸습니다. 우리나라 사찰은 일주문부터 사찰 경내가 시작됩니다. 여러 문 중에 일주문은 그 사찰의 격을 나타내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일주문은 부처님의 진리를 생각하며 진입하라는 의미를 지닌 문으로, 문짝을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게 문짝이 없어도 또 일주문을 세우지 않았어도, 우리는 부처님이 계신 불국토에 들어간다며 마음과 태도를 바르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주문도 산문이건만, 슈젠지의 산문은 일주문이 아닙니다.

담장을 둘렀고 문짝이 달린 것을 보면서, 마음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려는 마음으로 절을 들어설 때, 문짝이 있고 없음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의상대사께서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발심한 때의 마음이, 깨달은 부처님의 마음이다)’이라 하셨으니, 절에 들어설 때는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을 때이니 문짝은 있어도, 없어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입춘을 맞아 문짝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입춘부를 붙이듯, 문기둥의 문패를 붙일만한 위치에 “입춘대길 진방화촉(立春大吉 鎮防火燭)”을 붙였습니다. '진방화촉(鎮防火燭)'은 불을 끄고 촛불을 밝힌다는 뜻으로, 법당을 비롯한 모든 건물이 목재로 지어졌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입니다.

‘건양다경’은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진방화촉’은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살아가는 방편으로 삼고자 할 때, 두 개의 사자성어 중 어떤 것이 나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나라의 모든 사찰에 화마 피해가 없기를 바랐습니다.

인왕

사찰에 들어갈 때 일주문, 천왕문, 금강문을 지나지만 모든 사찰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세 개의 문을 세운 사찰이 있는가 하면, 하나도 세우지 않은 사찰도 있습니다. 슈젠지는 정문 바깥 좌우측에 행랑방 한 칸을 붙여 짓고, 인왕상을 안치하였습니다. 따라서 슈젠지의 산문은 일주문이기도, 금강문이기도 합니다.

인왕

금강역사로 불리는 인왕은 불법의 수호자로 세계의 땅덩이를 번쩍 들고, 사해(四海)의 바닷물을 단숨에 마시고, 철위 금강산도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인왕은 비탄에 잠겨 울부짖습니다. 공경하고 순종하는 마음이 피곤하지 않았고,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항상 저를 곁에 두셨고 저는 부처님을 호위하였는데, 어찌 저를 데리고 열반에 드시지 아니하고, 저를 홀로 저를 홀로 내버려두고 열반에 드십니까?

이런 인왕의 마음을 아는 까닭에 부처님을 모신 곳에 인왕상을 안치합니다. 한 뼘 남짓한 작은 방에 우락부락한 근육과 힘을 뽐내는 인왕을 보면서 ‘답답해서 어쩌나 .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햐쿠도 이시(百度石)  

문을 지나 법당으로 가는 길옆에 누군가 두 뼘 정도의 햐쿠도이시(百度石)를 세웠습니다. 한자 “도(度)”는 횟수를 뜻하니, 이 돌을 ‘백번 지나며 부처님을 찾는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햐쿠도이시(百度石)

사찰 경내에 자갈을 까는 방식은 일본 정원 양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발밑을 보며 조심스럽게 걷게 합니다. 이는 속세의 잡념을 떨치고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뵙거나 명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수없이 부처님을 찾아 소원을 빌고, 또 소원을 성취한 불자가 부처님의 가피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세웠을 겁니다. 우리가 석탑을 세우는 마음으로 사찰로 가는 길목에 크고 작은 돌멩이를 주워서 돌탑을 쌓는 불심과 햐쿠도이시를 세우는 일본 사람의 불심이 다르지 않다며 지나쳤습니다.

종루

둥글둥글한 자갈돌로 쌓은 높은 기단 위에 종루를 세웠습니다. 슈젠지 바로 앞에 흐르는 강가에서 채취한 강돌이겠지요. 강돌은 강물의 흐름에 자기들끼리 이리저리 부딪히며 깎이고, 물길에 닳고 닳아 단단함만 남은 돌입니다. 그런 돌로 기단을 쌓았으니, 이 종루는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중생이 번뇌에서 벗어날 때까지 오래오래 종을 지켜낼 것입니다.

종루

네 개의 기둥에 비해 지붕가구부가 상당히 커 보입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인지 기단을 높이 쌓았습니다. 엇비슷한 크기의 강돌이 서로 맞물려 상당히 야물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한 개의 둥그스레한 돌이 여섯 개의 돌로 둘러싸였고, 네 귀퉁이 기둥 역할의 돌은 홀 모양으로 흘러내려 안정감을 줍니다.

종루는 기둥의 틀어짐을 막고자 얽은 하인방 뺄목이 꾸밈없이 삐져나왔고, 그 기둥 위에 3층의 살미를 올린 후 지붕을 얹혔습니다. 네 개의 기둥 위쪽에는 45도 방향으로 밖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으르렁거리는 사자를 조각해 장식하였습니다. 이 사자(駒犬 코마켄)는 우리나라 사찰의 추녀마루에 장식된 잡상처럼 액운을 막아내는 수호신 역할을 합니다.

코마켄

으르렁하고 울부짖는 사자처럼 보이는데, 이름은 코마켄(駒犬) 으로 ‘말 구’자에 ‘개 견’자를 씁니다.

기단과 만나는 기둥 맨 아래쪽에는 앙련 모양으로 만든 금속판을 부착했는데, 기둥의 키가 큰 탓으로 아래쪽에 들이치는 눈과 빗물로부터 나무 기둥을 보호하는 수단입니다.

높은 종루에 종도 높이 달았습니다. 우리나라 범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부드럽게 넓어지다가 좁아지는 듯 끝나는데, 일본 종은 곡선 없이 흘러내리는 원통형입니다.

종이 높게 달린 만큼 종을 치는 방법과 자세도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종을 칠 때 허리 아래에서 당목을 뒤로 당겼다가 밀어서 치는데, 일본 종은 당목을 어깨에 올려서 치거나 만세를 부르듯 머리 위로 높이 받들어서 칩니다. 

범종은 종 아래를 오목하게 파냈거나 항아리를 묻어 소리의 울림을 크게 하고 멀리 퍼져나갑니다. 일본 종은 소리가 퍼져나가게 하는 별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서 종소리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일본 종

슈젠지가 아닌 다른 사찰에 있는 종인데, 같은 모양입니다.

범종은 동서남북 쪽으로 4개의 유곽을 가졌고, 각 유곽은 9개의 유두를 가져서 총 36개의 유두로 장식되었습니다. 슈젠지의 종은 동서남북 쪽으로 4개의 유곽을 가졌고, 각 유곽은 25개의 유두, 동서남북 사이에 각각 2개를 가져서 총 108개의 유두로 장식되었습니다. 이렇게 장식된 108개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종소리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듣게 하고, 중생들은 모두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