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태어나거나

하늘을 나는 건달바가 되거나

야차의 세계로 가거나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겠지만,

그러나 나에게 그 모든 번뇌가

부서지고 파괴되고 멸진되었다. 

마치 아름다운 백련이

물에 젖지 않듯

나는 세상에 물들지 않아

바라문이여, 깨달은 님이다.

                      - 전재성 님 옮김

(사진=장명확)

어떤 물건이나 재산 따위를 골고루 공평하게 나누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드물다.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줄 때 형제·자매 사이에서 온갖 추태가 난무하는 것을 주위에서 종종 목격하게 된다. 오죽하면 ‘어리석은 부모와 욕심 많은 장남이 있는 집안은 풍비박산 나기 쉽다.’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나누는 것에서 문제가 생기면 혈육도 원수가 되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반목하게 되거나 소원해지는 경우를 그리 어렵지 않게 경험하거나 보게 된다. 공평하게 누구도 큰 불만이 없도록 나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에도 ‘공평하게 나누는 지혜’를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들었을 때, 화장 후 수습한 유골(사리)을 공평하게 나누는 어려운 역할을 훌륭하게 담당해 낸 이가 바로 브라만 도나(Doṇa)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든 장소인 꾸시나라의 말라 족 사람들이 화장 후 수습한 부처님의 사리를 보석처럼 소중히 다루며 공회당에 모시고 7일 동안 공양을 올렸을 때, 부처님의 반열반 소식을 들은 각국에서 파견된 사신들이 속속 꾸시나라에 도착했다. 마가다 국을 비롯해서 웨살리의 릿차위 족, 까삘라왓투의 사끼야 족, 알라깝빠의 불리 족, 라마촌의 꼴리야족, 웨타디빠의 브라만 대표 등이 저마다 사리를 분배해 줄 것을 말라 족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말라 족 사람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부처님께서 말라 족의 마을에서 반열반에 드셨으니 꾸시나라 땅의 백성들이 마땅히 사리를 모시고 공양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나눠달라’, ‘줄 수 없다’는 실랑이는 점차 다툼으로 번졌고 마침내 전쟁이라도 곧 일어날 정도로 험악해졌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자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브라만 도나가 나섰다. 

“자자, 자애로운 여러분, 흥분을 가라앉히고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늘 관용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거룩한 분의 사리를 두고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할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세존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 우정 어린 화목으로 하나가 되어 세존의 사리를 여덟 등분으로 나누어 온 세상에 사리탑을 세웁시다. 자애로운 여러분, 우리 모두 우정을 다지고 화목으로 하나가 됩시다. 세존의 사리를 공평하게 나누어 온 세상에 사리탑을 세웁시다. 그리하여 인류 모두가 세상의 빛인 붓다를 믿고 따르게 합시다.” 

                                                           -졸저 <붓다연대기> 중에서.

사실 도나는, 부처님께서 직접 그가 머물고 있는 곳까지 찾아가 가르침을 전한 인물이기도 하다. 도나는 이때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돌아오지 않는 님[不還者]이 되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사리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지혜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도나는 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의 중요성은 부처님이 직접 당신을 깨달은 님, 즉 붓다라고 부르라고 선언한 첫 인물이라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부처님께서 스스로를 부처, 즉 깨달은 님으로 부르라고 일러준 것은 물론이고, 부처님 열반 후 사리를 분배하는 중요한 역할까지 담당했으니 도나와 부처님 사이의 큰 인연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아무려나,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쎄따비야(Setavyā)로 가셨는데, 유행의 목적은 도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쎄따비야는 히말라야 산 근처의 꼬쌀라 국의 도시인 욱깟타(Ukkaṭṭha) 시 근처에 자리한 곳이다. 이곳에서 도나는 그를 추종하는 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있는 스승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쎄따비야 시와 욱깟타 시 사이의 지방도로를 걷고 있었는데, 마침 도나가 부처님의 발자국에 수레바퀴가 나 있고 천 개의 바큇살과 바퀴테와 바퀴통이 있어 모든 형태를 구비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것은 인간의 발자국이 아니다!’라고 놀라 발자국을 따라가서 한 나무 밑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부처님을 만났다. 부처님의 발자국에서 드러난 범상함을 눈치챈 도나는 이 자리에서 부처님께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이 내용이 <앙굿따라니까야>4:36 ‘세상의 경(Lokasutta)’에 나온다.

"존경하는 분은 신[Deva]이 되실 것입니까?" 

"아니요, 바라문이여, 나는 신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존경하는 분은 간답바(Gandhabba, 건달바)가 되실 것입니까?"

"아니요, 바라문이여, 나는 간답바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약카(Yakkha, 야차)가 되실 것입니까?" 

"아니요, 바라문이여, 나는 약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존경하는 분은 인간(Manussa)이 되실 것입니까?"

"아니요, 바라문이여, 나는 인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존경하는 분은 무엇이 되실 것입니까?" 

"바라문이여, 내가 번뇌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면 신이나, 간답바, 약카, 인간이 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번뇌들은 모두 파괴되었고, 그 뿌리조차 잘렸고, 줄기만 남은 야자나무처럼 되어 소멸했고,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치 청련, 홍련, 백련이 물에서 생겨나 자라지만, 물에 젖지 않고 피어나듯이, 나는 세상에 젖지 않고 머뭅니다. 그러므로 브라만이여, 그런 나를 깨달은 님, 부처라고 기억하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법을 하시고, 설법 내용을 한 편의 시로 정리해 읊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