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아상가 논사의 탱화

자성광명(自性光明)이라고 하는 그것은 태양과 허공처럼, 객진의

번뇌와 소지(所知)의 짙은 구름의 장애로 가려졌으니,

무구(無垢)의 불덕(佛德)을 모두 갖추었고, 상주(常住), 견고하며, 영원한 불성(佛性)이다.

그것은 법에 대한 무분별지와 분석하는 지(智)를 의지하여 성취된다. [2.3]

།རང་བཞིན་འོད་གསལ་ཞེས་བརྗོད་གང་ཡིན་ཉི་དང་མཁའ་བཞིན་གློ་བུར་གྱི།

།ཉོན་མོངས་ཤེས་བྱའི་སྤྲིན་ཚོགས་སྟུག་པོའི་སྒྲིབ་པ་ཡིས་ནི་བསྒྲིབས་གྱུར་པ།

།དྲི་མེད་སངས་རྒྱས་ཡོན་ཏན་ཀུན་ལྡན་རྟག་བརྟན་གཡུང་དྲུང་སངས་རྒྱས་ཉིད།

།དེ་ནི་ཆོས་ལ་མི་རྟོག་རྣམ་འབྱེད་ཡེ་ཤེས་དག་ལ་བརྟེན་ནས་འཐོབ།

앞에서 보리의 8상 중에 ①본성 ②인(因)을 제시하였는데, 2.3번 게송은 그 두 가지에 대한 설명이다. 1행에서 3행까지는 보리의 ①본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제4행은 보리의 ②인(因)을 논의한다.

"자성광명(自性光明)이라고 하는 그것은"라고 하였다. 심자성(心自性)은 바로 광명(Tib. 'od gsal ba, Skt. prabhāsvara)이며, 그 양상을 여러 비유로써 설명한다. "태양과 허공처럼"이라고 하였는데, 심자성은 먼지와 구름에서 벗어난 태양과 허공과 같다는 것이다.

일체유정에게 마음이 있으며, 마음의 자성은 광명(光明)·청정(淸淨)이라지만, 어째서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는가? "객진의 번뇌와 소지(所知)의 짙은 구름의 장애로 가려졌으니,"라고 하였다. 태양은 늘 찬란하게 빛나며 허공은 맑지만, 두꺼운 구름에 덮여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심자성은 객진(客塵)의 번뇌장과 소지장에 가려져 있기에 지금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두터운 구름에 덮여 있더라도 태양의 빛과 허공 자체를 가릴 수는 없다.

"무구(無垢)의 불덕(佛德)을 모두 갖추었고, 상주(常住), 견고하며, 영원한 불성(佛性)이다."라고 하였다. 심자성에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무구(無垢)한 불덕(佛德)이 갖추어져 있다. 그것은 늘 상주(常住, Tib. rtag, Skt. nitya)하며 견고(Tib. brtan, Skt. dhruva)하고 영원(Tib. g.yung drung, Skt. śāśvata)한 채로 내재해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무엇에 의지하여 성취해야 하는가? "그것은 법에 대한 무분별지와 분석하는 지(智)를 의지하여 성취된다."라고 하였다. 인식 주체와 대상, 즉 능(能)과 소(所)를 벗어난 무분별지(無分別智, Tib. mi rtog, Skt. akalpana)에 의해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법을 잘 분석하는 지혜에 의지하면, 보리 즉 마음의 자성광명(自性光明)을 성취할 수 있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2가지 청정(Tib. dag pa gnyis ldan)을 갖춘 부처, 즉 자성광명(自性光明)이라고 요의(了義)의 교(敎)에서 설하는 그 보리(菩提)는 4가지 특징을 갖춘다. 지(智, Tib. ye shes)가 태양과 같이 광대하며 단(斷, Tib. spangs pa)이 허공과 같은, ①청정성(淸淨性)의 특징이 있다. 구름과 같은, 객진염오(客塵染汚)인 번뇌장과 소지장에 가린 더러움이 없으니(無垢), ②장애를 제거(斷)한 특징이 있다. 무구(無垢)한 부처의 덕, 힘(力) 등의 모든 것을 갖추고, 상주(常住), 견고, 영원한 속성이며, 그러한 부처의 성품(Tib. sangs rgyas nyid)이 발현된 것이니, ③덕(德)을 갖춘 양상의 특징이 있다. 보리(菩提)는, 등지(等持)에서 일체법(一切法)에 대한 무분별지(無分別智)와 후득(後得)에서 소지(所知)를 분석하는 지(智)를 통해 도(道)를 닦아 의지해 성취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④인(因)의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4상(四相)을 갖춘다."

학생 : 어떻게 하면 무분별지를 경험할 수 있습니까?

켄뽀: 헌신에서 비롯되는 깊은 믿음과 확신을 통해, 마음이 지극히 고요하고 평화로우면 기쁨 속에서 분별 망상이 가라앉는다. 이 경험이 무분별의 경험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 치밀한 논리적 분석을 통해, 일체법이 모두 무아(無我)이고 공(空)임을 확신하면 그때 일시적으로 망상분별이 끊어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므로 첫 번째로는 헌신과 믿음, 일체법을 청정하게 보는 인식(Tib. dag snang)을 통해 무분별에 들어갈 수 있고, 두 번째로는 논리적인 분석을 통하는 길이 있다. 이것은 수행자의 기질과 근기에 따른 차별이다.

부처(佛)는 불가분(不可分)이며

청정법(淸淨法)으로써 구분되며

태양과 허공처럼, 지(智)와

버림(斷) 2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2.4]

།སངས་རྒྱས་ཉིད་ནི་དབྱེར་མེད་པ། །དག་པའི་ཆོས་ཀྱིས་རབ་ཕྱེ་བ།

།ཉི་མ་མཁའ་བཞིན་ཡེ་ཤེས་དང་། །སྤངས་པ་གཉིས་ཀྱི་མཚན་ཉིད་དོ།

"부처(佛)는 불가분(不可分)이며" 라고 하였다. 여기서 '부처'는 보리(菩提)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부처의 보리와 일체유정의 심상속(心相續)에 내재하는 여래장(如來藏)에는 어떠한 차별도 없다. 앞에서 여래장에 대해 설명할 때, 부처에게 있는 여래장과 범부 유정에게 내재한 여래장은 불가분(不可分)이며 동일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중생과 부처의 여래장이 불가분이라면, 중생이 부처가 되고 부처가 중생이 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바로 "청정법(淸淨法)으로써 구분되며"이다. 앞에서 허공의 비유를 들었는데, 구름에 덮여있을 때의 허공과 구름이 한점도 없을 때의 허공은 허공 자체의 측면에서는 조금의 차별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차별이 있다. 마찬가지로 바탕이 청정하다는 점에서는 차별이 없지만, 객진(客塵)의 염오가 청정한 경우에는 부처, 염오가 청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중생이라고 한다. 청정함에는 ①본래청정(本來淸淨, Tib. ngo bo ye dag)과 ②객진청정(客塵淸淨, Tib. lo bur bral dag) 두 가지가 있다. 본래 바탕이 청정함은 동등하지만, 객진이 청정하느냐의 여부로써 중생과 부처는 구분할 수 있다.

"태양과 허공처럼, 지(智)와 버림(斷) 2가지를 특징으로 한다."라고 하였다. 보리, 즉 부처의 덕을 설명할 때 크게 증덕(證德, Tib. rtogs pa'i yon tan)과 단덕(斷德, Tib. spang pa'i yon tan) 2가지라고 한다. 증덕(證德)은 '지(智)'로, 본성을 증득한 법신(法身)을 가리킨다. 단덕(斷德)은 객진의 염오가 제거된 측면을 가리킨다. 보리는 이 2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지(智)는 여기서 '태양'에 비유되는데, 태양은 어둠을 제거하는 등의 작용을 하듯, 지(智)도 객진의 염오를 없앤다. 그리고 구름이 모두 사라진 허공은 버림(斷)의 덕에 해당한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부처의 보리는, 자성청정(自性淸淨)한 일체의 본성이 불가분(不可分)으로 머무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객진의 염오에서도 벗어나니, 2가지 청정을 갖춘 법으로써 실로 구분되는 바이다. 또한 태양은 자성이 광명이며, 허공의 자성이 청정인 것과 마찬가지로, 지(智)의 자성이 불가분이며 광명의 덕인 증(證)이며, 2가지 장애가 청정하여 단(斷)이니, 단증(斷證) 2가지의 완전한 특징을 갖추고 있다."

광명이며, 무작(無作)이며, 차별 없이

작용하며, 갠지스강의

모래알보다도 많으므로, 부처의

모든 속성을 갖춘 것이다. [2.5]

།འོད་གསལ་བྱས་མིན་དབྱེར་མེད་པར། །འཇུག་ཅན་གང་གཱའི་ཀླུང་གི་ནི།

།རྡུལ་ལས་འདས་ཕྱིར་སངས་རྒྱས་ཀྱི། །ཆོས་རྣམས་ཀུན་དང་ལྡན་པ་ཉིད།

"광명이며, 무작(無作)이며"라고 하였다. 보리의 속성은 '광명(Tib. 'od gsal, Skt. prabhāsvara)'이다. 이 광명인 것은 인(因)과 연(緣)에 의해 새롭게 성립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작(無作, Tib. byas min, Skt. akṛtaka)'이다. 보리는 본래부터 시작 없는 때로부터 본래 광명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기세간(器世間)과 유정세간(有情世間) 일체가 유래한 곳은 어디인가? 바로 이 심자성(心自性)이라 할 수 있다. 이 심자성·광명은 본래부터 존재해온 것이지만, 그것에 의해 성립된 세계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마음의 청정한 본성은 광명에 비유되고, 그것을 가리는 염오는 어둠으로 비유된다.

"차별 없이 작용하며," 라고 하였다. 심자성•광명이 일체법을 대하고 일체법에 작용해 들어감에, 자성광명(自性光明)이 일체에 두루 편재한다. 마치 허공이 일체법에 편재하는 것과 같다.

"갠지스강의 모래알보다도 많으므로, 부처의 모든 속성을 갖춘 것이다."라고 하였다. 갠지스강 모래알의 개수는 헤아릴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보리는 청정하고 광명이며 일체에 편재하면서,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덕(佛德)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허공이 존재한다고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허공을 느끼지도 지각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활용하는 모든 사물은 바로 이 허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계(心界, Tib. sems kyi khams)에는 온갖 덕이 본래 내재해 있으나,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은, 바로 이것을 알고 느끼고 경험하기 위함이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무루계(無漏界)는 자성광명(自性光明)의 법신(法身)으로, 인(因)과 연(緣)에 의해 실로 모이는 것이 아니다. 일체유정의 자성(自性)에 불가분(不可分)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면서, 그것은 갠지스강의 모래알도 초월하는 한량없는 불덕(佛德)인 힘(力) 등의 모든 법을 본래 무공용(無功用)으로 구족한 것이다."

학생 : 화엄교(華嚴敎)에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즉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가 있다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우리가 티베트불교의 예경 기도문 중에도, 하나의 먼지 위에 티끌처럼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이 계신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지금 『보성론』에서, 이 마음에 갠지스강의 모래알보다도 많은 부처의 덕이 내재해 있다는 것도 같은 의미의 표현일까요?

켄뽀 :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우선 화엄의 가르침에서는 정토(淨土)의 성립 양상을 설명하면서, 하나의 티끌에 무수한 티끌이 있고, 각각의 티끌마다 다시 무수한 부처님이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보성론』의 2.5에서는 본질이라는 것이 있으며, 본질은 바로 심자성(心自性)이라고 하며, 이 심자성에는 본래부터 모든 덕이 구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심자성에 모든 덕이 본래 구족된 것은 승의제(勝義諦)의 양상을 드러낸다면, 하나의 티끌 중에 무수한 티끌이 있고, 각각의 티끌마다 한량없는 부처가 있는 모습은 세속제(世俗諦)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간다면 같은 맥락의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화엄의 가르침은 일법(一法)의 성(性)이 곧 만법의 성(性)이라는 것이므로, 그러한 원리에서 하나의 티끌 위에 무수한 티끌이 있고 다시 티끌 각각마다 무수한 부처님이 계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 밀교의 수행 의궤에서도 모공마다 많은 본존불이 계시는 것을 관하지 않습니까?

켄뽀 :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밀교(密敎)에서는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의 5대(五大)를 단순히 물질로 볼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부처의 자성으로 보라고 가르친다. 흙 알갱이 하나는 부처인가 부처가 아닌가? 답하자면, 흙 알갱이 하나도 바로 부처이다. 본질적 측면에서는 흙 알갱이 하나는 있는 그대로 곧 부처이다. 그러나 청정하지 못한 사람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지 않고 다만 흙 알갱이로 보일 뿐이다.

자성(自性)이 성립하지 않으며,

편재하며, 객진성(客塵性)으로,

번뇌와 소지(所知)의 장애이니, 그것을

구름과 같다고 말한다. [2.6]

།རང་བཞིན་གྱིས་ནི་མ་གྲུབ་དང་། །ཁྱབ་དང་གློ་བུར་བ་ཉིད་ཀྱིས།

།ཉོན་མོངས་ཤེས་བྱའི་སྒྲིབ་པ་དེར། །སྤྲིན་དང་འདྲ་བར་བརྗོད་པ་ཡིན།

혹자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비록 자성광명(自性光明)의 청정한 본성이 본래 내재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장애하는 염오 또한 무시이래로 항상 함께 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염오를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2.6번 게송은 이 의혹에 대한 답변이다. "자성(自性)이 성립하지 않으며,"라고 하였다. 객진의 염오는 자성으로 성립하지 않는다(Tib. rang bzhin gyis ma grub pa, Skt. svabhāva-apariniṣpatti)고 한 것이다.

"편재하며"라고 하였다. 객진의 염오는 일체 유정의 마음속에 두루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은 본래 내재된 것은 아니다. 즉 그것은 "객진성(客塵性)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객진의 염오의 양상은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하고 한량이 없지만, 그 모두를 요약하면, "번뇌와 소지(所知)의 장애이니"라고 하였듯이,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 2가지이다. "그것을 구름과 같다고 말한다."라고 하였다. 이 번뇌장과 소지장은 허공에 낀 구름과 같다. 구름은 허공의 자성으로 성립되지 않기에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번뇌장과 소지장도 마음의 자성으로 본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없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