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아상가 논사의 탱화
 

『구경일승보성론』과 인연을 맺은 이래, 이 논의 제목만 접하더라도 나는 늘 특별한 감흥이 일어난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 티베트 본토의 캄빠가르(khams pa sgar) 사(寺)의 강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하루는 다른 스님들과 함께 물품을 꺼내러 법당에 올라갈 일이 있었다. 그날은 날이 매우 쾌청했고, 나는 심신이 무척 편안하고 고요했다. 물품을 가지고 법당을 내려오던 순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보성론』의 한 구절을 읊조렸다. "심자성(心自性)은 빛나는 것이니, 그것은 허공처럼 불변(不變)이며, 허망분별로부터 발생한 욕망 등 객진(客塵)의 염오로 인해 그것은 번뇌가 되지 않는다." 1.63번 게송이다. 마음의 본성은 광명이며 허공처럼 불변(不變)이니, 진실하지 않은 허망분별과 그로부터 비롯된 욕망이 결코 더럽히지 못한다. 이 구절을 따로 외우거나 유념해두지 않았는데도, 의도치 않게 입 안에서 게송이 솟아났다. 지금도 그날의 마음과 경험은 매우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예전에 라룽가르(Tib. bla rung sgar) 사(寺)에서 수학할 때, 그곳에는 위대한 스승이자 수행자이신 직메푼촉('jigs med phun tshogs, 1933-2004) 스님께서 주석하셨다. 라룽가르 사(寺)는 해외에는 오명불학원(五明佛學院)이라고 알려진 거대한 승원(僧院)으로, 터 자체는 1880년에 뒤좀링빠(bdud 'joms gling pa, 1835-1903) 대사가 창건하였다. 1980년부터 직메푼촉 스님을 중심으로 처음에는 소박한 불교 수행자들의 공동체였던 이곳이 확장되어 경론 연구 기관인 강원(講院, Tib. bshad grwa)과 선원(禪院)인 둡다(Tib. sgrub grwa)가 건설되었고, 이후 문법, 언어학, 인식론, 논리학, 계율학, 중관학, 유식학, 밀교학, 대원만(大圓滿, Tib. rdzogs chen) 등의 불학(佛學)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개설되었다. 이후 라룽가르 사는 동부 티베트 전역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만 명이 거주하며 공부하고 수행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불교 교육기관이자 수행 도량이 되었다.

직메푼촉 스님은 늘 대중에게 대원만(大圓滿)의 가르침은 심오하지만 동시에 매우 쉬운 것이며, 대원만의 견해 속에서 등지(等持)할 수 있다면 다른 수행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기쁨과 안락으로 충만한 대원만의 탁월한 공덕을 설명하셨다. 대중에게 설법하실 때 나는 그 뜻을 깨닫고자 전력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저 듣는 것만으로 당장에 특별한 깨달음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이 이치는 단순히 머리로 이해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성론』 1.153에서 "자생(自生)들의 승의(勝義)는 오직 믿음으로써 아는 바이니"라고 하였던 것을 기억하는가? 부처님들의 진리는 믿음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한 믿음은 막연히 믿는 것을 넘어서, 열의와 환희가 함께하는 확신이다.

까규파의 조사(祖師)인 감뽀빠 쐬남 린첸(Sgam-po-pa bsod-nams rin-chen, 1079-1153) 대사는 까규파(派)의 대수인(大手印, Tib. phyag rgya chen po, Skt. mahāmudrā) 가르침은 바로 미륵께서 설하신 『보성론』의 주제와 다르지 않다고 하셨다. 대수인이란 무엇인가? 바로 마음의 본질, 즉 심자성(心自性)이다. 불(佛), 법(法), 승(僧)과 여래장, 마음의 자성(心自性)을 설명함에, 『보성론』은 다른 어떤 논보다도 심오하고 광대하다. 이 논은 여래장을 다양한 논의, 예시, 비유를 통해 정교하게 연설한다. 그러므로 『보성론』의 내용을 듣고 사유하며 스스로 수행한다면, 자신의 마음의 본질을 깨닫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일상의 행위 속에서 이 논의 의미를 조금씩이라도 적용해 본다면, 반드시 이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듭 말하듯이 단순히 문구를 잘 해석하고 내용을 잘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이 논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고 할 수 없다. 심자성은 언어를 넘어선 것이고, 분별(分別)의 영역에서도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불교 공부를 하는 것은,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그 의미를 실천하고 실현하기 위함이다. 『보성론』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믿도록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자신이 먼저 여래장(如來藏)·심자성(心自性)이 내재함을 확신해야 한다.

『구경일승보성론』의 7금강구 중에서 ①불(佛) ②법(法) ③승(僧) ④계(界)까지 설명을 마쳤고, 이제 ⑤보리(菩提, Tib. byang chub, Skt. bodhi)를 설명하는 순서이다.

세간에 부처가 출현하시고 법을 설하시며, 그 법을 듣고 수행하는 승(僧)이 생겨난다. 승(僧)은 심자성(心自性)·여래장(如來藏)의 가르침을 전한다. 가르침을 듣고 나에게 여래장이 내재함을 알게 된다. 이것에 바탕을 두고 수행하면 어떠한 과(果)를 얻는가? 바로 보리를 성취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논의하는 보리는 위에서 말한 심자성(心自性), 여래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객진의 염오에 덮여 있을 때는 계(界)라고 하고, 객진의 염오가 사라지면 여래장이라고 한다. 이것은 구름에 덮인 허공과, 구름이 완전히 사라진 맑은 허공으로 비유할 수 있다. 구름이 아무리 몰려오더라도, 허공은 결코 변함이 없다.

청정, 성취, 벗어남, 자리(自利), 이타(利他),

토대, 심원함, 광대함,

위대함인 그것은

언제까지나 있으며, 바로 그러한 것(如如)이다. [2.1]

།དག་ཐོབ་བྲལ་བ་རང་གཞན་དོན་། །དེ་བརྟེན་ཟབ་དང་རྒྱ་ཆེ་དང་།

།བདག་ཉིད་ཆེན་པོ་དེ་ཡང་ནི། །ཇི་སྲིད་དུས་དང་ཇི་ལྟ་ཉིད།

데게판의 2.1의 1행(D4024, 123-62a, 7)에는 rang bzhin don이라고 되어 있으나, rang gzhan don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괴 로짜와 숀누뺄의 주석에서도 rang gzhan don으로 교정하고 있다.

보리(菩提, Skt. bodhi)의 티베트어인 byang chub을 살펴보면, byang은 장애를 정화해서 벗어났다는 의미이고, chub은 본질을 체득했다는 뜻이다. 이 논에서는 보리에 관해, "청정, 성취, 벗어남, 자리(自利), 이타(利他), 토대, 심원함, 광대함, 위대함인 그것은"이라고 하였다. 보리는 자성이 '청정'한 것이다. 이 청정은 도(道)를 수행함으로써 '성취'해야 하며, 수행하지 않는다면 성취할 수 없다. '벗어남'이란, 보리는 번뇌장과 소지장의 객진(客塵)의 염오에서 모두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청정하며 수행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며 객진의 염오에서 벗어난 그것은 '자리(自利)'이면서 '이타(利他)'이다. '토대'란, 보리가 많은 공덕이 존재하는 바탕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심원함'은 법신(法身)이고 '광대함'은 보신(報身)이며, '위대함'은 화신(化身)에 해당한다.

"언제까지나 있으며, 바로 그러한 것(如如)이다."라고 하였다. '언제까지나 있으며(Tib. ji srid dus)'는 허공계(虛空界)가 머무는 한 언제까지라도 결코 그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보리는 시간을 초월하므로 없어지는 일이 결코 없다. '바로 그러한 것(如如)'은 보리가 바로 본질(Tib. gnas lugs) 임을 뜻한다.

잠공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도(道)를 완성한 결과로, 깨달음의 본질인 보리는 8가지 특징을 지닌다. ①장애가 청정함, ②도(道)를 수습하는 힘에 의해서 성취됨, ③버릴 바에서 벗어남, ④자신과 타인의 이익을 성취함, ⑤그 토대가 되는 력(力) 등을 갖춤, ⑥심오한 법신, ⑦광대한 보신(報身), ⑧위대한 화신(化身)이라는 분류가 있음이니, 윤회가 머무는 한 지속되며, 법성의 있는 그대로의 자성(自性)이라고 알아야 한다."

본성, 인(因), 과(果),

행위(業), 갖춤(具足), 행입(行入),

상주(常住), 불가사의로써

불지(佛地)는 결정된다. [2.1]

།ངོ་བོ་རྒྱུ་དང་འབྲས་བུ་དང་། ལས་དང་ལྡན་ལ་འཇུག་པ་དང་།

།དེ་རྟག་བསམ་མི་ཁྱབ་ཉིད་ཀྱིས། །སངས་རྒྱས་ས་ནི་མཉམ་པར་གཞག

"본성, 인(因), 과(果), 행위(業), 갖춤(具足), 행입(行入), 상주(常住), 불가사의로써"라고 하였다. 앞에서 1장에서는 여래장을 10상(十相)으로 설명했다. 2장에서는 8상으로써 보리를 설명한다. 보리의 8상은 ①본성(本性, Tib. ngo bo, Skt. svabhāva) ②인(因, Tib. rgyu, Skt. hetu) ③과(果, Tib. 'bras bu, Skt. phala) ④행위(業, Tib. las, Skt. karma) ⑤갖춤(具足, Tib. ldan, Skt. yoga) ⑥행입(行入, Tib. 'jug pa, Skt. pravṛtti) ⑦상주(常住, Tib. rtag, Skt. nitya) ⑧불가사의(不可思議, Tib. bsam mi khyab, Skt. acintya)이다.

본성은 보리의 본성인 광명과 청정이다. 인(因)은 보리를 성취하기 위한 원인으로, 등지(等持)와 후득(後得)에서 도(道)를 수행하는 것이다. 과(果)는 인(因)에 의해 성취되는 결과로 자리(自利)의 법신(法身)과 이타(利他)의 색신(色身)이다. 행위(業)는 부처의 행(Tib. 'phrin las, Skt. karma)을 가리키는데, 예를 들면 법륜(法輪)을 굴리는 것 등이다. 갖춤(具足)이란 력(力)과 무외(無畏)와 같은 불공(不共)의 여러 덕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행입(行入)이란, 본질에는 어떠한 차별도 본래 없지만,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법신, 보신, 화신 등으로 행하여 들어가는 양상의 차별을 의미한다. 보리는 찰나로 변화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상주(常住)이다.

불가사의란, 범부 유정의 생각과 마음으로 헤아릴 수 있는 영역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대상에는 세간의 인식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있고, 세간의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있다. 심자성(心自性)이라 하든, 보리라고 하든, 이것은 세간의 인식 범위를 초월한 것이다. 우리가 법을 수행한다고 하는 것은, 세간을 초월한 것을 닦는 것이다. 이러한 출세간의 법을 증득한다면, 겉보기에는 살과 피의 육체를 가져 일반적인 범부와 다르지 않게 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는 다른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가사의한 법성(法性)·자성(自性)·본질을 향해, 확신, 믿음, 열의를 일으켜야 한다. 법성은 불가사의하기에 부처님의 혀로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은 언어와 분별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불지(佛地)는 결정된다."라고 하였다. 불지(佛地)는 보리를 의미한다. 보리를 이상과 같이 8가지 상으로써 규정한다는 의미이다.

잠곤꽁뚤 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므로 계(界)는 자성정청이고, 버려야 할 바인 객진의 염오에서 벗어나서, 2가지 청정을 갖춘 것이 본성의 의미이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등지(等持)와 후득(後得)의 도(道)를 수행하는 것이 인(因)의 뜻이다. 도(道)를 수행함으로써 2가지 장애의 염오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果)의 의미이다. 장애를 제거함으로써 자타(自他)의 두 가지 이익을 성취하게 하는 것이 행위의 의미이다. 그것의 토대가 되는 불가사의한 덕을 갖춘 것이 구족(具足)의 뜻이다. 또한 자성신(自性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3신(三身)을 구별하는 것이 행입(行入)의 의미이다. 그리고 중생과 허공이 머무는 한 있는 것이 상주(常住)의 의미이다. 궁극의 있는 그대로의 양상은 범부들에게 불가사의하다는 뜻이니, 이 8가지 주제로써 궁극의 과(果)인 불지(佛地)를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