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귀를 삼가지 않고

감관을 지키지 않으면

탐욕적 사유를 따르게 되어

파리들이 그를 좇으리라.

수행자가 더럽히고

비린내에 젖을 때

열반과 동떨어진

그의 운명은 고통일 뿐이다. 

마을에서나 숲에서나

평온을 찾지 못하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는 자는

파리들이 자신들을 좇게 만든다. 

거짓 없는 계행을 갖추고

지혜롭게 평안을 즐기는 자는

파리들을 내쫓았기에

고요하고 행복하게 산다. 

(사진=장명확)

한 사람이 일생동안 추구하는 것, 즉 욕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간이 살아가면서 갖는 욕망은 식욕(食慾), 성욕(性慾), 명예욕(名譽慾)이라 한다. 범부들은 이 세 가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사실 이 세 가지 욕망은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오욕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 오욕은 식욕, 물욕, 수면욕, 명예욕, 성욕을 말한다. 이 가운데 식욕은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생기는 욕망이다. 그런데 죽는 순간까지 버리지 못하는 욕망은 명예욕이다. 그래서인지 세 가지 욕망 중에서 가장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 명예욕이라는 학설이 우세하다. 식욕이나 성욕, 수면욕과 같은 욕망은 본능적인 욕망으로, 세월이 흘러 늙어지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지만, 명예욕은 나이를 상관하지 않는 욕망에 해당한다. 명예욕이 나쁜 쪽으로 드러나면 권력욕이 되어 자기 명예를 직함이나 벼슬이 지켜준다고 믿고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최근의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권력에 취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말이다. 명예욕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명예욕이란 출세나 성공과 같은 좁은 범위의 의미에서부터 남에게 어떻게 보이냐는 것으로까지 확대된다. 비교, 허세, 과시 등이 모두 명예욕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명예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honor의 의미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명예, 영예의 대표적 의미와 함께 특권, 면목, 체면, 신의, 신용, 도의심, 자존심, 경의, 존경, 훈장, 높은 지위, 포상 등이 모두 honor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려나, 이렇게 욕망에 휩싸여 그것에 휘둘리고 마침내 삶 자체를 파탄으로 이끄는 것은 결국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에 눈이 멀어 삶 자체를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끝없이 이어지는 윤회의 고통을 받게 된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3:126 ‘더럽힘의 경(Kaṭuviy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바라나씨 시의 이씨빠따나 지역에 있는 미가다야 공원에 계실 때, 탁발을 위해 바라나씨 시로 들어가던 중 한 수행승을 본 일이 있었다. 그곳은 우시장의 무화과나무 근처였는데, 부처님은 한눈에 한 수행승이 넋을 잃고 밖으로 정신이 팔려 새김이 없고 알아차림이 없고 집중이 없고 산만한 마음을 지니고 거친 감관을 지니고 있음을 간파한 후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행승이여, 수행승이여, 그대는 자신을 더럽히지 말라. 그대는 자신을 더럽혀 비린내에 젖게 하지 말고, 파리들이 따르게 하지 말고 좇게 하지 말라. 그것은 결코 옳지 않다.”

부처님의 따끔한 훈계를 들은 이 수행승은 그 자리에서 크게 외경을 일으켰다. 

부처님이 탁발을 마치고 수행처로 돌아와 수행들에게 이때의 일을 알리자, 수행승들이 무엇이 자신을 더럽히는 일이고, 무엇이 비린내이고, 무엇이 파리인가를 묻자 이 시를 읊는 것으로 답을 해 주었다.  

- 시어 ‘더럽히고’는 탐욕심을 낸다의 의미이다. 탐욕심을 내면 마음이 욕망에 휩싸여 안정되지 못하고, 흔들리고 산란하게 되어 더럽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탐욕심을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한 생각 돌려 올바른 쪽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마치 전미개오(轉迷開悟)의 가르침처럼, 탐욕심을 자비의 마음으로 돌리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 시어 ‘비린내’는 성내는 음, 즉 진심(瞋心)을 말한다. 진심은 흔히 왈칵 성을 내는 마음을 일컫지만, 그 스펙트럼은 생각 밖으로 넓다. 크게는 벌컥 성을 내는 것부터 작게는 꺼리는 마음까지가 모두 진심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사소하게 꺼리거나, 불편한 마음을 내거나, 애써 피해 가려는 마음까지 조절해 자비심으로 돌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 시구 ‘마을에서나 숲에서나’는 세속이든 탈속이든 어디서나라는 의미이다. 살고 있거나 머물고 있는 그곳이 어디든 탐진치 삼독심을 버리고 자비심을 발현하며 주인으로 살아가라는 의미가 이 시구에 담겨있다고 할 것이다. 

- 시어 ‘파리’는 ‘악하고 불건전한 것’을 말한다. 악하고 불건전한 것은 탐진치 삼독심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대상에 대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있는, 즉 악하고 선하지 않은 마음이 일어나면 ‘선한 대상을 사유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선한 대상을 사유하게 되면 악하고 불건전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 버려지거나 약화되고, 점차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해지고 집중되어 삼매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한 대상을 사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불교에서는 불법승 삼보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보시와 지계, 그리고 하늘세계에서 살고 있는 천신을 계속해서 생각하는 방법이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