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선생(善生)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의 재물을 없애는 업이 있다.
첫째는 술에 빠지는 것이다.
둘째는 노름하는 것이다.
셋째는 방탕하는 것이다.
넷째는 기악[技樂 춤과 노래]에 탐닉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악한 벗을 만나는 것이다.
여섯째는 게으른 것이다."

(ⓒ장명확)
여섯 가지 재물을 없애는 업 가운데
이 중 여섯째는 게으른 것이다.
게으른 자는 여섯 가지 이유를 대며 게으름을 피운다.
첫째는 부유하기를 바라기만 하면서 일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부유하기를 바라지만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만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룰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생각만 있고 실천이 없다. 씨앗은 심지 않고 수확만을 바라는 것이다.
둘째는 가난하고 궁하면서도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다.
가난하면 재물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일거리라도 찾아서
일을 해야 할 것인데 일을 찾으려는 생각도,
하는 일을 빨리 마칠 생각도 없다.
이러한 자세로는 재물이 생기지 않는다.
벌어 보았자 얼마나 벌겠냐는 생각으로 일에 적극적이지 않다.
재물은 생기지 않으나 먹고 입을 것은 쓸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가진 재물은 점점 없어진다.
셋째는 추운 때라 하여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다.
추운 때는 일을 하는 것이 힘들다.
너무 추우면 일을 할 수 없는 것도 맞다.
그러나 날씨가 춥지 않고 덥지 않아 일하기 적당한 날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이런 이유로 일을 하지 않으니 일을 할 수 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일하는 날이 적으니 소득도 적을 것이다.
이러한 조그만 성과마저도 때를 놓쳐 세월이 흐르면
빛이 바래 조금 이룬 일조차도 수확하지 못할 수 있다.
이렇게 재물은 스러져 간다.
넷째는 더운 때라 하여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다.
추운 때와 마찬가지로 더운 날도 있다.
더운 날이라 하여 일하지 않는다면 일을 필요한 시기에 맞출 수 없다.
또 춥고 더운 것은 느낌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또 협동하여 일을 이루어야 할 때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추위와 더위의 기준이 다르니 더워서, 추워서 일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1970년대에 한국 기업이 중동에 진출하려 현지 조사단을 보냈는데
보고서에 온도가 높아서 건설공사를 하기가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본 정주영 씨가 “낮이 더우면 밤에 하면 된다” 하며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며 중동 진출을 감행했다 한다.
그리고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부처님 말씀에 꼭 맞는 경우인 것 같다.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참으며 일을 해 나가야
재물을 이루고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는 때가 이르다 하여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다.
먼저 시작한다고 하여 손해가 나는 일은 별로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쉽게 찾는다” 는 속담도 있다.
모든 일을 미리 준비하여야 정시에 시작할 수 있다.
딱 맞춰서 시작하면 늦기 쉽다.
일을 먼저 시작하여 먼저 끝나면 아무 손해가 없다.
그러나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나면 손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넉넉하다고 여유를 가지다 보면 오히려 늦기도 한다.
때를 가리지 말고 부지런히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이룰 일이다.
여섯째는 때가 늦다 하여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다.
세상의 일들 중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안 하면 된다.
즉, 일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이기에 필요한 일이기에 일이라 한다.
세상의 속담에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이있다.
일을 해야 할 일이라면 늦었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렇게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피해가 온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피해가 생기는 것이다.
알아차린 순간부터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부지런히 노력할 것을 부처님은 권하신다.
이것을 게으름의 여섯 가지 손실이라 한다.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게으름을 그치지 않으면
그 집의 재산은 날로 줄어들 것이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낮에는 잠자기 좋아하고
밤에는 도리어 깨어서 바라는 것 많으며,
멍청하며 착한 벗 없고
집안의 살림살이 다스릴 줄 모르네.
이르다 늦다 하여 일하기 싫어하고
춥다 덥다 하여 다시 게으르니,
하는 일은 하나도 끝맺지 못하고
또 다 된 일도 오히려 망치는구나.
만일 추위와 더위 가리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힘써 일하면
어느 사업이고 안 될 것 없어
마침내 근심 걱정 없게 되리라.
<장아함 제2분 제12 선생경(善生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