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아상가 논사의 탱화
 

여소유(如所有)와 진소유(盡所有)의 내적인

지견(智見)이 청정하기 때문에

지혜로운 불퇴(不退)의 모임은

위 없는 공덕을 지닌다. [1.14]

།ཇི་ལྟ་ཇི་སྙེད་ནང་གི་ནི། །ཡེ་ཤེས་གཟིགས་པ་དག་པའི་ཕྱིར།

།བློ་ལྡན་ཕྱིར་མི་ལྡོག་པའི་ཚོགས། ། བླ་མེད་ཡོན་ཏན་དང་ལྡན་ཉིད།

"여소유(如所有, Tib. ji lta ba, Skt. yathāvat)"는 '있는 그대로'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마음의 자성(自性)• 법성(法性)을 가리킨다. "진소유(盡所有. Tib. ji snyed pa, Skt. yāvat)"는 보통은 '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소지(所知)의 모든 법'을 말한다. 그러나 1.14에서의 진소유(盡所有)는, 존재하는 모든 유정(有情)에게 심자성(心自性)이 있음을 안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다.

"내적인 지견(智見)이 청정하기 때문에"는 '있는 그대로(Tib. ji lta)'의 법성을 보는 지(智)가 청정하며, '모든 존재하는(盡所有)' 유정들에게 여래장(如來藏)•심자성(心自性)이 존재함을 아는 지(智) 또한 청정하다는 의미이다.

"지혜로운 불환(不還)의 모임" 이라고 하였다. 있는 그대로 보는 지(智)와 모든 유정에게 불성을 보는 지(智), 양자를 갖춘 '지혜로운' 이들은 '물러나지 않는 자들의 모임'에 속한다. '물러나지 않음(不退, Tib. phyir mi ldog pa, Skt. avivartya)'은 다시는 윤회로 물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업과 번뇌에 종속되어 윤회계에 태어나지 일이 다시는 없다는 것이다. "위 없는 공덕을 지닌다."라고 하였다. 성스러운 승가 곧 성중(聖衆)에게는 이러한 훌륭한 덕만이 가득하다.

다른 설명에 따르면, 1.14의 "여소유와 진소유의 내적인"은 여소유지(如所有智), 진소유지(盡所有智), 내명(內明)의 '지덕(智德, Tib. rtogs pa'i yon tan)'을 의미한다. "지견(智見)이 청정하기 때문에"는 '해탈의 덕(解脫德, Tib. grol ba'i yon tan)'으로, 청정함(Tib. dag pa)은 해탐장(解貪障), 해애장(解礙障), 해비장(解卑障)을 의미한다. 해탐장은 번뇌장(煩惱障)에서 자유로움이고, 해애장은 소지장(所知障)에서 자유로움이며, 해비장(解卑障)은 하열한 소승도(小乘道)에 떨어지면 생겨나는 허물에서 자유롭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불제자에게는 신심(信心)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을 믿는 마음인가? 삼보(三寶)를 믿는 마음이다. 삼보를 향한 믿는 마음을 어떻게 일으켜야 하는가? 삼보의 덕을 사유해야 한다. 삼보의 덕을 사유하려면, 먼저 삼보의 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삼보의 덕을 알려면 『보성론』에서 설하는 불(佛)의 덕, 법(法)의 덕, 승(僧)의 덕을 공부하고 반복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삼보의 덕을 마음 속으로 거듭 곱씹으면, 차츰 마음이 그것에 익숙해지고, 마침내 그 덕을 스스로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승보의 덕을 생각한답시고, 어느 스승이 외모가 수려하고 목소리가 아름다우며 제자와 권속이 많고 지위가 높고 권력이 대단한 것을 떠올린다면 이것은, 승보의 덕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떠올려야 할까? 1.14에서 설한 덕상(德相)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그 덕을 당장에 목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환경과 사물과 사람들을 청정한 것으로 보는 수행 즉 정상(淨相, Tib. dag snang)을 닦아야 한다.

하나의 주제로 거듭해서 깊이 사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러 해 무문관에 들어가 홀로 사유를 거듭한 유가행자들이, 비록 학습한 지식의 양은 적어도 이치에는 오히려 더 밝은 경우가 있다. 핵심적인 이치를 파악하면 세세한 것은 알지 못 하더라도 전체에 두루 통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미라래빠 존자가 계율의 세세한 항목은 모르지만 마음을 조복시킴으로써 계율을 이해했다고 말씀하신 그 고사와 마찬가지이다.

중생의 적정(寂靜)한 법성(法性)을

알기에 여소유(如所有)이니, 그것은 또한

자성적으로 완전히 청정하기 때문이고

번뇌가 본래부터 멸했기 때문이다. [1.15]

།འགྲོ་བ་ཞི་བའི་ཆོས་ཉིད་དུ། །རྟོགས་ཕྱིར་ཇི་ལྟ་ཉིད་དེ་ཡང་།

།རང་བཞིན་གྱིས་ནི་ཡོངས་དག་ཕྱིར། །ཉོན་མོངས་གདོད་ནས་ཟད་ཕྱིར་རོ།

1.15는 이것은 승보의 덕 중 여소유지(如所有智)의 덕에 대한 설명이다. "중생의 적정(寂靜)한 법성(法性)을 알기에 여소유(如所有)이니"라고 하였다. 적정(寂靜, Tib. zhi ba)이란 번뇌장과 소지장의 객진의 모든 장애가 사라져 고요함을 의미한다. 일체 중생의 법성(法性)이 적정함을 아는 것이 여소유지이다. "그것은 또한"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그것'은 중생의 법성을 가리킨다. 중생의 법성은 "자성적으로 완전히 청정하기 때문이고, 번뇌가 본래부터 멸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원래 부정한 것을 수행을 통해 청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체유정의 심자성(心自性)은 완전히 청정하고 본래부터 객진의 염오에 더러워진 적이 없다. 바로 이 본래 청정함을 깨달아야 한다.

소지(所知)의 극한까지 아는 지혜에 의해

일체지자(一切知者)의 법성(法性)이

모든 유정(有情)에게 있음을

보기에, 진소유성(盡所有性)이다. [1.16]

།ཤེས་བྱ་མཐར་ཐུག་རྟོགས་པའི་བློས། །ཐམས་ཅད་མཁྱེན་པའི་ཆོས་ཉིད་ནི།

།སེམས་ཅན་ཐམས་ཅད་ལ་ཡོད་པར། །མཐོང་ཕྱིར་ཇི་སྙེད་ཡོད་པ་ཉིད།

1.16은 승보의 진소유지의 덕을 설명한다. "소지(所知)의 극한까지 아는 지혜" 라고 하였다. '소지(所知)의 극한'은 궁극적인 실상을 의미한다. 소지(所知)의 극한까지 아는 지혜는 소지의 실상을 아는 마음으로, 승보(僧寶)는 궁극의 실상을 깨달아 안다. 그리고 승(僧)은, 자신이 깨달은 내용인 "일체지자(一切知者)의 법성(法性)이 모든 유정(有情)에게 있음을" 안다. 법성은 모두에게 존재하기에, 존재하는 모두에게 있는 성품인 '진소유성(盡所有性, Tib. ji snyed yod pa nyid, Skt. yāvadbhāvikatā)'이다.

만일 어떤 수행자가 자신이 특별한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이 깨달음은 오직 나에게만 있는 것이라고 자만한다면, 이것은 착각이다. 본성을 깨달았다면, 그것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존재함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생 모두에게 이미 갖추어져 있음에도, 다만 객진의 염오가 장애하여 보지 못 함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중생들이 본성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매진해야 한다.

그와 같이 깨닫는 이는

각자 스스로의 지혜로써 본다.

무구계(無垢界)에는 탐착이 없으며

걸림이 없기에, 그것은 청정하다. [1.17]

།དེ་ལྟར་རྟོགས་པ་གང་ཡིན་དེ། །སོ་སོ་རང་ཤེས་མཐོང་བ་ཉིད།

།དྲི་མེད་དབྱིངས་ལ་ཆགས་མེད་དང་། །ཐོགས་མེད་ཕྱིར་དེ་དག་པ་ཡིན།

1.17의 1,2행은 승보의 덕 중 내명(內明, Tib. nang rig)을 설명한다. "그와 같이 깨닫는"이라고 하였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승보(僧寶)는 자기 마음의 본질(Tib. gnas lugs)·청정(Tib. dag pa)·맑음(Tib. dang ba)·빛남(Tib. gsal ba)를 깨닫고, 그것이 일체유정에게 모두 갖추어져 있음을 "각자 스스로의 앎(Tib. so so rang shes, 自內證)로써 본다." 즉, 각자의 스스로의 앎인 '내명(內明, Tib. nang rig)'으로써 염오에 더러워지지 않은 영역인 '무구계(無垢界, Tib, dri ma med pa'i dbyings)'을 본다.

1.17의 3, 4행은 승보의 덕 중 해탐장(解貪障)과 해애장(解礙障)을 설명한다. "무구계(無垢界)에는 탐착이 없으며, 걸림이 없기에"라고 하였다. 여기서 '탐착(Tib. chags pa)'이란 번뇌장(煩惱障)을 지칭한다. 번뇌장이 있으면 색성향미촉 등에 탐욕과 집착이 일어나고, 온갖 대상에 달라붙어 속박을 당한다. 무루계에는 이러한 것들이 없다. 그리고 '걸림(礙, Tib, thogs pa)'이 없다는 것은, 소지장(所知障)이 없음을 의미한다. 자유롭게 오가지 못 하도록 가로막거나 공간을 차단하는 것, 이것이 '걸림(礙)'이다. 마음 속에 소지장이 있으면, 항상 걸림이 있다. 소지장이 사라지면 마음에 더 이상 걸리는 바가 없다. 탐착의 장애도 걸림의 장애도 없기에 "청정하다."라고 한다.

옛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미라래빠 존자가 어떤 영리한 학승과 문답을 나누었다. 학승은 사물의 분류에는 걸림이 있는 것(有礙, Tib. thogs bcas)과 걸림이 없는 것(無礙, thogs med)이 있으며, 벽은 걸림이 있는 것이고 허공은 걸림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미라래빠 존자는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의 벽을 앞뒤로 통과하였다. 경이로운 광경 앞에 말을 잇지 못 하는 학승에게, 존자는 지금 허공처럼 걸림 없이 이 벽을 통과하고 있는데 이래도 여전히 벽이 걸림이 있는 사물인가 질문하였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음 속에 장애가 있으면 모든 것에 걸리게 되는 법이다.

지견(智見)이 청정하므로

깨달은 자의 지혜는 무상(無上)하기에

불퇴(不退)의 성자는

모든 유신(有身)의 귀의처(歸依處)이다. [1.18]

།ཡེ་ཤེས་གཟིགས་པ་དག་པས་ན། །སངས་རྒྱས་ཡེ་ཤེས་བླ་མེད་ཕྱིར།

།འཕགས་པ་ཕྱིར་མི་ལྡོག་པ་ནི། །ལུས་ཅན་ཀུན་གྱི་སྐྱབས་ཡིན་ནོ།

1.18의 1,2행은 해비장(解卑障)을 설명한다. "지견(智見)이 청정하므로" 라고 하였다. 지(智, Tib. ye shes, Skt.jñāna)는 성자들의 지혜를 의미한다. 견(見, Tib. gzigs pa, Skt. darśana)은 견해를 의미한다. 승보는 지견에 탐착과 걸림이 없으므로 청정하다. "깨달은 자의 지혜는 무상(無上)하기에" 라고 하였다. 탐착과 걸림이 없는 이러한 지견은 가장 뛰어난 지혜이므로 하열함(卑)에서 벗어난다. 이러한 최상의 지혜를 마음 속에 지닌 존재는 정등각을 향해 결코 물러남이 없는 "불퇴(不退)의 성자"이며 "유신(有身)의 귀의처(歸依處)"로서 일체중생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런데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승(僧)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덕을 모두 갖추지 못 했다면 귀의처가 될 수 없다. 내가 어째서 존중해야 하는가? 그러나 상대방이 덕이 많고 적음과 내가 존중하고 예경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옛날에 어떤 고승이 있었다. 덕이 부족하고 계율도 원만하지 못 한 승려를 만나도 고승은 늘 그를 예경하고 존중하였다. 어떤 이가 대사께서는 학식과 덕이 높으신데 어째서 부족한 사람에게 그렇게 하느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고승은 답하였다. '승려의 법의를 입고 있는 한, 덕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향해 예경하겠다.' 상대방이 온갖 덕으로 충만하게 보이든, 덕이 부족해 보이든, 아주 작은 덕이라도 그것을 존중할 수 있다면 이익을 얻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현대의 승(僧)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0세기 티베트 불교계의 위대한 스승이었던 딜고 켄쩨 린뽀체(dil mgo mkhyen brtse rin po che, 1910-1991), 이 분의 제자인 프랑스인 비구승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ard, 1946-현재) 스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예전에 스님께서 당신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티베트어로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장 프랑수아 르벨(1924-2006)의 아들로, 노벨 수상자인 프랑수아 자콥 박사의 지도 하에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분자유전학(molecular genetics)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자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지도 교수는 그를 미국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마티유 리카르 박사는 끝없는 욕망으로 결코 만족하지 못 하는 세속의 삶에 염리를 느꼈기에 유학을 고사하였다. 그러던 중 당시에 그의 한 친구가 인도에서 망명 생활 중인 티베트 승려들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였다. 다큐멘터리를 본 마티유 리카르는 바로 이런 스승들을 사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당시 인도 다르질링에 주석하시던 깐규르 린뽀체(bka' 'gyur rin po che, 1898-1975)를 추천하였다. 마티유 리카르는 곧바로 인도 다르질링으로 갔고 깐규르 린뽀체 문하에서 3년간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린뽀체가 입멸하신 뒤에는, 딜고 켄쩨 린뽀체를 사사하여 이후 입적(入寂)하실 때까지 가까이서 시봉하며 수행하였다.

딜고 켄쩨 린뽀체는 대중에게는 매우 온화한 분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당신의 제자에게는 무척 엄하고 꾸지람도 자주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스님은, 스승의 엄격한 지도가 있었기에 아집을 돌아볼 수 있었고, 아만심(我慢心)을 내려놓고, 추구하던 참된 마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술회한다. 린뽀체는 한시도 쉬지 않고 대중에게 관정을 내리고 구전을 전하고 법문을 하였고, 누가 찾아오던 결코 거절하지 않고 지도하였다. 그러나 마티유 리카르 스님도 본인이 희망하는 여러 관정과 구전 등을 특별히 스승에게 따로 전해달라고 결코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대중 전체에게 하시는 법문에 참여할 따름이었다. 다만 스님은 스승이신 딜고 켄쩨 린뽀체를 지극정성으로 시봉하는데 매진하였다.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매년 안거에 들어가 수행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환희롭고 행복한 때라고 말씀한다. 안거 수행 중에는 늘 마음 깊이, 근본 스승이신 깐규르 린뽀체와 딜고 켄쩨 린뽀체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이 불가분으로 하나가 된다고 관하며, 그분들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발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구루요가(Skt. guru yoga, Tib. bla ma'i rnal 'byor) 수행의 내용이 아니던가? 구루요가란 스승의 몸을 승보(僧寶)로, 스승의 말씀을 법보(法寶)로, 스승의 마음을 불보(佛寶)로 관하고, 스승의 마음과 제자인 나의 마음이 마치 맑은 물에 맑은 물을 섞은 듯 불가분(不可分)이 되어, 마침내 무분별(無分別)의 영역 속에서 등지(等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렇다면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구루요가의 탁월한 수행자임이 틀림없다.

스님은 부친인 철학자 장 프로수아 선생과 함께 불교와 철학에 관해 장시간의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이 대화를 정리한 내용은 '승려와 철학자(The Monk and the philosopher)'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의 수익금이 굉장했지만 스님은 모두 보시하여 티베트와 네팔 등지에 병원 시설을 짓는데 사용하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남과 똑같지 못 하면 결코 만족하지 못 하는 탓에, 자주 자신을 잃어버리고 극단적인 행동과 사고를 한다.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풍족하고 교양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젊은 날에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나, 명리(名利)에 집착하지 않고 참된 인간의 삶을 찾아 출가하였다. 세속의 무한 경쟁에 빠지지 않고,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청하고 수행하는 삶을 살았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승(僧)의 궤범이다. 승보(僧寶)란 모름지기 신(身)에는 3의(三衣)를 걸치고, 구(口)로는 3장(三藏)을 설하며, 마음으로는 고귀한 3학(三學)을 닦아야 한다. 스님의 일생을 살펴보니, 훌륭한 제자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받았고, 이후 다시 세간에 널리 명성을 떨치고 부를 얻었음에도 다만 겸손하여, 신념의 빛이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소위 전생의 복업(福業)으로 현생에 훌륭한 선지식을 뵙고, 정법을 배워 올바른 도로 나아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일이 아니겠는가? 중생의 귀의처가 되는 승보란 바로 이것이다.

학생 : 『보성론』은 중관사상을 다루는 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티베트불교에서는 중관파의 교설을 최고로 여기지 않습니까? 켄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왕켄뽀 : 티베트의 전통 교학에서는, 소승교 위에 대승교가 있고, 대승교 안에 유식파와 중관파가 있어서 중관파의 교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 말이 정확하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나는 개인적으로 중관파의 논서보다는 아상가 논사 등이 저술한 소위 유식파의 논서들이 더욱 인상 깊고 실질적인 수행의 지침이 되기도 하였다. 어느 조사와 논사가 어떤 학파라고 특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나가르주나 논사는 흔히 중관파의 논사라고 규정하지만, 나가르주나 논사의 저술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①교언집(教言集, Tib. gtam tshogs) ②중관이집(中觀理集, Tib. rigs tshogs) ③찬송집(贊頌集, Tib. bstod tshogs)인데, 이중에서 찬송집에 속하는 부류의 저술들을 보면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보성론』과 유사한 내용이 나타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떤 인물의 사상을 단순하게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 함을 알 수 있다.

학생 : 오늘 강설하신 내용 중에, 여소유와 진소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십시오.

아왕켄뽀 : 『보성론』의 현재 맥락에 따르면, 여소유(如所有)는 일체중생에 있는 청정한 본성을 의미하고, 진소유(盡所有)는 그 청정한 자성이 모든 중생에게 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교학 일반에서, 부처님의 지덕(智德, Tib. mkhyen pa'i yon tan)에 여소유지(如所有智) 진소유지(盡所有智)가 있다고 할 때에는, 이때 여소유지는 자성(自性)을 아는 지혜이고, 진소유지는 한 찰나에 일체의 소지법(所知法)을 동시에 아는 지혜를 의미한다. 교리 일반에서의 정의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그러나 『보성론』의 현재 맥락에서는 '성자(聖者)들의 승가(Tib. 'phags pa'i dge 'dun, Skt. āryasaṅgh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성자들의 승가는 ①앎의 덕(Tib. rig pa'i yon tan)과 ②벗어남의 덕(Tib. grol ba'i yon tan)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