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캄따시링 법회 통역)
아상가 논사의 탱화
1. 4. 보성론의 주제: 7금강구
다음 문장은 역경사(譯經師)가 불보살께 예경을 올리는 구절로 논의 본문이 시작된다. 티베트 장경에서 각 경론의 서두에 있는 예경문은 경론의 원문에 있던 것이 아니라 역경사가 삽입한 것이다.
모든 부처님들과 보살님들께 예경합니다.
སངས་རྒྱས་དང་བྱང་ཆུབ་སེམས་དཔའ་ཐམས་ཅད་ལ་ཕྱག་འཚལ་ལོ།
불(佛), 법(法), 중(衆), 계(界), 보리(菩提)
덕(德), 부처의 행이 마지막이니
논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면
바로7금강구(金剛句)이다. [1.1]
།སངས་རྒྱས་ཆོས་ཚོགས་ཁམས་དང་བྱང་ཆུབ་དང་།།ཡོན་ཏན་སངས་རྒྱས་ཕྲིན་ལས་ཐ་མ་སྟེ།
།བསྟན་བཅོས་ཀུན་གྱི་ལུས་ནི་མདོར་བསྡུ་ན།།རྡོ་རྗེ་ཡི་ནི་གནས་བདུན་འདི་དག་གོ།
『보성론』의 주제인7금강구(七金剛句, Tib. rdo rje yi gnas, Skt. vajrapada)가 첫 번째 게송에서 제시된다. 첫 번째 구(句)는 불(佛), 두 번째는 법(法), 세 번째는 성중(聖衆) 즉 승(僧)이다. 네 번째는 계(界, Tib. khams, Skt. dhātu)인데, 마음의 본성 혹은 종성(種性, Tib. rigs, Skt. gotra)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는 보리(菩提, Tib. byang chub, Skt. bodhi)이다. 종성(種性)이자 계(界)이자 여래장(如來藏)이 객진(客塵)의 염오(染汚)로부터 벗어나 모든 장애가 소멸하고 모든 증혜(證慧)를 성취하면 이것을 보리라고 한다. 계(界)는 객진염오에 더러워진 상태이고, 염오가 제거된 상태가 보리이다. 여섯 번째로 보리에는 덕(德, Tib. yon tan)이 갖추어져 있다. 보리를 성취하여 덕을 갖춘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이제 행(行)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일곱 번째인 부처의 행(佛業, Tib. sangs rgyas phrin las)이다. 『보성론』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게 일곱 금강구가 된다.
불(佛), 법(法), 중(衆), 계(界), 보리(菩提), 덕, 불업(佛業)의 일곱 가지는, 여타(餘他)가 감히 손상시킬 수 없으며, 다른 모든 것을 부술 수 있는 위력이 있으므로'금강(金剛, Tib. rdo rje, Skt. vajra)'이라고 한다. 그리고 구(句, Tib. gnas)는 그것을 설명하는 언구(言句)를 의미한다. 『보성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7금강구를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들은 자성(自性)에 따라서
순서대로『다라니왕경』의
서품(序品)에서3구(句)를 이해해야 하며,
4구는 지자(智者)와 승자의 특성의 구분에서 이해해야 한다. [1.2]
།འདི་དག་རང་མཚན་ཉིད་ཀྱི་རྗེས་འབྲེལ་བ།།གོ་རིམས་ཇི་བཞིན་གཟུངས་ཀྱི་རྒྱལ་པོའི་མདོར།
།གླེང་གཞི་ལས་ནི་གནས་གསུམ་རིག་བྱ་སྟེ།།བཞི་ནི་བློ་ལྡན་རྒྱལ་ཆོས་དབྱེ་བ་ལས།
‘이것들(Tib. 'di dag)’은 7금강구를 가리킨다. 자성(自性, Tib. rang gi mtshan nyid)은 7금강구의 속성•특별한 성질을 의미한다. ‘따라서(Tib. rjes 'brel ba)’라는 것은, 앞의 구와 뒤의 구의 관계에 대한 표현이다. 먼저 불佛을 설하고 그 다음에 법法 그 다음에 승(僧)을 설하는 식의 전후 관계성을 가리킨다. 본문에서는『다라니왕경』(Tib. gzungs kyi rgyal po'i mdo, Skt. dhāraṇi-rāja-sūtra)에 7금강구에 대한 설명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 이 내용이 나오는 것은 티베트어 데게판 대장경의『성(聖) "여래의 대비(大悲)를 명확히 설함"이라고 하는 대승경』(‘phags pa de bzhin gshegs pa'i snying rje chen po nges par bstan pa zhes bya ba theg pa chen po'i mdo (D.147)이며, 이 경의 등장인물이 다라니자재왕(Tib. gzungs kyi dbang phyug gi rgyal po) 보살이다. 경의 '서품(序品)'에서 불, 법, 승 3구의 차제(次第)를 설하고, 나머지 4구는 ‘지자(智者=보살)와 승자의 특성의 구분’에서 설명했다고 하는데, 이 경에서는 7금강구의 내용이 명확히 구분된 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주석서에는 『다라니자재왕 보살이 여쭌 경』(Tib. gzungs kyi dbang phyug gyal pos zhus pa'i mdo)이라는 제목으로 언급이 되었는데, 어쩌면 티베트어로는 번역되지 않은 별도의 경이 있어서 그곳에 7금강구가 명확히 구분되어 설명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佛)부터 법이, 법으로부터 성스러운 승가(聖衆)
승가로부터 장(藏)인 지계(智界)를 얻은 끝에
그 지(智)의 성취는 최상의 보리이니 력(力) 등의
모든 유정有情을 이롭게 하는 법을 갖춘다. [1.3]
།སངས་རྒྱས་ལས་ཆོས་ཆོས་ལས་འཕགས་པའི་ཚོགས།།ཚོགས་ལས་སྙིང་པོ་ཡེ་ཤེས་ཁམས་ཐོབ་མཐར།
།ཡེ་ཤེས་དེ་ཐོབ་བྱང་ཆུབ་མཆོག་ཐོབ་སོགས།།སེམས་ཅན་ཀུན་དོན་བྱེད་ཆོས་རྣམས་དང་ལྡན།
부처님은 부다가야에서 성불하셨으며 뛰어난 지혜로써 제자들에게 무명을 제거할 수 있는 가르침을 전하셨다. 부처께서 전하신 가르침이 곧 법(法)이며, 그 법을 수행하여 증득한 이들이 바로 성중(聖衆, Tib. 'phags pa'i dge 'dun)이다. 그러므로 불(佛)로부터 법이, 법으로부터 승이 나왔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승가는 오직 성자들의 모임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러나 광의(廣義)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는 승려들을 모두 승가라고 할 수 있다.
승가가 다시 우리 중생에게 가르침을 설함으로써, 우리는 마음 속에 있는 핵심•지(智)•계(界)•여래장(如來藏)을 깨달을 수 있다. 이 계(界)를 깨달아 반복적으로 수습하면, 마침내 보리를 성취한다. 데게판 원문의3행의‘톱(Tib. thob, 획득)’을 미팜 린뽀체('ju mi pham, 1846-1912)의 주석에서는‘똡(Tib. stobs, 힘)’의 오기로 보았는데, 범본(梵本)에서도'힘(Skt. bala)'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똡(Tib. stobs)'은'위력'이라는 의미이므로7금강구 중에 덕(德) 금강구에 해당하며, 마지막으로 모든 유정을 이롭게 하는 법이란 부처의 행위(業)의 금강구에 해당한다. 『보성론』의 해설은 매우 다양하며, 가까운 시대의 잠곤꽁뚤 린뽀체('jam mgon kong sprul blo gros mtha' yas, 1813-1899)와 미팜 린뽀체의 주석을 보아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러 주석을 참조하면서 앞으로 계속 강설을 진행하겠다. 우선 중요한 것은 이 논의 주제인7금강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세간에 오시고, 법을 설하며, 법을 듣고 수행하는 승가가 있다. 이3가지는 타(他)의 측면이다. 승가가 내게 가르침을 주니, 그 가르침을 통해서 내 안에 여래장•심자성(心自性)이 있음을 안다. 이 여래장은 마치 태양과 태양의 빛의 관계처럼, 나의 마음과 동시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보이지 않으니 바로 객진(客塵)의 염오 때문이다. 객진의 염오를 정화하면 보리를 성취한다. 보리는 돌과 흙처럼 아무 기능이 없는 것이 아니며, 증덕(證德)과 단덕(斷德)을 모두 갖춘다. 지혜와 자비 등의 증득할 바를 모두 증득한 증덕(證德)이 있고, 끊어야 하는 바를 모두 끊은 단덕(斷德)이 있다. 이러한 덕을 갖추면서 아무 작용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중생을 교화하는 작용을 한다.
이때까지의 내용을 복습해보자. 전통적으로 이 논을 설한 이는 누구인가? 미륵이다. 이 논은 어디에서 설해졌는가? 도솔천에서 설해졌다. 누구에게 설하였는가? 아상가 논사에게 설했다고 전해진다. 이 논의 주제를 한 마디로 하면 무엇인가? 바로 여래장(如來藏)이다. 그리고 이 주제는7가지 주제인7금강구金剛句로 요약된다. 7금강구의 처음3가지는 무엇인가? 불, 법, 승이다. 4번째는 무엇인가? 계(界) 혹은 종성(種性, Tib. rigs, Skt. gotra) 혹은 여래장이다. 5번째는 보리이고, 6번째는 덕이고, 7번째는 부처의 행위(佛業)이다. 부처는 도(道)를 가르치신 분이므로7금강구 중의 맨 처음이다. 부처님이 법을 설하였으므로 두 번째는 법이며, 그 법을 수행하는 이를 일컬어 승(僧)이라고 하기에3번째이다. 승(僧)이 일체 중생에게 여래장이 있음을 알려주므로 그 다음으로 계(界)가 오며, 이 계(界)에서 모든 염오와 장애가 사라지면 이것이 부처의 보리이다. 부처는 공무(空無)가 아니며 덕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덕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위인 부처의 행위(佛業)가 이어진다.
이7금강구는 다르마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으면서, 또 한 개인이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양상과도 연결해볼 수 있다. 부처(佛)는 훌륭한 스승이며, 스승이 훈육하고 인도함이 곧 법(法)이다. 그 가르침과 훈육을 잘 따라서 행복과 평화를 성취한 이들이 승(僧)으로, 사람들의 본받을 바이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들음으로써, 자신에게 훌륭한 덕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바탕이 내재함을 안다면, 이것이 계(界)이다. 이러한 본래의 잠재력을 지혜와 방편을 통해 실질적으로 드러내서 실현하면, 허물은 사라지고 탁월한 덕을 성취한다. 이것이 바로 보리(菩提)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덕(德)과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며, 덕(德)을 갖추었다면 그 위에서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가 있고, 자신에게 이롭고 타인도 이롭게 하는 사업(事業)을 행할 수 있다.
2. 5. 불(佛)의 8덕
그 분은 시작, 중간, 끝이 없으며, 적정(寂靜)한 불성(佛性)을 스스로 깨달은 분이다.
깨닫고서 깨닫지 못한 자를 깨닫게 하기 위해, 두려움이 없는 항상한 길을 가르치신다.
지혜와 자비의 으뜸가는 칼과 금강을 들고 고통의 싹을 자르시니,
다양한 견해로 밀집하여 둘러싸인 의심의 장벽을 부수시는 그분께 예경하노라.
།གང་ཞིག་ཐོག་མ་དབུས་མཐའ་མེད་ཞི་སངས་རྒྱས་ཉིད་རང་རྣམ་སངས་རྒྱས།
།སངས་རྒྱས་ནས་ནི་མ་རྟོགས་རྟོགས་ཕྱིར་འཇིགས་མེད་རྟག་པའི་ལམ་སྟོན་པ།
།མཁྱེན་བརྩེའི་རལ་གྲི་རྡོ་རྗེ་མཆོག་བསྣམས་སྡུག་བསྔལ་མྱུ་གུ་གཅོད་མཛད་ཅིང་།
།སྣ་ཚོགས་ལྟ་ཐིབས་ཀྱིས་བསྐོར་ཐེ་ཚོམ་རྩིག་པ་འཇིག་མཛད་དེ་ལ་འདུད།
7금강구의 첫번째는 불(佛)이다. "(...)예경하노라."는 부처에 대한 예경이다. 부처의 공덕을 설명하면서 부처께 예경함을 밝히고 있다. 첫 구절의'그 분(Tib. gang zhig)' 은 불(佛)을 가리킨다.
부처에게는 처음에 생(生), 중간의 주(住), 끝의 멸(滅)이 없다. 유위(有爲, Tib. 'dus byas, Skt. saṃskṛta)에는 처음에 생(生)과, 중간의 주(住), 끝의 멸(滅)이 있지만, 반면에 부처는 시간•장소에서 벗어난 존재이다. 이것이 부처의8덕(八德, Tib. yon tan brgayd)중의①무위(無爲, Tib. 'dus ma byas)의 덕이다.
두 번째로"적정(寂靜, Tib. zhi)"은 부처의8덕 중의②무공용(無功用, Tib. lhun gyis grub)의 덕에 해당한다. 부처는 바로 법신(法身, Tib. chos sku)이며 모든 희론(戱論, Tib. spros pa, Skt. Papañca)의 분별상이 적멸(寂滅)하다. 그 적멸은 조작함 없이 자연히 성립된 것으로, 다른 것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세 번째로, "스스로 깨달은(...)"이라고 한 것은 부처가 타인에 의지하여 성불한 것이 아니라, 부처 스스로 자신의 본성을 깨달아 성불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8덕 중③ '다른 조건에 의해 증득하지 않음'의 덕이다.
부처님이 스스로 증득하셨듯이, 일상에서 우리도 자신의 능력, 바람, 의무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자신을 바로 알면 결코 착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가 무엇인지 바로 알지 못하면 무엇을 하든 결국 전도될 것이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타인이 당신에게 능력이 있다고 아무리 설득한들, 그 말을 반신반의하고 주저한다면 겪는 수고는 조금도 줄지 않는다.
네 번째로, "깨닫고서"라고 하였으니, 부처가 성불하여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자성(自性)을 증득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부처의8덕 중에④지(智, Tib. mkhyen pa, Skt. jñāna)의 덕에 해당한다.
다섯 번째로"깨닫지 못한 자를 깨닫게 하기 위해, 두려움이 없는 항상한 길을 가르치신다"는 것은 부처가 공포에서 벗어났고 두려움이 없으면서, 유정 제자들에게 한 찰나도 멈추는 바 없이 끊임없이 도(道)를 설하는 덕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부처의8덕 중에⑤비(悲)의 덕이다.
여섯 번째로"지혜와 자비의 으뜸가는 금강검(金剛劍)을 들고 고통의 싹을 자르시니"라고 하였다. 금강검이 악(惡)의 싹을 잘라내듯, 부처는 지혜와 자비의 칼로써 중생의 괴로움을 잘라낼 수 있다. 이것은 부처의8덕 중에⑥다른 이의 괴로움의 인과(因果)를 제거할 수 있는, '힘(力)을 갖춤'의 덕이다. 자신의 괴로움이든 타인의 고통이든, 그것을 없애려면 자비와 지혜로써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가정이든 사회든, 각자에게 지혜가 있고 자비가 있다면, 각자가 자기의 괴로움을 없앨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의 괴로움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지혜가 뛰어나지만 자비가 전혀 없거나, 자비는 지극하지만 지혜가 전혀 없다면 나도 남도 제대로 돕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타의 괴로움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비와 지혜를 구족해야 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