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남자여, 만약 무량백천만억의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고 있을 때 이 관세음보살을 듣고서는 일심으로 이름을 부른다면, 관세음보살은 즉시 그 음성을 관찰하시고 모두 벗어나게 할 것이다”
<법화경> 제25 「관세음보살보문품」
불교에서는 흔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사바세계’, 즉 ‘참고 견뎌야 살 수 있는 세계’라고 부른다. 사바살이는 그야말로 ‘참고 견뎌’ 넘기는 매일의 연속이다. 그런데 만약 막막한 내일을 두렵지 않게 해 줄, 내 삶을 나아지게 해 줄 인물이 있다면 어떨까?
지장보살이 지옥의 중생을, 미륵보살이 미래의 중생을 구해준다면 관세음보살은 현세의 고통을 없애 준다. 그런데 관세음보살이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명을 원하는 21세기 독자들을 위해 평생 인도철학과 불교를 연구해 온 김호성 교수가 자신의 통찰을 담았다.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괴로움이 사라지기 전까지 열반에 들지 않고 고통받는 자들을 구하기로 약속했다. 그런 관세음보살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는 이가 어디 한둘일까? 이들 모두를 발견하고 구하는 관세음보살의 능력을 찬탄하며 사람들은 그에게 ‘천수천안(千手千眼)’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무진의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였으므로 갖가지 모습으로 온 누리에서 활동하시면서 중생을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시느니라. (…)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은 두렵고 긴급한 어려움에 처한 중생에게 능히 두려움 없음을 베푸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바세계에서는 모두 ‘두려움 없음을 베푸시는 분(Abhayandada)’이라 부르는 것이다.” -284p
이 책 『관세음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이여』에서는 이렇게 관세음보살이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었음을 강조한다. 어느 하나의 형태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중생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모습으로 몸을 바꾸어 나타난다. 이렇게 수많은 형태로 등장하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을 ‘변화관음(變化觀音)’이라 부른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긴급한 순간에 나타나 구제해 주기도 하고, 법을 설해 삶의 고뇌를 벗고 성불할 수 있도록 극락세계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
저자는 관음신앙을 믿음·지혜·행위의 세 길로 구분한다. 첫 번째 믿음의 길에서 우리는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구한다. 구제자 관세음보살에 대한 믿음으로 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지혜의 길에서 우리는 스승을 따르는 제자의 자리에 선다. 관세음보살을 롤모델 삼아 그처럼 자비로운 존재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여기에 실제 행동이 더해진 세 번째 행위의 길에서 우리는 관세음보살의 구제행에 조금이나마 참여하게 되며, 스승-제자의 관계에서 한발 나아간 피조력자-조력자의 관계에서 ‘관세음보살을 돕게’ 된다.
우리가 관세음보살이라고 이름을 외기 전에 먼저 관세음보살의 목소리가, 손짓이 있었던 것 아닐까요? 우리를 부르는 소리이고, 우리를 재촉하는 손짓입니다. 우리를 향하여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불러 달라고 요구한 것이지요. 이를 초청이라고 할 때,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칭명은 그 초청에 대한 응답이 아니겠습니까. -119p
그런데 이 모든 길의 초입에는 우선 ‘관세음보살을 믿고 그 이름을 부르라’는 요청이 있어야 한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마음속에서 느끼고,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라는 요청의 형태로 우리를 초청하는(“만약 무량백천만억의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고 있을 때 이 관세음보살을 듣고서는 일심으로 이름을 부른다면”) 부름에 대한 응답이 바로 ‘관세음보살’ 칭명염불이다.
붓다는 지혜가 없는 믿음은 어리석음을 크게 키운다고 말했다. 관세음보살을 바르게 믿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도 관세음보살이 어떤 존재인지 잘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책은 앎에 기반한 믿음을 위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칭명 이전에 문명이 있고, 문명 이전에 바로 호명이 있다는 자각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관세음보살의 한없는 자비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렇게 자비를 느끼는 마음, 그것이 믿음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의 자비가 들어와 있음을 알아차리고 좋아하는 것, 그것이 곧 신심입니다. -253p
저자인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김호성 교수는 인도철학과 불교에 걸쳐서 백여 편의 논문과 삼십여 권의 저서를 발표해 왔다. 『화엄경』과 『천수경』 연구에 이어 관세음보살과 관음신앙으로 영역을 넓힌 뒤 『나무아미타불』(야나기 무네요시 저) 번역을 계기로 정토신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관세음보살에게서 멀어진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로 인해 오히려 관음신앙의 더욱 깊은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이처럼 인도 철학과 한국불교, 일본불교, 문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반세기의 연구와 통찰로 모인 ‘관세음보살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관세음보살이 어떤 존재인지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관음신앙에는 어떤 이익이 있는지, 『반야심경』, 『화엄경』, 『무량수경』 등 다양한 불교 경전과 발원문 속에 등장하는 관세음보살의 서술, 선불교의 시각에서 보는 관음수행, 구마라집이 누락한 게송의 번역을 보충한 『관음경』의 새롭고 완전한 해석까지 알차게 정리되어 있다.
관세음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이여
김호성 지음 / 불광출판사
130 * 210 mm / 304쪽
정가 19,000원
저자(글) 김호성
동국대학교에서 인도철학과 불교를 공부하였으며, 가르치고 있다. 일본의 대학 세 곳에서 세 차례 방문연구를 하였다. 그동안 펴낸 책에 대해서는 부록에 정리한 바와 같고, 논문은 「백화도량발원문의 이해에 대한 성찰 -결락된 부분의 복원에 즈음하여-」을 비롯하여 110여 편을 발표하였다. 2017년 「나무아미타불」을 번역하면서, “신앙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정토로 회향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정토불교를 알리고자 ‘편지’를 써서 이메일로 발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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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관세음보살의 목소리
서장) 관세음보살 입문 관세음보살을 소개합니다 관음신앙에는 무슨 이익이 있는가
1부 관세음보살의 모든 것 제1장) 관세음보살은 존재하는가 흔들리는 믿음 앎의 세 가지 방법론 관세음보살의 존재 증명 우리는 존재하고 있는가? 뒤바뀐 생각이 바로 서면 제2장) 관세음보살은 어떤 분인가 한 목소리 형식은 달라도 내용은 같다 본체를 묻지 말고 작용을 물어라 서원을 아버지로, 수행을 어머니로 형상 없는 진리, 형상 있는 진리 형상 속에서 진리를 보라 역사적 존재냐 신앙적 존재냐
제3장) 관세음보살 불교의 성립 ‘믿음의 길’의 탄생 관음신앙 안의 세 가지 길 「백화도량발원문」의 관음신앙 관음신앙의 세 가지 유형 관세음주의 vs 중생주의
제4장) 중생주의의 관세음보살 「백화도량발원문」의 성관음 『반야심경』의 관세음보살 선에서 말하는 관음수행 『능엄경』에서 말하는 관음수행 『화엄경』의 관음신앙과 중생주의 중생주의의 극복
제5장)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무량수경』에 비춰본 『관음경』 『천수경』의 관세음보살과 아미타불 『관무량수경』의 관세음보살 『무량수경』의 관세음보살
2부 새로 찾은 관세음보살 제6장) 『관음경』의 관세음주의 구제자 관음의 고향 관세음주의라 판단하는 이유 관세음보살의 활약상 놀라운 『관음경』 희명의 노래
제7장) 새로 읽는 『관음경』 중송의 구조 재정리 중송 중 제4송의 오역 수정 제20송, 관세음보살의 눈 제24송, 관세음보살의 소리 『관음경』 중송에서 번역이 누락된 부분
제8장) 완본 『관음경』의 우리말 옮김
후기 모든 것은 모든 것이 아닙니다 부록 저자의 저서ㆍ역서 목록(198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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