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장명확
7.2.11 역품(力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성 깃자쿠타산에서 오백 명의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이 영취산(靈鷲山, 깃자쿠타산)을 보느냐?”
비구들이 말씀드렸다.
“예, 봅니다.”
“그대들은 알라. 먼 옛날 과거에 이 산은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 그대들은 저 광보산(廣普山)을 보느냐?”
“예, 봅니다.”
“그대들은 알라. 먼 옛날 과거에 이 산은 또 다른 이름이 있어서 지금과 같지 않았다. 그대들은 저 백선산(白善山)을 보느냐?”
“예, 봅니다.”
“먼 옛날 과거에 이 산은 또 다른 이름이 있어서 지금과 같지 않았다.
그대들은 저 부중산(負重山)을 보느냐?”
“예, 봅니다.”
“그대들은 저 선인굴산(仙人堀山)을 보느냐”
“예, 봅니다.”
“저 산은 먼 과거 세상에도 지금의 이름과 같아서, 다른 이름이 없었다.
왜냐하면 저 선인굴산에는 언제나 신통이 있는 보살과 도를 얻는 아라한과 여러 선인이 살고 있었다. 또 벽지불도 저 산에서 노닐고 있었다. 나는 지금의 그 벽지불의 이름을 말할 것이니,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여라.
그 벽지불들의 이름은 아리타 벽지불 · 우파리타 · 심제중 · 선관 · 구경 · 총명 · 무구 · 제사념관 · 무멸무형승 · 최승극대극뇌전광명 벽지불이었다. 비구들이여,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이러한 오백 명의 벽지불이 저 선인굴산에 살고 있었다. 여래가 도솔천에서 이 세상에 내려오려 할 때에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이 세상에 내려와, ‘이 부처 세계를 깨끗이 하라. 지금부터 이 년 뒤에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실 것이다’라고 두루 알렸다. 벽지불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허공으로 올라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부처 세상에 나오기 전
성현들 여기서 살고 있었네.
스스로 깨달은 벽지불들
언제나 이 산중에 살고 있었네.
이 산 이름은 선인굴산
벽지불이 살던 곳
여러 선인과 아라한이 있어
이 산은 빈 적이 없었네.
그때 모든 벽지불은 곧 공중에서 몸을 불태워 반열반에 들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두 부처의 이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열반에 든 것이다. 한무리의 상인들 중에는 두 길잡이가 있을 수 없고, 한 나라에는 두 임금이 있을 수 없으며, 한 부처 세계에는 두 부처의 이름이 있을 수는 없다.
먼 옛날 이 라자가하성 안에 희익(喜益)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늘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고 아귀와 축생의 고통을 생각하였다. 그때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항상 지옥 · 아귀 · 축생의 고통을 기억한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는 이 삼악도(三惡道)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왕위와 처자와 종들을 모두 버리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워야 한다.’
그래서 대왕은 그 지독한 괴로움이 싫어, 곧 왕위를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그는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면서 ‘다섯 가지 근간’을 관하고 그것의 덧없음을 분명하게 관하였다.
‘이것은 색이다. 이것은 색의 집기(習)이다. 이것은 색의 사라짐이다. 느낌 · 생각 · 결합 · 식별도 그와 같아서, 모두 덧없는 것이다.’
이렇게 다섯 가지 근간을 관할 때에, ‘모든 집기한 법은 곧 멸하는 법’이라고 관하고, 이 법을 관하고는 곧 벽지불의 도를 성취하였다. 그때 벽지불이 된 희익은 곧 게송을 읆었다.
나는 저 지옥과 축생 등
다섯 세계의 고통을 기억하고는
그것을 버리고 도를 배워
지금은 홀로 가면서도 근심이 없네.
그때 그 벽지불도 저 선인굴산에 살았다. 비구들이여, 그렇기 때문에 저 선인굴산에는 언제나 신통을 얻은 보살과 도를 얻은 아라한들이 살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인의 도를 배우는 사람이 그곳에 살았기 때문에 이름을 선인굴산이라 하였기에 다시는 다른 이름이 없는 것이다.
여래가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여러 천신이 늘 이 선인굴산에 내려와서 공경하였다. 왜냐하면 이 산에는 오직 아라한만이 살았고 다른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다음에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실 때에도 다른 산들은 제각기 딴 이름이 있겠지만, 이 선인굴산만은 다른 이름이 없을 것이다. 또 이 현겁 동안에도 이 산이름만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 비구들이 이 산을 가까이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경하면 온갖 공덕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한다.”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