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신복사지 삼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사진=미디어붓다) 

일어나지 않은 것을 말하거나

했으면서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는, 지옥으로 간다.

그 두 사람은 또한 죽어서 동일하게

저 세계에서도 비천한 업을 짓는다. 

목에 가사를 걸치고도,

성품이 악하고 자제가 없는 자들이 많다.

악한 자들은 악업으로 인해

지옥으로 다시 태어난다. 

계행을 지키지 않고 자제가 없는 자는 

나라의 음식을 축내는 것보다,

차라리 불꽃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철환을 삼키는 것이 낫다.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리 봐도 거짓, 저리 봐도 거짓투성이다. 젊은이들의 꿈을 앗아가는 ‘전세 사기’나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행동은 순간의 위험을 모면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거짓들은 남을 속이는 행위이지만, 남을 속이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속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짓을 일삼는 것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행위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불교계에 큰 스승이셨던 성철스님(1912~1993)이 남긴 유명한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不欺自心).’는 것이었다. 불기자심은 본래 성철스님의 화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기자심은 성철스님이 종정 취임 때 내린 법어 ‘산은 산, 물은 물’과 함께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귀감이 되고 있는 가르침이다. 

범부들은 일상처럼 자기 자신을 속이고, 타인도 속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삶은 알게 모르게 삶의 근간과 자기 질서를 무너뜨려 마침내 실패한 인생을 만들게 된다. 거짓된 행동으로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남에게는 민망한 삶을 살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불가에는 '오계(五戒)', 즉 불제자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가 있다. 그 다섯 가지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 훔치지 말라,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는 것인데, 사실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한 까닭은 거짓말이 두려움과 증오를 부르기 때문이다.   

이 시는 <이띠웃따까- 여시어경> ‘괴로운 곳의 경(Apāyik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은 이 경에서 잘못을 버리지 못해 괴로운 곳, 지옥에 떨어지는 두 사람에 대하여 설법한다. 두 사람은 누구인가? 부처님께서는 청정하지 못한 자가 청정하다고 사칭하거나, 아주 깨끗한 청정한 삶을 사는 자를 근거 없이 부정한 삶을 사는 자라고 비방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청정하지 못한 자가 청정하다고 사칭하는 것은, 계행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청정한 자인 척하여 마치 청정한 것처럼 보이는 자가 ‘나는 청정한 자이다.’라고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청정한 자를 근거 없이 부정한 삶을 사는 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 분은 청정하다.’라고 알면서도 승단추방죄를 근거로 대면서 비난하고 꾸짖고 모욕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잘못 공히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거짓된 행동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두 사람은 잘못을 버리지 못해 괴로운 곳, 지옥에 떨어지는 자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세속에 사는 범부가 거짓을 일삼아도 이렇게 엄청난 과보가 있는데, 하물며 수행자가 거짓을 행한다면 그 과보가 어떨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가사를 걸친 자, 즉 악하고 자제가 없는 출가 수행자들은 나라의 음식을 축내지 말고, 차라리 뜨겁게 달궈진 쇠구슬을 삼키라고 일갈하신  것을 볼 때 그 과보가 범부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최근 윤회가 없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는 승려가 등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그의 주장을 들어보니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평생을 부처님 밥을 먹고 살았을 터인데, 불교의 세계관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부처님께서도 단호하게 배격했던 단멸론자(斷滅論者)가 맘껏 활개해도 되는 한국불교계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 시구 ‘일어나지 않은 것을 말하거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지 못했으면서도 진실 없이 허위로 거짓말을 하고 타인을 중상하는 것을 말한다. 

- 시구 ‘했으면서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은 악한 일을 하고서 하지 않았다고 속이는 행위를 말한다. 

- 시구 ‘목에 가사를 걸치고도’는 ‘출가 수행자의 모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의미이다. 주석에 따르면, 이 표현은 괴로운 곳, 즉 지옥에서 고통을 받는 괴로운 운명의 존재를 보여줌으로써 계행을 지키지 않는 것의 위험을 일깨워 거기에서 중생을 멀리 떠나게 하려는 의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