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장명확
7.1.2 비사시경(毘婆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바시 부처님께서 아직 바른 깨달음을 이루기 전에 혼자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선사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일체 세간은 다 생사의 고난에 빠져 있다. 스스로 태어나고, 스스로 성숙하며, 스스로 멸하고, 스스로 없어진다. 그런데도 중생들은 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나 세간을 뛰어넘는 길을 여실히 알지 못한다. 무엇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는가를 스스로 관하자,’
이와 같이 바르게 사유하고 관하니 참다운 지혜가 일어나, ‘태어남의 있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고, 태어남을 연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다’라고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무엇을 연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있는가’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다시 바르게 사유하니 참다운 지혜가 일어나, ‘존재를 연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있다’라고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무엇을 연하기 때문에 존재가 있는가’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다시 바르게 사유하니 참다운 지혜가 일어나, ‘취함이 있기 때문에 존재가 있다’라고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무엇을 연하기 때문에 취함이 있는가’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다시 바르게 사유하니 참다운 지혜가 있어나, ‘취한 법에 맛 들이고 집착하며 마음으로 돌아보아 기억하면, 부딪침을 연하여 갈애가 더하고 자란다’라고 관하게 되었다.
마땅히 알라. 갈애를 연하여 취함이 있고, 취함을 연하여 존재가 있으며,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이 있고, 태어남을 연하여 늙음 · 병듦 · 죽음 · 근심 · 슬픔 · 번뇌 · 고통이 있다. 이렇게 하여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생긴다.
그것은 마치 기름과 심지를 연하여 등불을 켤 때, 자주 기름을 더하고 심지를 돋우면 그 등불은 언제나 밝게 타올라 쉬지 않는 것과 같다.”
앞에서와 같이 비유를 들어 찬탄하시고 성(城)의 비유로 자세히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