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저수지 옆 동도사 (2) 

                                                     수원사람 김성채

석등

석탑 옆에는 석탑과 딱 어울릴만한 크기의 석등이 서 있습니다. 석등을 석탑과 함께 전각 앞쪽에 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석등 하나로 넓은 경내를 밝힐 수 없음을 생각하면, 석등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겠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품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탑묘에 등불을 보시하면 등불이 어두움을 물리쳐서 곳곳을 두루 환히 비추듯, 청정한 생각과 지혜를 얻게 된다’라고 제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깨우치고 교화시키고자 한 진리를 모신 탑 옆에 중생의 어리석음을 벗어나게 해주는 상징물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무명을 밝히는 등불을 생각했고, 부서지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버텨내는 돌로 석등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석등에 불이 켜있지 않아도 등불을 연상하게 되고, 불이 켜있지 않은 석등에서 중생을 가엾게 여기신 부처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상대석과 색깔이 다를 뿐 아니라, 석질(石質)도 달라서 이 또한 애초에 만들어진 상대석보다 늦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석등에서 가장 우아하게 만들어지는 부분이 옥개석인데, 동도사 석등은 아쉽게도 애초의 옥개석을 잃고 난 후, 쉽게 구할 수 있는 둥글고 도톰한 자연석을 올려놓은 듯합니다.

팔각형 바탕에 복련과 앙련이 깊게 조각된 하대석 상대석은 오랜 세월 풍찬노숙하느라 심하게 풍화되었습니다. 하대석 윗면엔 두 개의 팔각형을 또렷이 돋아나도록 깎아 간주석의 굵기를 짐작할 수 있는 반면에, 상대석엔 화사석이 놓일 자리로 팔각형을 돋굼이 없이 평면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제짝으로 보존되지 못한 탓에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다고 짐작되지만, 이나마 남은 것도 부처님을 공양하려는 불자의 큰 불심이 이루어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세운 탑이 하늘을 덮을 만큼 크든, 하늘에 이를 만큼 높든, 바늘만큼 작든 그 공덕으로 모두 청정한 세상에 태어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법당을 짓고 탑과 석등을 세우는 것만 아니라, 훼손되고 분실된 탑과 석등을 옮기고 복원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업을 짓는 것이라 헤아려 봅니다.

석조불상

석등 옆에 높이 80-90cm 정도의 석조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작은 화강암 몸돌에 돋을새김한 불보살상이란 것을 알 뿐, 불상의 명칭과 제작 시기 등은 안내판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불상이다’또는‘보살상이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은 불상인지 보살상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때문입니다. 

보관을 쓰지 않았고, 나발과 솟아오른 육계를 보면 부처님을 조성한 듯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깨달음과 서원을 상징하는 수인을 나타내지 않았고, 왼손으로 떠받친 둥근 지물(보주?)을 오른손으로 쓰다듬는 듯한 자세입니다. 이 자세는 국보로 지정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의 제화갈라보살이 취한 자세여서 부처님이 아니라, 보살님을 조성한 듯도 합니다.

불보살의 지혜와 자비를 나타내는 빛(두광)을 머리 뒤쪽에 원형으로 나타냈고, 그 둘레는 화염문을 둘렀습니다. 두툼한 얼굴에 어깨까지 늘어진 귀는 새기지 않았고, 옅게 나타낸 삼도로 원만하신 불보살임을 표현했습니다. 법의는 양어깨에 대의를 걸친 통견, 군의는 배를 가린 다음 발등까지 내려왔습니다. 

부처님이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랐다는 것을 나타내려 했는지, 발밑에는 투박하기는 하지만 연꽃잎을 새겼습니다.

중생의 어떤 고통을 구제하려는 서원을 냈느냐에 따라 여러 보살이 자신만의 지물을 지니지만, 나발과 육계가 솟았음을 근거로 약합을 지닌 약사여래부처님을 짐작해 보았습니다. 

문수보살이 부처님께 ‘예전에 여래 십호를 받으신 부처님의 큰 서원을 말씀해 주시어, 이를 중생들이 듣고 업장을 소멸하도록 보살펴 주소서.’라 아룁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많은 불국토를 지나면 정유리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국토에 약사유리광여래 부처님께서 계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약사유리광여래께서 보살행을 행하실 때, ‘중생들이 나의 이름을 듣고 나서 모두 다 모든 몸의 각 부분이 온전히 되게 하겠고, 모든 고난과 고통과 괴로움이 없어지며, 마지막에는 무상보리에 이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큰 서원을 이루어냈다고 말씀하십니다. 

약사여래 부처님의 불상이 맞는다면 보주(약합?)를 든 모습으로 조성하는 것은, 중생들의 근을 갖추게 하고, 온갖 병이 낫도록 구제해 주는 분이라는 자비심을 보여 주는 상징이라 생각합니다.

명부전

사람은 죽은 뒤 곧바로 육도 중 어느 한 곳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저승사자의 인도에 따라 명부에 들게 됩니다. 명부에 든 망자는 살아있는 동안에 지은 선업과 악업에 대한 시왕의 심판을 받고, 지장보살의 구원을 받아 천상부터 지옥까지의 어느 한 곳에 다시 태어납니다.

(위)명부전. (아래 왼쪽)바깥 벽체. (아래 오른쪽)극락전 내벽과 바닥.

명부전은 심판관인 시왕(十王)과 육도 중생을 구원하고 교화시키는 지장보살상을 봉안하여, 중생 교화와 천도 의미를 지닌 전각입니다. 동도사 명부전의 창호는 출입문과 광창 모두 빗살 창호를 달았고, 외벽은 연잎과 연꽃 도자기로 장식되었습니다. 법당 안으로 들어서서 내벽과 바닥까지도 온통 연꽃으로 꾸며진 것을 보면서, ‘명부가 연못과 같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연못에 모여듭니다. 몸의 때를 씻어낸, 밥그릇을 씻어낸, 시궁창을 지나면서 악취가 밴, 또 공장 폐수는 물론 한 번의 쓰임도 없는 빗물도 들어와 연못을 채웁니다. 못의 밑바닥에는 온갖 물과 같이 밀려든 흙이 질척질척하지만, 연은 그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기의 역할을 지켜냅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향을 뿜어내고, 뿌리로는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밖으로 흘려보내 만물이 새생명을 갖게끔 합니다. 연못을 나와 새로운 삶을 갖게 된 물은 다시 여기저기를 떠돌다 다시 연못으로 흘러들어옵니다.

물이 그렇듯 명부를 거쳐나간 중생은 육도의 한 세계를 살아가면서 가끔 남의 때를 씻어주기도 하지만 덕지덕지 때를 묻히고, 또다시 명부에 들게 됩니다. 염마왕이 ‘네가 여기 온 것이 벌써 수천 번이고 그때마다 타일렀건만 또 왔느냐?’라 말하는, 모든 중생이 성불할 때까지 교화시키리라는 서원을 이루어내고 계시는 지장보살이 계신 명부전을 ‘연못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락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곳(기수급고독원)에서 서쪽으로 많은 불국토를 지나면 중생은 어떠한 괴로움 없이, 즐거움만 받는 극락이라는 세계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왼쪽)시방세계를 찬란한 금빛. 자비심으로 밝히는 극락전.

(오른쪽)시무외인과 하품중생인의. 수인을 내보이신 아미타부처님

이어서 ‘땅은 황금으로 되어 있고,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물로 가득한 연못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린 그곳에서 명호가 아미타인 부처님께서 설법하고 계시다’라 하십니다. 

극락전에는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사람들이 수행에서 물러섬이 없고 깨달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을 모셨습니다.

극락전에는 극락세계와 원만하신 아미타불의 모든 공덕을 축약해 네 귀(句)의 주련이 걸렸습니다.

극락당전만월용 옥호금색조허공 약인일념칭명호 경각원성무량공 

(極樂堂前滿月容 玉毫金色照虛空 若人一念稱名號 頃刻圓成無量功)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계신 원만하신 아미타 부처님

진금색 몸과 백호의 광명으로 온 세계를 비추시네.

누구나 진실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른다면

짧은 순간이어도 서방정토에 태어나는 공덕을 성취한다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