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아라한의 수행> 책 표지(-모곡 사야도) ⓒ 해장각 출판사 

미얀마에서 존경받는 아라한, 큰스님들의 법문에서 위빠사나 수행 방법을 발췌하여 정리한 책 『미얀마 아라한의 수행』이 강종미 불교학자의 편역으로 도서출판 해장각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미얀마의 아라한, 큰스님 9명의 삶과 수행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위빠사나'란 '위(vi)' = '특별하게', '빠사나(passanā)' = '본다'라는 뜻으로, 몸과 마음을 '무상·고·무아'를 관찰하여 열반에 이르는 수행법이다. 초기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직접 수행하신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상윳따니까야』 「전에 들어보지 못함 경」(S47:31)). 최근에는 '마음챙김 수행', '알아차림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어 있다. '위빠사나 수행'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면, 먼저 순룬 사야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순룬 사야도는 43살까지 평생 문맹의 농부로 살았다. 그러던 그는 어느 날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들숨날숨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시작한다. 일상에서 무슨 일을 하든 '알아차림'을 실천한 끝에 약 9개월 만에 아라한과를 성취한다. 마찬가지로 아라한으로 알려진 때인구 사야도의 이야기도 놀랍다. 때인구 사야도는 20대 초반부터 46살까지 도둑과 강도들을 이끄는 대장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순룬 사야도의 일대기를 듣고는 '그가 했는데 왜 나라고 못 하겠는가?'라고 발심하여 수행에 돌입한다. 하루에 16시간씩 수행에 몰두한 결과 수행한 지 6일 만에 첫 번째 깨달음(수다원과)을 얻고 20개월 만에 네 번째이자 마지막 깨달음인 아라한과를 성취한다.

순룬 사야도 ⓒ 양곤 까바예 순룬센터
 

때인구 사야도는 이때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 번째 도와 두 번째 도에 들어가자, 마음이 천지개벽했기 때문에 내가 특별한 지혜를 얻었음을 알게 됐다. 마치 모태 맹인이 개안 수술을 받고 붕대를 풀자, 맹인 때의 추측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을 보는 충격이었다.

'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웠다. 검정과 흰색의 대비처럼, 지혜를 얻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달랐다. 첫 번째 도를 증득하자 모든 대상이 '느낌'의 성품 하나로만 보이고 들렸다. 냄새, 맛, 접촉도 느낌을 통해 알았다. 예전에는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무덤덤한 느낌 등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느끼는 성품 하나로만 대상을 알게 됐다."

이 책에는 이처럼 '실제 체험'에서 나온 생생한 수행 법문이 가득 차 있다. 9명 위빠사나 선사들의 다양한 수행법을 소개하고 있어, 각자의 기질과 성향에 따라 '열반으로 향하는 위빠사나의 길'이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겉으로 보이는 차이점 안에 '서로 묘하게 통하는 핵심'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미얀마 아라한의 수행> 책 뒤표지 ⓒ 해장각 출판사
 

이 법문들을 추리고 번역한 역자가 파악한 위빠사나의 핵심은 무엇일까? 역자의 말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역자는 법문을 인용해, 대상은 관찰하는 그 순간 '찰나 생멸'하기에 관념으로 '이어지는 대상'을 따라 쫓기만 한다면 '진짜 위빠사나'가 아니라고 말한다. "결과인 화살을 쫓지 않고 원인인 사냥꾼 제거하는 호랑이처럼"(때인구 사야도)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찰나 생멸하는 순간순간의 마음(느낌)을 관찰해야 한다. '대상을 아는 마음'과 '대상' 모두 찰나 생멸함을 관찰하면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열반으로 향하게 된다. 

"선사들께서는 "어떤 대상을 취하여 관하든, 물질만 관찰하든, 느낌만 관찰하든, 정신과 물질을 번갈아 관하든… 앞 대상과 뒤따르는 대상의 다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대상이 끊어지는 자리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상이 연결되어 보인다면 진짜 멸이 아니다. 낱낱이 끊어지는 것이 멸이다. 대상을 따라 쫓기만 하면 위빠사나와는 다른 길을 달려가는 것이다. 때가 무르익어 찰나의 생멸을 보는 그 순간 위빠사나가 시작된다."라고 말씀하신다." - 역자의 말, 강종미 

우리의 일상적인 삶은 어떠한가? 눈·귀·코·혀·몸·마음에 나타나는 대상 중 즐거운 것만을 쫓고 괴로운 것을 끊임없이 피해 다니는 삶이 아닌가? 순룬 사야도는 수행이 깊어지자 '대상만을 쫓아 사는 사람들'을 보며 깊은 두려움에 떨었다고 하니 각자의 삶을 숙고해 볼 일이다.

도서 <미얀마 아라한의 수행>

편역 강종미 / 출판사 해장각

148 * 211 * 19 mm / 255쪽

정가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