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유산으로서 다비의 가치와 전승｣ 학술대회 성료
- 8월 24일 목 오후 1시 - 5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문화부장 혜공 스님)와 다비작법보존회(회장 현법 스님)는 불기2567(2023)년 8월 24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다비의 가치와 전승”를 주제로 ‘제1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다비작법보존회를 발족한 이래 처음 열리는 학술행사이자, 다비를 주제로 한 첫 학술대회이다.
현법 스님은 인사말에서 “근래에 다비가 비정례적으로 일부 큰스님 입적 때만 봉행되어 전수자가 부족, 설행 기록도 부재하여 전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다비 전승을 위해 학술적‧문화유산적 가치를 조명하고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학술대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에서 “다비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자연스레 한국의 전통문화로 흡수, 전승된 불교장례법으로 승가 상례 의식집의 편찬과 함께 불교 특유의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다비는 단순히 육신을 태우는 화장이 아니라 죽음의 순간조차 깨달음의 기회로 맞이하는 한국 승가의 수행정신이 담겨 있다. 종단의 책임자로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단절되지 않고 후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는 의지를 표명했다.
학술대회 일정은 김상영(前 중앙승가대 교수)의 사회로 ▲불교장례문화의 보존 가치(기조발제, 보광 스님 前 동국대 총장), ▲초기 불교의 다비(조준호 동국대 불교학술원교수), 토론자 박경준(동국대 명예교수), ▲한국 장례문화의 흐름과 다비(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토론자 한상길(동국대 불교학술원교수), ▲귀환의 몸짓에 밴 언어의 미학(이성운 동방대교수), 토론자 고상현(광운대 교수) ▲다비의 현실태와 개선방향(황근식 동국대교수), 토론자 유재철(연화회 대표)의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구성되었다.
기조발제에서 보광 스님은 “신라 문무왕 이후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불교의 다비의식이 원형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며, 다비의식도 함께 아우르는 전반적인 불교장례의식을 무형문화재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위해 전통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단과 긴밀한 교류와 공동 연구하여 종단적인 차원에서 불교장례의식 및 다비식을 무형문화재로 발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제1주제발표에서 조준호 교수는 『유행경』과 Mahāparinibbāna Sutta에 나타난 부처님의 다비는 모든 불교국의 화장 다비와 사리숭배의 근거가 되며, 일종의 지역 축제전통으로 내려오기도 하고 또한 엄숙한 추모 전통으로 내려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나라마다 다비의식의 규모나 내용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비의식은 입멸자에 대한 최고로 경의를 표하는 장엄한 장례법의 표본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제2주제발표에서 구미래 소장은 한국불교의 다비는 불교 유입 이래 출가수행자의 장법으로 불교가 억압받던 시대는 물론, 화장이 수용과 배척의 역사를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전통 법식으로 꾸준히 치러졌으며, 다른 불교국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체계적인 장법, 즉 절차에 따른 의식문과 문중마다 다른 연화단 구성방식의 특징을 지녔음을 밝혔다. 그리고 점차 전승 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 다비의식에서 망실된 부분을 복원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제3주제발표에서 이성운 교수는 불교집안의 상례를 행하는 절차 다루는 것을 ‘의궤(儀軌)’라고 하고 이 상례의 행위에서 망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언사를 ‘의문(儀文)’이라고 하는데, 한국불교 다비문과 의궤에는 크게 떠남[발인 이후]과 되돌림[다비]의 두 과정으로 나누어 귀환의 몸짓을 담고 있음을 밝혔다. 목숨이 다한 이의 몸을 정화하고 화장하여 자연으로 귀환하는 다비의 전 과정을 깨침의 언어[對靈小參]로 장엄하고 있는 불교의 다비 의문은 깨침의 미학, 그 절정이라고 역설했다.
제4주제발표에서 황근식 교수는 근래 23년간(2000.1~2023.7) 행한 다비가 총 290건이며, 최근 5년간 다비 봉행 건수가 증가한 사실에 주목하며, 이는 사찰에서 행한 것보다 연화회가 행한 비중이 증가함을 밝혔다. 사찰별 다비 방방식을 발굴‧기록, 관련 장엄 및 의례문과 의례집을 현대에 맞게 정비하는 등 전통 다비의 기준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수자가 없어 단절 위기에 처한 다비를 보존하기 활성화하기 위해 종단 차원에 “다비작법상조회”를 설치‧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다비작법보존회 제공)
다비는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다(生死不二)’라는 불교의 생사관을 표현하는 의례이며. 죽은 사람과 의식에 동참한 산 사람도 번뇌와 업장을 소멸하고 윤회를 벗어나기를 바라는 법석(法席)이다. 전승 단절 위기에 처한 다비의 보존과 계승이 절실하다는 인식 아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는 2013년 『다비현황조사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종단성보보존위원회는 ‘다비’를 비롯한 ‘불복장작법’, ‘통도사 단오용왕재’, ‘해인사 단옷날 소금묻기’, ‘불교지화’, ‘가사’ 등 6개 항목을 불교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연등회’, ‘삼화사 수륙재’, ‘진관사 수륙재’에 이어 최근 ‘불복장작법’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다비의 학술적‧문화유산적 가치를 조명하고, 불교문화유산을 넘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다비작법보존회는 불교전통문화 다비의 보존과 계승이 불교의 당면과제라는 인식하에 2022년 5월 다비작법보존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23년 3월 30일에 발족식을 가졌다. 회장 현법 스님을 비롯하여 전국 사찰의 다비 전수자인 선현 스님, 덕제 스님, 연화회 유재철 대표 등 상임위원과 황근식 박사, 이진선 연구원 등 관련 재가자들로 구성되었으며, 다비의 학술적 가치를 발굴하고, 전통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향후 다양한 학술활동 및 전승자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다비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정진할 것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