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상처를 허투루 보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어릴 적 상처가 주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심리학계 및 의학계에서 속속 밝혀지는 중이다. 어릴 적 상처를 방치하는 것은 따라서 죄악에 가깝다. 어릴 적 상처야말로 반드시 치료해야할 매우 중요한 질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 나는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서 할까? 나도 모르게 까닭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는 이유는 뭘까? 가끔씩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건 왜일까?
전 세계인의 정신적 스승으로 추앙받는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 나왔다. 틱낫한 스님의 심리 처방전인 <화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누구나 내면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으며, 당신이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면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당신 내면을 찬찬히 바라보라‘고 이 책에서 틱낫한 스님은 권한다. 어쩌면 그 아이가 웅크린 채 울고 있을지도 모르니, 그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이의 손을 잡고 손을 토닥이며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매일매일 이런 일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그 아이는 당신의 마음속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일으키는 화의 대부분은 아이의 상처에서 왔다고 말한다. 무의식 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그 아이의 고통이 사소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촉발되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따라서 우리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릴적 나, 즉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의 화와 고통도 치유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틱낫한 스님은 우리에게 8가지 지혜와 7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정하게 일러주신다.
내 안의 아이를 어루만져 주는 지혜 여덟 가지는 깨어있어야 하고, 우리는 우리의 부모이자, 우리의 아들 딸임을 알아야 하며,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관찰하며, 숨쉬기와 걷기, 내려놓기를 실천하고 행복과 고통은 늘 함께 다닌다는 것을 인식하며, 내안의 아이를 치유하고, 화해하며, 마침내 행복을 창조해 나누는 지혜로운 여덟 가지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이어 내 안의 아이를 치유하는 일곱 가지 수행법을 일러주신다. 물건 치우기 명상법을 비롯하여 16가지 호흡 수행법, 내 안의 아이에게서 온 편지 읽기, 양 팔과 양 무릎, 머리로 대지와 만나기, 평화의 편지 쓰기, 새 출발,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기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마음의 고통을 겪을 때마다 내면의 아이는 “나 여기 있어, 나를 좀 돌봐줘”라고 구원을 손길을 보낸다고 설명하는 틱낫한 스님은 이 목소리를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은 그 상태에 빠져든 나머지 다른 것을 알아차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며, 따라서 한 번의 고요한 호흡, 한 번의 고요한 발걸음을 하라고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태에서 잠시 빠져나와 마치 밖에서 구경하듯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 우리를 부르는 내면의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이 내면의 아이를 만나면 은은한 미소를 보내라고 권한다. 그리하면 아이락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 올 것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 상처의 치유하는 불교적 치유법에 주목한 틱낫한 스님의 역저 <화해-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는 스펙 쌓기에 바쁘고, 생활에 치여 살다가 문득 만난 마음속 응어리로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요긴한 책이다. 진우기 선생이 번역했다. 13,000원
*저자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은?
베트남 출신 승려이자 평화운동가로 전 세계인의 정신적 스승이다.
불교는 하나지만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틱낫한 스님은 어려운 불교용어를 일상 언어로 전달하고자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고통과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서 최선을 다한다.
베트남전쟁 당시 죽어 가는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전쟁을 반대하는 연설과 평화운동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받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의 박해를 피해 1980년대 초 프랑스로 망명한 스님은, 보르도 지방에 수행공동체인 플럼빌리지(자두나무 마을)를 세우고 달빛처럼 은은한 미소로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 시작했다. 이후 플럼빌리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스님의 책으로는 『화』, 『힘』, 『기도』, 『우리가 머무는 세상』, 『평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어머니』,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등이 있다.
*역자 진우기 선생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Texas A&M University에서 평생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불교의 다양한 가르침과 수행 현장을 소개한 저서 『달마, 서양으로 가다』를 저술한 이후 서양불교와 수행에 관한 기고 활동을 계속해 왔다. 불교 전문 번역·통역가로서 『힘』, 『고요함의 지혜』 등 2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달라이 라마, 틱낫한, 텐진 팔모, 파옥 사야도 등의 법문을 통역했다. 한국불교를 바르게 영역하여 세계에 알리고자 2009년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을 설립하여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