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종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오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외국과의 문화적 학문적 교류의 주축 역할을 해왔다. 근현대에는 대학이라는 제도가 정착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학문으로서의 불교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한일불교유학생교류회는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측면에서 각 분야별로 논문집을 발행하기로 결정하고, 그 첫 성과물로 이번에 <계율 연구 논문집>을 펴냈다. 이 책은 전문가에게 논문의 선별과 편집을 위촉하여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이 책의 편집에는 인환스님과 마성스님, 이자랑 박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30~40여 년 동안 한국 불교학계에 축적된 계율 관련 논문 가운데 연구를 위해 꼭 읽혀졌으면 하는 논문 15편을 엄선해 추렸다. 계율을 주제로 한 논문은 불교학과 관련된 다른 주제에 비해 양적으로 그리 많지 않은 편이나, 그중에서 독자적인 자료와 시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주옥같은 논문들을 선별하였다.

계율 연구는 불도수행의 기본이 되는 실천행으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교단의 역사를 해명하는 자료 그리고 인간의 삶과 연관된 윤리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시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큰 가능성을 지닌 분야이다.

이 논문집에 실린 논문들은 내용상으로나 형식상으로나 계율 연구에 뜻을 둔 국내외의 학자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편의 논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성과로 국내외 불교학계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논문들이기 때문이다.

1982년에 발표된 이기영 박사의 ‘元曉의 菩薩戒觀―菩薩戒本持犯要記를 中心으로’는 <보살계본지범요기>를 중심으로 원효의 윤리관을 고찰한 것으로, 논자는 <보살계본지범요기>의 ‘보살계본’이 <보살지지경>, 즉 <達磨戒本>의 보살계를 원본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계본의 내용 분석을 통해 원효가 다른 많은 계본 가운데서도 특히 이 계본을 중시한 이유를 찾고, 이에 근거하여 원효의 윤리관을 심도 있게 잘 논증해 보이고 있다.

1986년에 발표된 고익진 ‘새로 確認된 新羅僧 遁倫의 著述과 그 性格―<菩薩戒羯磨記>와 <菩薩戒本記>―’는 신라승 둔륜의 저작으로 알려진 <보살계갈마기>와 <보살계본기>에 관한 연구이다. 논자는 이들 문헌이 신라의 보살계 연구 경향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 및 둔륜 저작의 진위 여부, 그리고 세심한 내용 분석을 통해 그 특징을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하고도 분명하게 밝혀내고 있다

1986년에 발표된 전해주 스님의 ‘比丘尼敎團의 成立에 대한 考察―比丘尼八敬戒를 中心으로―’는 비구니팔경계 문제를 통해 비구니교단의 성립 문제를 다루고 있다. 팔경계에 관한 다수의 텍스트를 비교 검토하여, 팔경법에 관한 전승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근거로 팔경법은 부처님께서 직접 제정하신 조문이라기보다는 부파불교시대에 여성의 출가를 못마땅하게 여긴 부파교단의 보수적 세력들에 의해 기록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1995년에 발표된 목정배 교수의 ‘戒律에 나타난 불교의 生命觀’은 전통부파의 6종 광율 가운데 하나인 <사분율>, 그리고 대승 <범망경>에 나타나는 불살생계 내지 생명에 관한 조문들을 중심으로 불교 계율에 나타난 생명관을 잘 밝혀내고 있다.

1995년에 발표된 채인환 스님의 ‘元曉의 戒律思想’은 계율에 관한 원효의 대표적 저술인 <보살계본지범요기>, 그리고 <발심수행장>을 중심으로 원효의 계율사상의 내용 및 그 특징을 잘 밝히고 있다. 특히 원효가 활동했던 당시의 신라불교의 전반적인 배경을 고려하여 논지를 전개해 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쉽게 원효의 계율사상이 지니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98년에 발표된 신성현 교수의 ‘不食肉戒 一考’는 전통부파의 율장에 나타나는 ‘索美食戒’와 대승계경에서의 ‘不食肉戒’를 중심으로 인도불교에서 확인되는 육식에 관한 입장 변화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 논문은 율장 및 대승계경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초기 내지 부파로부터 대승으로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한국불교학회에서 이루어진 계율 연구로서는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2000년에 발표된 김영태 동국대 명예교수의 ‘新羅의 女性出家와 尼僧職 고찰―都維那娘 阿尼를 중심으로―’는 고대한국에서의 여성출가자들의 실태를 찾아볼 수 있는 자료가 매우 한정되어 있고 연구도 미비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료적으로 귀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2002년에 발표된 이자랑 박사의 ‘율장에 나타난 不同住(nānāsaṃvāsaka)에 관하여’는 6대 광율의 <꼬삼비건도>에 각각 전해지는 부처님 재세 당시의 대표적 파승사건을 중심으로, 기존에 부파분열과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부동주’라는 개념을 집중적으로 비교·고찰하여 그 의미를 명확히 밝혀내고 있다.

2003년에 발표된 이자랑 박사의 ‘승단 추방에 관하여―멸빈(nāsana)을 중심으로―’는 동아시아 불교전통에서 흔히 멸빈이라는 표현이 사바라이죄를 지은 자에게 부과되는 불공주(不共住)라는 용어와 동일시되어 사용되지만, 불공주와 멸빈은 원어도 서로 다르고 그 구체적인 내용도 다르다는 점을 빨리율 내지 한역율의 용례를 통해 새롭게 밝혀내고 있다.

2005년에 발표된 덕산 스님의 ‘조계종의 징계제도와 그 문제점’은 조계종단의 현 종헌·종법에 나타나는 징계제도를 율장의 관련 조문들과 비교하며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근년 현 종헌·종법의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종종 있는데, 이 논문은 그런 논의에 있어 구체성과 개선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2006년에 발표된 이수창(마성)의 ‘比丘尼 八敬法에 대한 考察’은 현존하는 문헌에 나타나는 팔경법 전승을 비교 분석, 팔경법 제정의 역사적 배경을 찾고 있다. 각 부파의 율장이나 경장 등에 보이는 관련 내용과의 분석을 통해 팔경법을 붓다가 직접 제정한 조문으로 결론짓고 있다.

2007년에 발표된 적멸 스님의 ‘근현대 한국선종교단에서 제정된 청규에 관한 고찰’은 많지 않은 청규 논문 가운데 하나로, 근현대에 이르러 제정된 용성선사의 결사회 규칙, 한암선사의 선문규례, 성철선사의 공주규약, 그리고 조계종 5대총림 청규의 내용을 분석하여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 특히 한국선종교단인 조계종에서 청규를 제정할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2008년에 발표된 염중섭(자현)의 ‘提婆達多에 대한 逆罪의 타당성 고찰’은 제바달다와 그에게 부과되는 역죄의 형성 및 타당성을 분석하며, 기존의 학자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시각에서 흥미로운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2010년에 발표된 이상엽의 ‘<범망경> 보살계와 유식학파 보살계의 비교 연구―인성에 대한 입장 차이를 중심으로―’는, 왜 <범망경>이 당시 중국에서 다른 보살계 문헌들을 제치고 그토록 크게 유행했는가 라는 의문하에, <범망경> 보살계와 한역 보살계 문헌들의 보살계 비교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양자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고도 간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2011년에 발표된 신규탁 교수의 ‘<범망경>(상권)과 (하권)의 관계에 대한 소고―심지(心地) 수행과 계율(戒律) 실천의 병행(竝行)’은, <범망경>의 출현 의도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상권과 하권으로 된 <범망경>의 구성과 내용, 특히 하권 앞부분에 있는 기술을 근거로 <범망경>은 심지수행과 계율수행 사이의 밀접한 관련을 경전의 형식을 빌려 널리 주장하기 위해 법성 사상을 선양하려는 누군가가 편집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부록으로, 수록 논문 출전과 한국불교 계율학 관련논문 목록을 게시했다.

*한일불교유학생교류회는?

‘한일불교유학생교류회’는 일본의 대학에 유학하면서 불교를 연구한 한국인이 주류를 이루고, 한국에 있는 대학에 유학해 불교를 연구한 일본인들이 함께하여 탄생하였다. 현재는 인환 스님이 초대 회장으로, 현해스님·홍선스님·원두스님·리영자 교수·강동균 교수가 공동대표로, 신규탁 교수가 총무이사로, 최종남 교수가 연구이사로, 김재성 교수와 오인스님이 섭외이사로, 홍윤식 교수가 고문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