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칼럼13

모전석탑으로 유명한 경주 분황사(芬皇寺)는 약사여래를 본존으로 하는 신라의 왕실사찰이다. 분황사는 선덕여왕(善德女王) 3년(634년)에 낙성된 이래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의 전성기와 함께했던, 1,400년 동안 법등(法燈)을 밝혀 온 유서 깊은 사찰이다. 약사불(藥師佛)을 모신 보광전(普光殿)과 석탑, 그리고 요사채의 단촐한 규모일 뿐이지만, 신라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인 자장(慈藏, 590년 ~ 658년)과 원효(元曉, 617년 ~ 686년) 등이 주석한 사실로 볼 때 창건 당시의 사찰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분황(芬皇)이라는 사찰의 이름은 ‘향기로운 임금’ 즉 선덕여왕 본인을 가리킨다. 따라서 분황사 사찰명은 ‘여왕(여제)의 사찰’로 풀이할 수 있다. 

분황사는 황룡사와 더불어 신라 불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선덕여왕 대에 당에서 귀국해 신라 승려들의 계율을 정한 자장율사가 분황사에서 주석하였고, 원효도 이곳에서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 등의 저술 활동을 하여 많은 저작을 남겼다. 원효가 창시한 해동종은 그가 주로 머물렀던 이곳의 이름을 따서 분황종(芬皇宗)으로 불리며, 원효 자신도 그의 저서에서 자신을 분황원효(芬皇元曉)라고 소개하였다. 

분황사의 ‘분(芬)’자는 범어 뿐다리까(pundarika)에서 온 말이다. 뿐다리까는 ‘흰 연꽃[백련]’을 의미하는데, 어떤 단어의 뒤에 붙으면 ‘더 훌륭한 이’라는 뜻을 갖게 된다. 묘법연화경의 범어 이름 ‘Saddharma Puṇḍarīka Sūtra’에도 뿐다리까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 불자들에게 친숙한 중국의 김교각 지장성지인 구화산 화성사에 ‘芬陀普敎’라는 강희제가 쓴 편액이 있고, 우리나라 서울의 개운사에서도 연꽃마을이라는 의미의 ‘芬陀利鄕’이란 편액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분’은 법화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고, 대승불교의 뿌리가 된 대중부의 사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선덕여왕 3년 경주 분황사가 개창된 후 1338년이 흐른 2022년 5월 21일, 조계종에 의해 또 하나의 분황사가 세워졌다. 특히 이 분황사는 우리나라 땅이 아닌 인도 부다가야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모든 번뇌가 사라진 깨달음의 땅, 부처님께서 번뇌의 마지막을 설한 성도성지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사찰 분황사가 성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부다가야 한국사찰 분황사 대웅보전 부처님(사진=대한불교조계종 홍보국)  

불교신문은 이날 봉행된 부다가야 한국사찰 분황사 대웅보전 준공식을 이렇게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하여,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 해외특별교구장 정우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 중앙종회의원들과 총무원 부실장 등 주요 사찰 신도, 현지 스님과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법회에 참석한 대중은 분황사 대웅보전 준공을 축하하며 분황사가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전당으로 거듭나길 한마음으로 염원했다고 한다. 모처럼 만나는 한국불교계의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조계종이 인도 부다가야에 분황사를 개원한 것은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35년 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건립하겠다는 각별한 원력에서 비롯되었고, 이 불사의 목표는 한국불교 세계화라고 한다. 원행스님이 취임한 후 추진해온 백만원력 결집불사 10대 사업 중에서도 이 불사는 핵심 사업이라고 하니, 이 불사에 기울인 조계종의 정성은 매우 컸을 것이다. 

원효는 경주 분황사에서 해동종(海東宗)을 창시하고 금강삼매경론 등 수많은 저술을 집필하며, 그 사상적 깊이와 넓이에서 중국불교를 능가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계림의 명성을 드날렸는데, 21세기 조계종은 부다가야 분황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