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경찬’이란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책이 출간되면서부터다. 당시 이 책을 펴낸 조계종출판사의 편집자로부터 목경찬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오랜만에 발굴한 소중한 필자라는 평가의 말도 들었다.

책을 읽으며 그의 내공을 알 수 있었고, 역시나 좋은 책은 많이 팔린다는 공식을 <사찰, 어느 것도…>는 입증해 주었다.

목경찬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그의 두 번째 책 <부처님께 다가가는 방법>이 출간되면서 출판사가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수수한 모습에 적당한 방언이 친근감을 더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책의 내용이 좋아서 집사람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더니, 박봉의 남편 월급으로 평생을 살아온 터라 한 번도 큰 마음을 내지 못했던 이 사람이 글쎄 <부처님께 다가가는 방법>을 10권이나 주문해 구입했다. 주변의 초보불자나 불교에 관심을 갖는 인연들에게 선물할 것이라면서.

그 목경찬 선생이 이번에 또 좋은 책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조계종출판사)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저자와 얽힌 개인사를 늘어놓은 것은 저자에 대한 기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알리기 위함이다.

‘불교문화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출판사의 설명처럼 “통쾌한 풍자로 웃음을 주고, 적절한 비유로 삶을 돌이켜 보게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건네는 사찰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책은 사찰에 담긴 상징과 의미를 낱낱이 파헤친 <사찰, 어느 것도…>의 후속작에 해당된다. 이번에는 사찰에 얽힌 이야기들, 귀 기울여 들어보면 사찰 구석구석 사람의 마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음을 알게 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목경찬의 눈은 따뜻하다. 그리고 지극히 불교냄새가 진동한다. 문화유산 해설사들의 기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아야 들을 수 있는 사찰의 속삭임, 사찰에서 살아가는 대중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전국 사찰에 전해 내려오는 불교문화 에피소드, 절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슬기롭게 가꾼 절집, 감응으로 나투신 불보살님과 이 땅의 역사와 함께한 불교의 역사를 그는 놀랍게도 깊고도 맛있게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사찰을 찾고, 만들고.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얽히고설켜 조계를 흐르는 이야기 강을 이룬다.

목경찬 선생은 사찰을 수행하듯 찾아간다.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을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과 두 다리를 이용하여 찾는다. 또 가능한 여행은 혼자 떠난다. 절 입구에서 경내까지 걸어가면 차를 타고 절에 도착할 때와는 달리 많은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서 많은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 자체가 훌륭한 수행이다. 그의 걸음의 속도는 늦다. 그러나 늦은 걸음은 그에게 수많은 혜안과 이야기 거리를 돌려준다. 그 옹골찬 이야기를 저자는 고맙게도 유려한 필체로 적어 세상에 내놓는다. 어쩌면 우리는 그의 발품에 신세를 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구례 화엄사 구층암 천불보전에 있는 토끼와 거북이 상(거북이 등위에 토끼와 올라타고 있는 모양)을 보고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보따리를 한 편 들어보기로 하자.

“부처님을 뵈러 떠나는 토끼와 거북이, 함께 의지하며 길을 떠납니다. 그들 앞에 강이 나타납니다. 물에 약한 토끼를 거북이가 업고 강을 건넙니다. 산이 나타납니다. 토끼는 산을 올라가는 데에는 자신이 있지만, 먼저 혼자 가지 않습니다. 거북이와 걸음을 나란히 하며 천천히 산을 오릅니다. 때로는 먼저 달려가 어디가 지름길인지 살펴보고 옵니다. 이처럼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긴 여정 속에 토끼와 거북이는 어느덧 부처님 나라에 이릅니다.”

저자는 구층암의 장엄물은 바로 부처님을 뵈러 가는 토끼와 거북이가 강을 건너는 장면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경쟁만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하나의 잣대로 줄 세우기를 하는 이 시대에, 강자만이 독식하고 약자의 배려에 인색한 이 시대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외침이 방송소재로 별 생각 없이 사용되는 이 시대에, 구층암 토끼와 거북이는 함께 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속삭인다고 설명한다.

요즘 시대를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한다. 무엇이든지 스토리텔링으로 각색이 되어야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나는 시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목경찬의 이 책은 찬란한 문화의 보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풀어낼 줄 모르고 사장시키는 오늘의 한국불교에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하는 울림이기도 하다.

연못이 썩지 않는 것은 그 연못으로 스며드는 가는 샘물 줄기 때문이라고 한다. 목경찬이라는 귀한 이야기꾼의 탄생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종단의 어른들께서도 다음 명절에는 어설픈 불서 말고, 바로 이런 책을 대량 구입해 주변에 선물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