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4.3.2 수성유경(手聲喩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는 혼자서 고요히 생각하였다. ‘어떤 것을 나라고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어떤 것이 나인가, 나는 어디에 머무르는가?.

그는 선정에서 깨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어떤 것을 나라고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어떤 것이 나인가, 나는 어디에 머무르는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그대를 위하여 두 법을 말하겠다. 눈과 색이 둘이고, 귀와 소리 · 코와 냄새 · 혀와 맛 · 몸과 촉감 · 의지와 법이 둘이다. 

비구여, 혹 어떤 이가, ‘사문 고타마가 말하는 두 법은 둘이 아니다. 나는 이제 그것을 버리고 다시 두 법을 세울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말만 있을 뿐 자꾸 물어도 알지 못하고 의혹만 더할 뿐이다. 그것은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눈이 색을 연하여 눈의 식별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여, 만약 그 눈살덩어리이고, 안에 있는 것이고, 인연이 되는 것이며, 단단한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이면, 이것을 눈이라는 살덩어리 안의 땅의 계층(地界)이라 한다.

만약 눈이 촉촉하고 윤이 나는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이면, 이것을 눈의 살덩어리 안의 물의 계층(水界)이라 한다.

만약 그 눈이 밝고 따뜻한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이면, 이것을 눈의 살덩어리의 안의 불의 계층(火界)이라 한다.

만약 그 눈이 가벼이 나부끼면서 흔들리는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이면, 이것을 눈의 살덩어리의 안의 바람의 계층(風界)이라 한다. 

비구여, 두 손이 화합하여 서로 마주쳐야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이, 눈이 색을 연하여 눈의 식별이 생기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부딪침이니, 부딪침에서 느낌 · 생각 ·의도가 함께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법은 ‘나’가 아니고 영원하지 않으므로, 이것은 덧없는 ‘나’이고 영원한 것이 아니며 안온한 것이 아니고 변하고 바뀌는 ‘나’이다. 왜냐하면 비구여, 그것은 태어나고 늙고 죽고 마치는, 태어나는 법을 받기 때문이다.

비구여, 모든 행(行)은 환(幻)과 같고 불꽃과 같아서 잠깐 동안에 다 사라지니, 진실로 오는 것도 아니고 진실로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비구여, ‘공(空)’의 모든 행에 대하여 마땅히 알라. ‘공’에서의 모든 행은 항상 하고 머무르고 변하지 않음을 기뻐하라. ‘공(空)’에서는 ‘나’도 없고 ‘나의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눈 밝은 사람이 손에 밝은 등불을 들고 빈방으로 들어가서 그 빈방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여, 일체의 행이 ‘공’한 상태에서 ‘공성’의 마음으로 관하면 기쁨이 일어난다. ‘공성’의 법에서 모든 행은 항상 머물러 있어, 변하고 바뀌는 법이 아니다. ‘나’와 ‘나의 것’이 없기 때문이다.

눈과 같이 귀 · 코 · 혀 · 몸 · 의지도 그러하며, 의지가 법을 연하여 의지의 식별이 생긴다.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부딪침이니, 부딪침에서 느낌 · 생각 · 의도가 함께 생긴다. 그러나 이 모든 법에는 ‘나’가 없고 덧없고, ....‘공’에는 ‘나’와 ‘나의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눈은 영원한 것인가, 덧없는 것인가?”

“덧없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덧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덧없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거나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그것에 대하여 ‘나’와 ‘나와 다르다’와 ‘그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귀 · 코 · 혀 · 몸 · 의지에 대해서도 그와 같다. 그러므로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눈에 대하여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싫어하기 때문에 바라지 않으며, 바라지 않기 때문에 해탈하고, 해탈한 줄을 알고 본다. 그래서 나의 생은 다하고 범행은 갖추었고 할 일은 마쳐, 다시는 다음 생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 귀 · 코 · 혀 · 몸 · 의지에 대해서도 그와 같다.

이때 그 비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합수성비경(合水聲譬經)’의 가르침을 듣고 혼자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하면서 방일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다음 생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고 아라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