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4.1.9 춘다경(純陀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파탈리풋타국 계림 동산(鷄林園)에 계셨다.

그때 아난 존자는 마하춘다(純陀)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한쪽에 앉았다. 아난 존자가 춘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한가하시면 대답해 주십시오.”

“그대의 물음에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아난 존자가 춘다 존자에게 물었다.

“세존 · 여래 · 응공 · 등정각께서 아시고 보시는 대로라면, 사대(四大)로 된 몸을 말씀하시며, 이 사대로 된 몸은 ‘나’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여래 · 응공 · 등정각께서 아시고 보시는 대로라면, 식별도 ‘나’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까?”

춘다 존자가 아난 존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가장 많이 들어 아는 분입니다. 내가 멀리서 당신을 찾아 온 것은 이 법을 묻기 위해서입니다. 존자여, 바라건대, 오늘 나를 위하여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아난 존자가 춘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이제 존자에게 묻겠으니, 마음대로 대답하십시오. 춘다 존자여, 눈이 있고 색이 있고 눈의 식별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아난 존자가 다시 물었다.

“눈과 색이 인연하여 눈의 식별이 생깁니까?”

“그렇습니다.”

아난 존자가 다시 물었다.

“만일 눈과 색이 인연하여 눈의 식별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은 영원한 것입니까, 덧없는 것입니까?”

“덧없는 것입니다.”

아난 존자가 다시 물었다.

“그 인과 그 연으로 눈의 식별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덧없이 변하고 바뀔 때에도 그 식별은 머물러 있습니까?”

“아닙니다,  아난 존자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법이 생하고 멸하는 것을 안다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그것에 대하여,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함께 있다’라고 보겠습니까?”

“아닙니다, 아난 존자여.”

아난 존자가 다시 물었다.

“귀 · 코 · 혀 · 몸 · 의지와 법에 대하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지가 있고 법이 있으며 의지의 식별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난 존자여.”

“만일 의지와 법이 인연하여 의지의 식별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은 영원한 것입니까. 덧없는 것입니까?”

“덧없는 것입니다. 아난 존자여.”

“만약 인이나 연으로 의지의 식별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덧없이 변하고 바뀔 때에도 의지의 식별은 머물러 있습니까?”

“아닙니다. 아난 존자여.”

아난 존자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법이 생하고 멸하는 것을 안다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그것에 대하여,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함께 있다’라고 보겠습니까?”

“아닙니다. 아난 존자여.”

아난 존자가 춘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그러므로 존자여, 여래 · 응공 · 등정각께서 알고 보시는 바로는 식별도 덧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마치 장정이 도끼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 파초나무를 보고는 재목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여 단단한 알맹이를 찾기 위해 뿌리를 끊고 잎들을 자르고 껍질을 다 벗겨 보아도 단단한 곳은 어디에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눈의 식별과 귀 · 코 · 혀 · 몸 · 의지의 식별을 바르게 관찰하고, 바르게 관찰하면 도무지 취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취할 만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고, 집착할 것이 없으므로 스스로 열반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나의 생은 다하고 범행은 갖추었고 할 일은 마쳐, 다시는 다음 생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는 것입니다.”

아난 존자가 이 법을 말하자, 서로 기뻐하며 제각기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