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묻은 수수떡 

 그러던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는 어느 날, 절 마당에서 누군가가 옹이스님을 불렀습니다.

“작은 스님, 작은 스님 계십니까?”

 옹이스님은 재빠르게 뛰어갔습니다. 아뿔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한수였습니다. 옹이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서 있었습니다. 한수의 손에는 작은 보자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웬일로?”

 “예. 작은 스님한테 이것을 드리려고......“

 한수는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보자기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수떡이 담겨 있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노스님의 방문이 열렸습니다.

 “어허, 이 밤중에 그것을 주기 위해 왔는고. 고맙기도 하지. 밤이 늦기는 했지만 잠깐 들어오게.”

 “아닙니다. 저는 또 할 일이 있어서...... 그럼 노스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한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옹이스님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쏜살같이 사라졌습니다.

 “참 먹음직스럽게도 생겼다. 옹이야, 너도 예 앉거라.”

 옹이스님은 숨이 차올랐습니다.

 “왜 그러느냐, 앉지 않고?”

 “예.”

 옹이스님은 자신을 쳐다보던 한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수수떡이 예사 떡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정확하지도 않은 것을 노스님께 말씀드릴 수도 없었습니다.

 “자아, 너를 위해서 일부러 가져왔는데 어서 먹자.”

 노스님이 수수떡 하나를 손에 들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습니다. 

 “노스님, 안됩니다!”

 옹이스님은 노스님의 손에 있는 수수떡을 빼앗아 냉큼 자신의 입 속에 넣었습니다.  

 “아니!”

 노스님은 너무나 놀라 옹이스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만 보았습니다.

 옹이스님의 눈엔 눈물이 하나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그 순간 노스님은 어렴풋 옹이스님의 행동에 무슨 까닭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였습니다. 노스님은 떡을 입에 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옹이스님 앞으로 수수떡을 밀어주었습니다.

 “아이고, 그렇게 그 떡이 먹고 싶으면 너 혼자 실컷 먹어라.”

 옹이스님은 얼른 수수떡을 들고 노스님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입에 넣었던 수수떡을 토하고, 남은 수수떡을 구덩이를 파고 몽땅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그 밤 옹이스님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수의 마지막 눈빛만이 떠올랐습니다.

‘분명 독이 들어 있을 거야. 내일 아침이면 모든 것이 결판나겠지.’

옹이스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옹이스님이 생각했던 일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옹이스님이 수수떡을 묻었던 그 자리에 수 십 마리의 들쥐들이 모여서 수수떡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옹이스님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바로 그날, 한수가 남몰래 노스님을 찾아왔습니다.  

 “노스님.”

 “......”

 “저는 이제 이 마을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한수는 울었습니다.

 노스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저는......”

 한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고백하기 위해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노스님이 한수의 말을 막았습니다.

 “아무 말도 내게 하지 말게.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자네만 어려운 게 아니야. 나도 자네보다 더 힘들어. 하지만 이 세상엔 자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면 힘을 덜 수가 있지. 자네에겐 자네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지 않은가. 밤이 늦었으니 어서 돌아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