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3.1.13    커티카경(拘絺羅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성 칼란다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때 사리풋타 존자는 마하코티카(拘絺羅,구치라) 존자와 함께 깃자쿠타산에 있었다.

마하코티카 존자는 해 질 녘에 선정에서 깨어나 사리풋타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한 뒤, 물러나 사리풋타에게 말하였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가하시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사리풋타 존자는 마하코티카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물음에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마하코티카 존자가 사리풋타 존자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사리푸타 존자여. 눈이 색에 매입니까, 색이 눈에 매입니까? 귀와 소리 · 코와 냄새 · 혀와 맛 · 몸과 촉감 · 의지와 법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의지가 법에 매입니까, 법이 의지에 매입니까?”

사리풋타 존자가 마하코티카 존자에게 말하였다.

“눈이 색에 매인 것도 아니고, 색이 눈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그와 같이 의지가 법에 매인 것도 아니고, 법이 의지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마하코티카 존자여, 그 중간에서 만일 그가 탐욕을 내면, 그것이 곧 매이는 것입니다.

마하코티카 존자여, 만약 검은 소와 흰 소가 한 멍예와 굴레에 매여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검은 소가 흰 소에 매인 것인가. 흰 소가 검은 소에 매인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검은 소가 흰 소에 매인 것도 아니고, 흰 소가 검은 소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중간에 멍에나 굴레에 끼이면, 그것이 곧 매이는 것입니다.”

“마하코티카 존자여, 눈이 색에 매인 것도 아니고, 색이 눈에 매인 것도아니며, ... 의지가 법에 매인 것도 아니고, 법이 의지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그 중간에 탐욕이 있으면, 그것이 곧 매이는 것입니다.

눈이 색에 매이고, 색이 눈에 매이며, ..... 의지가 법에 매이고, 법이 의지에 매인다면, 세존께서는 사람들에게, ‘범행을 닦으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라고 가르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눈이 색에 매인 것도 아니고, 색이 눈에 매인 것도 아니며,....의지가 법에 매인 것도 아니고, 법이 의지에 매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사람들에게, ‘범행을 닦으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마하코티카 존자여, 세존께서는 눈으로 색을 보실 때,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탐욕을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그 밖의 중생들은 눈으로 색을 볼 때,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탐욕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탐욕을 끊으면 곧 마음이 해탈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의지와 법에 대해서도 그와 같습니다.”

이때 두 존자는 서로 기뻐하며 제각기 본 처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