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사이스판 불교사전이 나왔다. 외형은 콘사이스이지만 내용은 대백과사전에 손색이 없다.

인터넷 시대에 사전시장이 다 망가졌다는데, 콘사이스판 불교사전을 펴내는 ‘정신 나간’ 출판사가 있다니!

불교사전을 펴낸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내심 가졌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막상 완성된 불교사전을 손에 잡으니, 정신 나간 것은 출판사가 아니라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였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첫 느낌은 ‘참 잘 만들었다!’다. 이런 일을 벌인 이는 누굴까. 불교출판계의 간판스타라고 할 수 있는 민족사 윤창화 사장이다. 그는 무려 15년 전부터 반드시 격조 있는 불교사전을 만들어 불교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필자를 찾기도, 필자가 있어도 입맛에 맞게 사전을 써낼만한 실력과 필력을 갖춘 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이가 김승동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다.

이 사전을 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이 넘는다. 그동안 꼼꼼하게 수록 불교용어를 선정하고, 최적의 해설을 붙이고, 문장을 가다듬고 판형과 장정 디자인 등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단행본 10권을 만드는 것보다 더 큰 심혈과 정성을 기울였다.

이 불교사전은 국내 최초의 콘사이스 불교사전으로 총 1,216쪽 분량에 4950여 항목을 수록했다. 설명은 풍부하되 문장은 간결하고, 한글개념으로도 명쾌하게 이해되도록 한다는 편찬의 원칙을 고집스럽게 고수했다. 4950여 항목에는 불교와 관련된 교리, 사상, 역사, 인물, 문화, 문헌 등 불자들이 꼭 알아야할 중요한 항목들을 망라했다.

영어세대를 위해 각 단어의 개념을 영어로 요약 표기했고, 단어의 개념설명은 앞서 언급했듯이 간결, 명확, 풍부라는 원칙을 지켰다. 콘사이스 판으로 휴대에 불편을 없앴고, 중요한 항목은 개론서의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자세한 설명을 붙였다. 이 불교사전 한 권만 있으면 중요한 불교용어는 물론이고 불교 교리와 상식,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까지 모두 해결되도록 구성했다.

사전을 펴낸 윤창화 민족사 사장은 “사전은 지식의 보고이며, 알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은 즉시 해결해야만 지식으로 승화된다는 점을 감안 불교사전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 시대에 불교사전 출간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CD 한 장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은 맞지만, CD를 활용하자면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노트북의 가격은 최소 50만원 이상인데, 콘사이스 영어사전은 휴대가 간편할뿐더러 가격도 38,000원으로 1/10도 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또 CD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도, 필요한 자료를 찾는 시간도 콘사이스 불교사전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모두가 사전을 포기하는 시대에 역발상으로 콘사이스 불교사전을 낸 용기와 원력이 놀랍다.

“불자가정이라면 집집마다 불교사전 한 권씩은 필수로 비치되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윤창화 사장은 “불교사전의 휴대화·생활화·가정화는 곧 불자들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며, 불교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