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때때로 담마에 대해 토론하라(Kālena dhamma sākacchā) 

적당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선지식을 만나 법문을 듣고,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열반이라는 최고의 행복을 성취하는데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망갈라숫따(행복경)>에서 부처님이 제시한 29가지 행복 지침들은 바로 ‘적절한 때에 선지식을 친견하고, 법에 대해 토론하라’는 지침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불교의 수행에서 법담(法談, dhamma conversation)이 갖는 중요성은 지대합니다. 법담은 말 그대로 진리를 주제로 한 토론(dhamma discussion)입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상호 토론(conversation)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법담은 문혜(聞慧)와 사혜(思慧)를 통해 얻어진 교학에 바탕한 지혜와,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지혜(修慧)의 교차지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인 행복으로 향해가는 과정에서 청법(聽法) 및 사유(思惟)를 통해 형성된 안목과, 실제 몸과 느낌, 마음과 대상을 관찰하는 수행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이 어떻게 조응하는지를 선지식과의 대화를 통해 지도 받는 과정인 것이지요.   

부처님의 45년 전법 과정에서 꼰단냐 존자의 깨달음은 법담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에 해당합니다. 부처님의 최초 제자들(다섯 비구) 가운데 ‘양 극단을 버리라.’는 중도 법문을 듣고 가장 먼저 티 없고 때 묻지 않은 법의 눈(法眼)을 얻어 성자의 흐름에 든 꼰단냐(교진여) 존자의 이야기는 불교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부처님께서 성도 후 ‘과연 알아들을 이가 있을까?’라고 회의하다가 전법 결심을 한 이후 당신의 가르침에 따라 성자의 지위에 오른 첫 제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마하까삿빠 존자에 의해 주도된 제1차 결집에서도 500명의 장로 비구들은 꼰단냐 존자가 초전법륜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높은 지혜를 얻었는지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꼰단냐 존자가 성자의 흐름에 든 도과(道果), 즉 수다원과를 성취한 순간은 부처님의 법문을 듣던 도중이었습니다. 경전에서는 이 순간을 ‘(부처님의 법문이) 설해지고 있을 때’, 또는 ‘설해졌을 때’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후자인 ‘설해졌을 때’는 현재 시제와 아주 가까운 과거 시제를 의미하는 ‘bhaṇite’로 법문을 ‘막 마친 후’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꼰단냐 존자는 부처님께서 중도인 팔정도와 사성제의 진리를 일일이 열거하며 법문을 하시는 동안에 팔정도와 사성제를 계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성스러운 도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빨리 원전에서는 마치 정형구처럼 ‘마음이 알맞게 준비되고, 부드럽고 유연하며, 장애로부터 자유롭고, 고양되고, 환희에 차서 믿음과 신심이 충만할 때’ 네 가지 진리에 대한 법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높은 지혜를 얻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꼰단냐 존자는 부처님의 법문이 끝날 무렵 수다원의 도(道)와 과(果)를 증득하여 성자의 흐름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법담이 아니면 고귀한 침묵을 지킬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맛지마니까야> ‘아리야빠리예사나 숫따(Ariyapariyesana-sutta)’에서 부처님은 ‘출가자는 모름지기 법담(法談)과 성스러운 침묵(沈黙) 두 가지만 행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법담(담마까타, dhammakathā)은 붓다가 가르친 담마들에 대한 대화, 토론 또는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고귀한 침묵은 아리야뚠히바와(ariya-tuṇhibhāva)를 번역한 것입니다. 

테라와다 경전에서는 법담을 구체적으로 열 가지의 주제로 세분해 설명합니다. 소욕(小欲), 지족(知足), 한거(閑居), 불회(不會), 정진(精進), 지계(持戒), 선정(禪定), 지혜(智慧), 해탈(解脫), 해탈지견(解脫知見) 등이 그것입니다. 한역 경전에서는 이 열 가지에 다섯 항목을 더 추가하여 열다섯 가지의 법담을 제시합니다. 즉 시론(施論), 계론(戒論), 정론(定論), 혜론(慧論), 해탈론(解脫論), 해탈지견론(解脫知見論), 점손론(漸損論, 금욕적 고행), 불회론(不會論), 소욕론(小欲論), 지족론(知足論), 무욕론(無欲論), 단론(斷論), 멸론(滅論), 연좌론(燕坐論), 연기론(緣起論)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열 가지 혹은 열다섯 가지 주제는 토론에서 많이 언급하면 할수록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부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이러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권하셨습니다. 

그런데 권장하는 주제가 있다면, 당연히 권장하지 않는, 그러니까 수행자가 해서는 안 되는 주제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띠랏차나까타(tiracchāna-kathā)라고 합니다. 띠랏차나까타는 tiracchāna(축생, 동물)와 kathā(이야기)의 합성어입니다. 글자 그대로 ‘동물 이야기’, 즉 축생론(畜生論)이라는 뜻이 되겠지요. 부처님은 이런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해탈과 열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익하고 쓸데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역에서는 이것을 ‘차도무익지언’(遮道無益之言) 혹은 ‘차도탁란지언’(遮道濁亂之言)이라고 불렀습니다. 

니까야에는 모두 스물일곱 가지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왕 이야기(rāja-kathā)를 비롯하여 도둑(cora), 대신들(mahāmatta), 군대(senā), 두려움(bhaya-kathā), 전쟁(yuddha), 음식(anna), 음료수(pāna), 옷(vattha), 침대(sayana), 화환(mālā), 향(ganddha), 친척(ñāti), 탈것(yāna), 마을(gāma), 성읍(nigama), 도시(nagara), 나라(janapada), 여자(itthi), 영웅(sṇra), 거리(visikhā), 우물(kumbatthana), 전에 죽은 자(pubbepeta), 잡담(nānatta), 세상의 기원(lokakkhāyika), 바다(samuddakkhāyika), 이렇다거나 이렇지 않다는 이야기(itibhāvābhāva) 등이 그것입니다.

한역본에서는 왕론(王論), 적론(賊論), 투쟁론(鬪爭論), 음식론(飮食論), 의피론(衣被論), 부인론(婦人論), 동녀론(童女論), 음녀론(淫女論), 세간론(世間論), 사도론(邪道論), 해중론(海中論)을 들고 있고, <청정도론(淸淨道論)> 등의 주석서에서는 스물일곱 가지에다 산, 강, 섬, 천상, 해탈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시켜서 모두 서른두 가지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정치 이야기, 음식(음료수) 이야기, 오락과 관련된 주제들, 기타 잡다한 이야기들은 수행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번뇌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엄격히 금한 것입니다. 특히 ‘출가수행자들은 세속의 번다한 일들은 가급적 보지도 듣지도 않아야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 ‘난다까경(nandakasuttaṃ. AN9.4)’에는 ‘난다까 존자가 들려주는 법담의 이익’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부처님으로부터 비구들과 법담을 나누고 있는 것에 대해 칭찬을 받은 난다까 존자는 부처님이 처소로 돌아간 뒤 비구들을 불러 ‘법담과 성스러운 침묵의 이익’에 대해 말합니다. 

“벗들이여, 여기 세존께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며 지극히 청정한 범행을 네 단계로써 확실하게 드러내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거처로 들어가셨습니다. 벗들이여, 적절한 시기에 법을 듣고 적절한 시기에 법을 담론하면 다섯 가지 이익이 있습니다. 무엇이 다섯이겠습니까? 벗들이여, 여기 비구는 비구들에게 시작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끝도 훌륭하며 의미와 표현을 구족한 이러한 법을 설하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며 지극히 청정한 범행을 드러냅니다. 그가 비구들에게 이런 법을 자주 설하고 이런 청정범행을 자주 드러낼수록, 그는 스승을 사랑하고 마음에 들어 하고 존중하고 닮고자 합니다. 벗들이여, 이것이 적절한 시기에 법을 듣고 적절한 시기에 법을 담론함으로써 얻는 첫 번째 이익입니다.”

난다까 존자는 ‘스승을 사랑하고 마음에 들어 하고 존중하고 닮고자 함’이라는 법담이 주는 첫 번째 이익을 설명한 후 차례로 ‘법에 대해서 의미를 체득하고 법을 체득함’, ‘법에 대해서 심오한 뜻의 경지를 지혜로 꿰뚫어 봄’, ‘도과를 이룬 수행자에 대해 동료 수행자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냄’, ‘아직 도과를 이루지 못하고 유가안은(瑜伽安隱)을 원하며 머무는 유학인 비구들이 얻지 못한 것을 얻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고 실현하지 못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정진함’ 등 모두 다섯 가지 법담의 이익에 대해 설명합니다. 여기서 ‘유가안은’은 요가케마(yogakkhema)의 한역으로, 여기에서는 ‘감각적 욕망(kāma), 존재(bhava), 사견(diṭṭhi), 무명(avijjā)’의 네 가지 속박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도 수행처에서 이루어지는 법담은 수행의 진전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수행자들이 사야도를 찾아 수행의 과정과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의문 나는 사항을 묻는 법담(인터뷰) 시간이 하루 두 차례 이상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은 수행자들이 수행을 진전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언젠가부터 한국 불교계에서 법담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불교가 생명력과 성장 에너지를 가진 불교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