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 장명확
11.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품(自愛品第十一)
부처님께서 사바티의 기원정사에서 비구들과 함께 지내시며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계셨다.
국왕 파세나디 왕은 해가 질 무렵, 부처님 처소를 지나가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오시기에 옷이 해지고 얼굴이 야위셨습니까?”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으며 대답하였다.
“나라의 태부인께서 세상을 떠나셨으므로 영구를 모셔 안치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밝으신 가르침이 지극히 참됨을 알았습니다. 근심과 슬픔의 괴로움은 모두 은혜와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보니, 세상에서는 참으로 듣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앉아서 잘 들어보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중생으로서 형상을 받으면, 늙거나 젊거나 세력이 있거나 천하거나 할 것 없이 목숨이 다하는 날에는 흩어지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마치 봄날의 꽃은 빛깔의 산뜻함이 오래가지 못하고, 열매를 맺으면 꽃이 떨어지고, 열매도 익으면 꼭지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목숨은 익기를 기다리는 열매와 같아서
항상 떨어질 것을 두려워한다네.
태어난 까닭에 모두가 괴로움이 있거늘
뉘라서 죽지 않을 수 있으리오.
강물이 급하게 흘러
큰 바라로 들어가듯이
사람의 목숨도 그와 같아서
가 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네.
옛날을 미루어 지금을 증험하건대, 시작하여 끝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다섯 갈래 윤회의 길을 돌며 헤매게 되니, 진리를 보고 참된 것으로 돌아가십시오. 부처님께서 국왕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강물이 빨리 흘러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도 그와 같아서
가 버리면 돌아오지 못한다네.
비록 천 년을 산다 해도
역시 죽어 떠나 버리며
모이고 만남에는 이별이 있으니
천히 하여 의지할 것 없다네.
세간의 모든 것은 죽음이 있어
삼계에는 편안함이 없으며
여러 천신이 비록 즐겁다 해도
복이 다하면 또한 죽게 된다네.
땅과 같이 굳은 뜻과
산과 같이 높은 덕을 지닌
번뇌 없는 아라한이라도
적멸에 든다네.
참으로 좋은 복의 과보로
원한 바를 모두 이룩한
최상의 적멸에 드신 분이라도
스스로 열반을 나타낸다네.
이에 파세나디 왕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무엇을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함이라 하며, 무엇을 제 몸을 스스로 지킴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질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자세히 들어보십시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남은 사대(四大)가 합하여 이루어지는 것인데, 어리석은 성품과 습관으로 인하여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음탕하고 속이며 도의 행을 믿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善)을 익히고, 어짊을 행하며,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죽으면 다시 태어남을 믿습니다. 마음을 삼보에 두어 계율을 받들어 마음을 다잡고, 믿음으로 도를 실천합니다. 예의를 지켜 겸양하며, 효도와 순종으로 정성이 지극합니다. 이러한 사람을 세상에서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이라 합니다.
부처님께서 파세나디 왕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무릇 사람들은 악을 지으면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어 마음을 제멋대로 쓰다가
뒤에는 모진 고통 받게 되리라.
살면서 선행(善行)이 없으면
죽어서 나쁜 길에 떨어지니
곧바로 무간지옥으로 가
도울 수 없는 곳에 도달하리라.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이는
삼가서 지킬 바를 지키며
마음을 제어하고 몸을 바르게 하니
그 복으로 천상에 오르리라.
사람에게 믿음과 행이 있으면
성인에게 칭찬을 받게 되나니
스스로 사랑함이 이와 같다면
빨리 깨달아 근심 없으리라.
불선행(不善行)은 몸을 위태롭게 하거늘
어리석은 이들은 가벼이 여기고
선(善)이야말로 몸을 가장 편히 하거늘
어리석은 이는 어렵다 여기리라.
법을 믿고 계율을 받들며
슬기로운 마음으로 능히 행하면
천신들이 호위하나니
슬기로운 이는 이를 좋아하리라.
어짊과 사랑이 삿되지 아니하여
편안히 머물러 근심이 없으며
능히 성냄을 없애게 되면
이로부터 윤회의 못을 벗어나리라.
왕은 법의 말씀을 듣자 어리석음이 풀리고 망령됨이 끊어져서 앞으로 나아가 오계를 받았다. 신하들과 시종들도 모두 도의 마음을 내었으며, 천신 용 귀신들도 기뻐하며 즐거이 들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