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집은 흔히 팔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덧씌워져 있다. 사실 칼럼집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칼럼집은 그래서 어떤 특별한 계기에 맞춰 후배들이 헌정을 하거나 자비 출판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지만, 거개가 시장에서는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다.

필자 역시 칼럼집을 서점에서 구입해본 기억이 아득하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 강위석씨의 ‘향기나는 사람들’이란 칼럼집을 사본 기억이 있지만, 그것 역시 사람들 이야기를 가려 모은 것이니 순수한 칼럼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칼럼집을 출판사에서 필자에게 인세를 제공하면서 출간한 것은 뉴스가 된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벤처사업에 가깝다는 출판사가 정신이 나갔거나, 아니면 관행을 깨고 시장에서도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친분이 두터운 홍사성 선배가 최근 칼럼집을 냈다. 홍 선배로부터 “고맙게도 출판사에서 안 팔릴게 뻔한 칼럼집을 내주겠단다. 고마운 일이지…”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책이 나올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출간된 칼럼집을 받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홍사성 칼럼집의 제목은 ‘정법천하를 기다리며’다. 펜글씨체에 가까운 활자를 활용해 칼럼집으 성격을 드러내려는 표지디자인의 의도가 금새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 칼럼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는 홍 선배로부터 직접 감회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모든 칼럼을 다 게재하지는 못했고, 주로 불교를 어떻게 신행하는 것이 바른 것인가. 포교는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가. 바른 믿음은 어떤 것이고, 어떤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합하는 불교인가를 천착한 내용들을 가려 뽑았지. 그래서 아마도 읽어두면 불자들의 올바른 신행에 약간의 도움은 될 거라고 믿어.”

말은 평소의 이미지와는 달리 구수하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홍사성 칼럼리스트 특유의 날카로움은 위 몇 마디 언급 속에 다 들어 있는 셈이다.

‘부처님의 불교로 돌아가자’는 칼럼은 오늘의 불교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한 것이고, ‘인도불교가 남긴 교훈’은 우리 불교가 정법을 외면하고 방편이란 미명을 뒤집어쓴 비불교에 연연한다면 소멸의 길을 걸은 인도불교의 전철을 되풀이할 것이란 경고의 글이다. ‘부처님과 동등해져야 불교다’라는 것은 부처님을 신격화하는 데 대한 경계를 밝힌 것이고, ‘도통은 없다’는 칼럼은 불교를 신비화하려는 흐름에 대한 비판이다.

‘스님은 사제가 아니다’라는 칼럼은 수행자의 본분에서 벗어나 점차 제사장의 길을 가고 있는 현실승가에 대한 우려이자 비판이고, ‘정법의 당간을 세워라’라는 칼럼은 정법이 무너졌다는 절규와 같은 호소에 다름 아니다.

‘수행불교로 전환하자’는 칼럼을 통해 이미 오래 전에 불교의 흐름이 교학에서 수행쪽으로 그 중심을 옮기게 될 것임을 예견한 것도 놀랍고, ‘왜 불교에는 마더 테레사가 없는가’라는 칼럼은 기복에 매달려 사회적 실천이 없는 불교의 현실에 대한 개탄이다.

‘한국불교 성형론’, ‘포교가 희망이다’, ‘참다운 불자의 조건’, ‘성자의 길’, ‘평화를 위한 가르침’으로 구분된 각 장의 소제목들은 이 칼럼집이 지향하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알게 해주는 소중한 지남들이다.

이 칼럼을 읽으며 평소 느꼈던 홍사성의 특유의 ‘까칠함’은 예리한 지혜의 발현이었음을 다시금 절감했다. 또한 까칠함에 대한 반향이야 결코 푸근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그 논지를 30여 년이나 고집스럽게 고수해온 것은 동시대를 사는 대중들에 대한 지극한 자비의 다른 표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혜와 자비를 두 축으로 하는 불교, 초경험적이거나 신비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격했던 불교를 회복하고 진정한 불교로 돌아가자는 불교계 대표 언론인의 호소와 다르지 않은 이 칼럼집을, 그래서 나는 ‘바른 불교신행을 위한 지침서’라고 감히 명명하고자 한다. 부디 불교를 제대로 신행하고자 하는 불자들의 필독을 권한다. 그리하여 좋은 칼럼집은 날개 돋힌 듯이 팔린다는 선례도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무엇이 불자의 길인지를 알게 해주는 이처럼 소중한 멘토를 어디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