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6. 아버지의 나라에 돌아오신 품(還至父國品)
부처님께서는 본국(舍夷)으로 돌아가고자 하시면서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 마음이 고요하고 미묘함에 통달하였으며 삼세 중생들의 행의 근원을 분명히 알았는데, 현자 사리풋다와 마하 목갈라나 우루벨라 카샤파 나디야 카사파 가야 카사파 등 천이백 오십 명이었다.
이때 카필라국의 슛도다나 왕은 범지 우타야를 파견하여 대나무 동산에 가서 부처님에게 청하여 본국으로 돌아오도록 하였다.
우타야는 부처님을 뵙고 마음을 가다듬고는 말씀드렸다.
“부왕께서 멀리서 싯다르타께 안부를 물으시며, ‘그대의 도가 이루어져서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 함을 들었다. 그런데 오직 나만이 근본에 대한 깨우침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니 돌아와 주기 원하므로 사신을 보낸다’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우타야에게 물으셨다.
“부왕의 기거는 편안하시더냐.?”
“대왕은 편안하시며, 오직 세존만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우타야여, 이 도를 좋아하느냐?”
“참으로 좋아합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우타야에게 사문이 되게 하고 부처님의 법과 계율을 주었다. 우타야는 생각하였다. ‘이제 제자가 되었으니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다. 왕께서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텐데 누구에게 부탁하여 소식을 전할까?’
부처님께서 우타야의 마음을 아시고는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내시고 말씀하셨다.
“우타야여, 세상일에 관여하거나 옛집을 그리워하며 집착하지 마라.”
“부처님께서는 앞으로 본국(舍夷國)으로 돌아가시려는지요?”
“돌아갈 것이다.”
본국으로 돌아온 우타야는 궁으로 가서 부처님께서 7일 후에 도착할 것이라 왕에게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본국(舍夷國)에 도착하시기 전에 왕은 우타야에게 묻기길, “싯다르타는 홀로 있으면서 무엇을 생각하는가?“
“세존께서는, ‘일체는 공(空)이어서 괴로움과 즐거움은 진실이 아니고, 존재하는 것은 결국 소멸하고 만다’라고 사유하시어, 마음을 고요히 하시고 번뇌를 일으키는 일을 짓지 않으십니다.”
세존께서는 천이백 오십 명의 비구와 함께 대나무 동산을 떠나시니, 여러 천신이 위신에 감동하여 모시고 따르며 본국에 도착하셨다.
부왕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자, 사랑과 공경이 엇섞였다. 하나는 도에 대한 공경심이고, 또 하나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부왕은 코끼리 수레에서 내려와 칼을 풀고 일산을 무리치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태어날 때 복덕의 인연으로
서른두 가지 상서로운 감응이 있을 때와
나무가 기울여 공경하며 조아린 때와
도를 이룬 지금까지 세 번을 예배 합니다.
부왕이 이어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자, 세존께서도 질문마다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태자는 본래 나의 집에 있을 적엔
보배 수레라는 코끼리를 탔었는데
이제는 발로써 땅을 밟으니
그 고통을 어떻게 견딥니까?
수레와 말은 나고 죽음의 탈것이라
위태로운데 어찌 오래 편안할 수 있으리까.
다섯 가지 신통을 타고 달리면
가는 데에 한계나 걸림이 없습니다.
본래 칠보의 옷을 입었기에
진기하고 아름다워 매우 고왔는데
머리 깎고 누더기 걸치고 있으니
어찌 부끄럽다 하지 않겠습니까?
부끄러움으로써 의복을 삼았으니,
세속의 옷은 먼지와 때만 더할 뿐
법의 옷이야말로 참된 이의 옷이며
마음을 쉬었기에 여래라 부릅니다.
본래는 금과 은의 그릇을 썻으므로
여러 맛이 매우 향기롭고 좋았는데
지금은 다니면서 걸식하니
거칠고 나쁜 것을 어찌 삼켰습니까?
법의 맛이 도의 음식이 되었기에
굶주림은 이제 이미 없앴거니와
세상을 가엾이 여기기에 발우를 지니고
걸식하면서 중생을 복되게 합니다.
본래는 따로 지은 궁에 있으면서
뭇 궁중 기녀들이 모시고 지켰거늘
혼자서 산이나 나무 사이에 있으면서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나고 죽음의 두려움을 없애서
이제는 본래 없음에 들었으며
근심과 기쁘다는 생각 없으므로
머무는 곳을 도량이라 합니다.
본래 나의 집에 있을 때에는
향즙을 넣어 목욕하였거늘
산이나 나무들 틈에 살면서는
어떠한 물건으로 몸을 씻었습니까?
도(道)의 곳간을 목욕 못으로 삼고
선정의 물로 그 연못을 채워서는
몸을 씻어 이미 삼독을 다했으며
세 가지 신통으로 비할 바 없이 상쾌합니다.
부왕은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하여 왕의 동산으로 가시도록 하여 그곳을 영원히 정사로 삼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왕의 뜻을 받아들여 곧 정사로 들어가시어 니그로다 나무 아래에 앉아 칠 일 동안 널리 가르침을 설하시니, 듣는 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