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교사 연구는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었다. 1990년대 이전까지 단 한편도 없던 조선불교사 박사논문이 1990년대 중후반에는 6편, 2000년대에는 20여편 가까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조선왕조실록 CD-ROM>의 발간이었다.
최근 불교사학계에 조선왕조실록 CD-ROM 발간에 버금갈 만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역주 『조선불교통사』 전집이 한글로 출간된 것이다. 한국불교사 연구에 있어서 첫 손으로 꼽힐 만큼 중요한 사서(史書)인 만큼, 조선불교통사의 완역은 조선불교사는 물론 한국불교사 연구의 활성화에 커다란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선불교통사는 이능화가 편찬 저술하고 육당 최남선이 교열한 한국불교 최초의 종합역사서로, 순도가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372년부터 이능화가 이 책의 원고를 마무리한 1916년까지 1544년간의 한국불교사를 총정리한 역사서이다.
이 책은 현재 전하지 않는 다양한 사료들을 망라하고 있는데다 문학과 철학 등 인문학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들을 담고 있어서 불교학 연구자들에게는 필수적인 자료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난해한 금석문과 방대한 불교문헌자료들을 담고 있어서 번역작업이 쉽지가 않았다. 사실 불교사 연구자들 중에는 조선불교통사 번역스터디에 한번 이상 참여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책의 중요성을 절감해왔지만, 자료의 방대함과 번역상의 어려움에 봉착해 지금까지 부분적으로만 국역번역이 이루어져 왔다.
이번에 발간된 조선불교통사 역주본은 2002년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한국연구재단의 국학분야 기초학문육성 사업으로 선정된 이래 8년만에 빛을 보게 된 저작이다. 당시 불문연 원장이었던 법산 스님(동국대 교수)을 연구책임자로 하여 효탄 스님, 김진무 교수, 한상길 교수, 김치온 씨, 류화송 씨 등 박사급 연구인력이 역주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다수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문장 번역과 주석, 해제연구에 5년의 기간이 걸렸지만, 원문 교감과 증의를 거친 오탈자 교정과 통일윤문, 그리고 편집 등에 이르기까지 또다시 3년이 걸릴 정도로 동국대 출판부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동국대 출판부는 독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번역, 역주, 색인, 해제 작업까지 더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조선불교통사는 근대 한국불교학이 성립될 당시의 사관을 담고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조선불교통사에만 수록돼 있는 유일한 자료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서로 평가된다. 한 예로 미륵불광사 사적은 겸익의 인도 구법과 범본 율장의 전래에 관한 내용을 싣고 있는데, 이는 백제불교의 계율과 그 국제적 위상을 밝히는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조선불교통사에는 약 266명의 불교관련 인물들이 망라돼 있는데, 고구려 17명, 백제 20명, 신라 65명, 고려 71명, 조선 93명으로 조선시대 인물이 가장 많다. 또한 불상과 탑 등의 유물 213건 중에서도 고구려 4건, 백제 4건, 신라 55건, 고려 60건, 조선 90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 수치는 다른 시대에 비해 연구가 취약한 조선불교사 연구에 이 책이 매우 중요한 사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이능화는 이 책에서 훈민정음의 어법 원류가 산스크리트어에서 왔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이러한 의견은 일찍이 국어학계에서 주목한 바가 있지만 그 전문이 번역 소개되는 것은 이 전집이 처음이다. 또한 석굴암 조성에 관한 내용을 비롯해 불교미술사 분야의 다양한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또한 조선여속고, 조선무속고 등을 저술한 바 있는 저자는 한국 종교를 불교, 신교(풍류도 및 무축), 도교, 유교, 기독교 등 다섯 개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불교, 유교, 기독교를 비교종교학적 시각에서 고찰하고 있어서 종교사 연구자료로도 매우 풍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조선불교통사는 한국불교사 및 종교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사료인 만큼 이 책의 번역본 발간이 연구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사건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이 책의 전집 출간이 불교학 발전에 일대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