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된 흰 뱀과 서생 허선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항주 서호의 뇌봉탑이다.
뇌봉탑의 본이름은 황비탑이다. 오월 왕 전종숙이 황비 황 씨가 왕세자를 출산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불탑이다.
항주는 과거 강남불국으로 불리며 불교유적이 많은 곳이다. 인도의 아쇼카왕을 본받아 오월국에 팔만사천 불탑을 건립했던 오월왕 전종숙이 있었기 때문이다.
뇌봉탑은 977년 최초로 건립되었다. 중심부는 벽돌로 쌓고 세밀한 장엄은 목조로 정성을 들여 조성하였다.
뇌봉탑은 미학적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불탑이다. 팔각오층 목전불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서호에 노을이 질 때 뇌봉탑의 아름다움은 항주팔경으로 이름을 떨쳤다.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1924년 무너졌다. 무너진 원인은 부실공사 때문이 아니고 벽돌 속에 금이 들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도굴꾼들이 벽돌을 자꾸 빼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불탑의 높이는 71.67미터이다. 2002년에 현대 공법으로 다시 복원하여 항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천년 묵은 백사와 서생 허선의 사랑 이야기는 백사대전이라는 재미난 영화로 소개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항주로 불러들인다. 또한 서호를 무대로 장예모 감독이 연출하는 백사전 스토리는 서호의 밤에서 신화와 현실을 넘나들고 이승과 저승을 체험하게 한다.
재미난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불씨를 심어주고 인과의 교훈을 깨닫게 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문화의 소중한 자산인 전설과 설화 등을 모두 추방해 버렸다.
강원룡 목사가 방송윤리 위원장을 하면서 가장 먼저 시행한 게 인기 높던 ‘토요 미스테리’와 ‘전설의 고향’, ‘이야기 속으로’를 폐지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시골과 섬에서 행해지는 연례 마을행사들이 미신이고 우상숭배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나라는 문화도 역사도 조상도 전통도 존중받지 못하는 문화 식민지가 되고 있다.
그뿐인가 이 명박 정권 때는 전국 주소 지번을 바꾼다면서 옛부터 내려오던 마을이름과 역사가 깃든 지명까지 모두 없애 버렸다.
안개 낀 산빛 흐릿한데
천 길 불탑 우뚝 공중에 솟아있네
호수 위의 화려한 배는
모두 돌아가려는데
외로운 봉우리만이 홀로
붉은 석양빛을 띠었네.
煙光山色淡溟朦 千尺浮圖兀倚空 湖上畵船歸欲盡 孤峰獨帶夕陽紅
원나라 시인 윤정고가 뇌봉탑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을 노래한 시이다.
무너진 뇌봉탑의 벽돌을 확인해 보니 수많은 벽돌마다 감실을 만들고 그 안에 황금보다 소중한 불경을 봉안했던 것이다. 보협인 다라니를 봉안한 팔만사천 탑을 세운 이유로 그 탑을 보협인탑이라고 부른다.
오월왕 전종숙의 지극한 불심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뇌봉탑의 지하궁전에서는. 진주와 칠보로 화려하게 장식된 사리탑이 출토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소동파가 만든 2.8킬로의 둑길을 연인과 함께 끝까지 걸으면 평생의 사랑이 이뤄진다. 그런 이유로 이곳은 손잡은 연인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소호 주변 뚝방길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향기를 내뿜으며 산책길을 즐겁게 하고 있다. 안개 낀 호수를 바라보며 여섯 개의 다리를 건넌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버들가지에서 앙유관음의 자비 손길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