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와 인도 사이에는 하얀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 산맥이 가로놓여 있다. 1959년 달라이라마가 이 설산을 넘어 인도로 망명한 이래,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달라이라마를 찾아, 종교적 자유를 찾아, 인간다운 삶을 찾아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탈출로를 중국 경찰들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눈을 피해 히말라야를 넘는 길은 더욱더 고난한 길이 돼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목숨을 건 그 길을 한두번도 아닌 수백번을 오고가는 사람이 있다. 망명자들을 안내하는 또다른 티베트 망명객. 『굿바이티베트』의 주인공 켈상 직메는 바로 그 피난민들의 안내자이다.

남들은 ‘그 한번’으로도 지옥을 맛보는 길을 수백번 오가는 켈상 직메는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일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티베트의 고난한 삶을 피해 망명을 하는 피난민들에게, 내 아이라도 달라이라마 밑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인간답게 살아가길 바라며 아이 혼자 홀홀 단신으로 망명을 보내는 부모에게 커다란 돈이 있기 만무하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일은 좋아해야만 할 수 있습니다.”

『굿바이 티베트』는 티베트 난민들의 탈출 여정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켈상 직메라는 티베트 출신의 가이드이다. 그는 네팔에서 가이드 노릇을 하면서 티베트 난민들의 탈출을 10여년간 도와왔다.

티베트를 떠나 네팔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던 그는 어느날 마리아 블루멘크론이라는 오스트리아 여자를 만난다. 오스트리아에서 10년간 연극배우이자 TV탤런트를 하던 마리아는 어느날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눈 속에서 얼어 죽은 티베트 어린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담겠노라 티베트를 향해 떠났다. 그 길에 조력자로 만난 것이 바로 켈상 직메였다. 마리아 블루멘크론은 이미 우리나라에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의 저자로 소개된 바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절에서 태어나 피난민 가이드가 되기까지 켈상 직메의 파란만장 삶과 히말라야를 넘는 피난민 일행의 긴박한 상황이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2부는 마리아 블루멘크론이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티베트에 가서 켈상 직메를 만나게 되는 과정과 그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이다. 3부에서는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의 주인공이었던 여섯 아이들의 탈출과정과 다람살라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4부는 다람살라에 학교를 다니던 소년이 자신의 친구들을 구출하러 가면서 또 한명의 안내자가 된 소년 켈상이라 불리는 열아홉살 피난민 가이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굿바이 티베트’는 중국 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고 2년간 수감생활을 한 후 풀려난 켈상 직메가 티베트 땅을 떠나면서 한 인사이며, 국경을 넘는 모든 티베트 피난민들이 자신의 조국에 건네는 인사이기도 하다.

켈상 직메라는 이름은 티베트어로 복 있고 두려움 없는 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가 태어난 절의 툴쿠는 갓난아이였던 그에게 켈상 직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켈상 직메의 승려 삼촌은 젊은 켈상에게 이렇게 말한다.

“설국은 우리 티베트 사람들에게 더 이상 고향이 아니다. 네 아들들을 데리고 떠나거라. (…) 미지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마라. 고향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네가 행복한 곳이 바로 고향인 게야.”

굿바이 티베트에서는 티베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티베트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눈보라를 헤치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 그들 중 상당수는 중국군의 총에 맞고 목숨을 잃고, 또 일부는 영하 50도의 추위에 굴복하고 만다. 다행히 히말라야를 넘는 사람들 중 동상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혹은 다리 전체를 잃거나 맹인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책은 티베트인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문학적으로 가공하여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담담한 어투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 저미는 뭉클함이 기다리고 있다. 히말라야 너머의 다람살라 그리고 달라이라마, 그 자체가 너무도 서러운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마리아는 켈상이 체포된 직후 “설국의 가장 큰 범죄는 땅 아래에서 벌어진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낙원과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은 바로 같은 지점에 맞닿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