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애플이 연일 쏟아내는 새로운 기적 속에 우리는 지금 어리둥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애플이 선보인 새로운 기기들은 ‘모바일 혁명’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다 죽어간다던 애플사에서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 질문의 답은 너무도 명료하다. 스티브 잡스라는 우리 시대의 천재가 혁명의 선두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미 25살에 애플컴퓨터를 세워 1억 달러를 모은 청년 갑부, MS의 부상과 함께 애플에서 퇴출된 경영자,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의 경영 부진으로 몰락했으나 Toy story의 대박으로 다시 갑부로 등극, 애플로의 복귀, 그리고 아이폰 시리즈로 인한 폭발적 부활.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대박과 몰락, 그리고 부활의 연속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스티브 잡스 i mind』는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힘을 선 수행에서 고찰한 흥미로운 책이다.

스티브 잡스는 히피문화와 함께 동양의 선(禪)을 받아들인 선수행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명상전문가 김범진 씨는 스티브 잡스가 일으킨 i혁명의 원동력은 선이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널리 알려진 대로 청소년시절부터 불교에 깊이 심취해 있었다. 히피들의 고향 샌프란시스코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낸 스티브 잡스는 당시 유행하던 히피문화와 마약, 그리고 선 문화에 차례로 빠져들었는데, 스즈키 선사의 초심선심, 초감 트룽파의 마음공부 같은 책을 탐독한 이후로 LSD(마약) 대신 선에 깊이 심취하게 되었다.

로스 알토스 선원에서 일본인 선사인 코분 치노를 만난 후 평생토록 그를 멘토로 삼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치노 선사와 상의를 했다. 1991년 로렌과 결혼을 할 때도 코분 치노 선사의 주례로 불교식 결혼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단순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선뵈며 소비자들의 고정관념과 기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 있는 원동력은 선이었다”고 설명한다. 즉 명상 수행을 통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그들이 보지 못한 것을 읽어내는 비범한 통찰력을 갖게 되었고, 단순하고 거침없이 파격적이며 구체적인 그의 화법 역시 선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범진 씨는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의 세 가지 통찰법을 單 ․ 破 ․ 直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이폰의 단순한 디자인, 즉 정면에서 바라볼 때 홈 버튼 하나뿐이며, 배터리도 교체할 수 없는 일체형 디자인, 애플로 복귀했을 당시 애플의 40여 가지 제품을 4가지로 줄이는 파격적 경영, 아이팟과 아이폰의 매끄럽고 우아한 뒷면, 이같은 스티브 잡스의 단순함은 선의 직지인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두 번째 통찰법은 파격. 스티브 잡스는 고정관념과 편견, 권위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방법으로 도전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는 거대기업 IBM을 파격적인 TV광고로 공격했으며 콘텐츠 개발자들을 노예 수준으로 전락시킨 거대 이동통신사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 잡았다. 더 나아가 통신사에게 통신요금의 10%를 당당히 요구했다(90~91쪽). ‘무료로 노래를 다운받을 수 있는데 누가 돈을 지불하겠는가’라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맞섰고 마침내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히트시켰다.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화법 역시 파격의 정신에서 비롯한다.

스티브 잡스가 1980년대 매킨토시 직원을 뽑을 때 “환각제(LSD)는 몇 번 해봤는가?” “언제 총각 딱지를 뗐는가?” 이 두 가지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이같은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화법은 마치 선사들의 선문답을 연상시킨다.

스티브 잡스의 세 번째 통찰법은 ‘곧바로’. 아이팟을 만들 때 잡스가 주문한 것은 “버튼의 반응속도를 높여라… 클릭 세 번만에 원하는 곡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였다. 잡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머뭇거리거나 우회하는 것을 싫어했다. 또 그는 생각보다는 직관, 즉 마음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일체형 반투명 아이맥을 개발할 때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반투명 일체형 아이맥은 출신 후 6주만에 30만 대 가까이 팔렸다.

스티브 잡스의 삶은 영웅담이나 신화의 구조와 닮아 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양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청소년기의 방황을 거쳐 컴퓨터회사 애플을 세웠다. 20대에 이미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 넥스트란 회사를 다시 차렸지만 실패했고 픽사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로 재기에 성공한다. 애플이 한없이 추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복귀하여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그 와중에 췌장암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했으며 항상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거대 이동통신사처럼 거대한 세력과 맞서 싸웠다. 그의 인생은 시련과 고난, 비범함과 반전, 부활과 귀환이라는 극적인 요소와 늘 함께했다.

스티븐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당신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것입니다. 가슴과 직관은 이미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i Mind』의 저자 김범진 씨는 스티브 잡스라는 영웅이 거둔 외적 성취가 아니라 내면의 여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애플이 창조한 모바일 혁명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를 직접 취재한 글이 아니라는 한계점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선의 정신, 내면의 힘이라는 측면에서 스티브 잡스를 관조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성공을 거둔 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은이 김범진은

한국의 코치 1세대로서 국내에 처음으로 코칭을 도입, 전파하였으며 국제코치연맹(ICF)으로부터 한국 최초로 국제인증코치자격(ACC)을 취득했다. 동양의 사상을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로 연결하는 노력을 ‘명상코칭’을 통해 하고 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법학과 대학원을 마친 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 동경사무소에서 휴먼퍼포먼스 부문 컨설턴트로 근무하였다. 귀국 후 한국리더십센터 코칭팀 팀장으로 활동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한솔교육 등에서 코칭과 명상을 강의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명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행복한 CEO는 명상을 한다》《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섬세》가 있다. 현재 한국코칭센터 전문 코치로 활동 중이며 코칭 센터인 ‘나우 코칭’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