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통증, 손님 맞듯 반갑게 맞이하라
1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한국인 수행자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귀국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벌써 네댓 분이 보이지 않고, 내일이면 경상대 김재상 교수가 담마마마까를 떠난다. 김 교수는 며칠 동안 묵언을 하면서 바짝 정진의 고삐를 죄는가 싶더니, 떠나기 전 묵언정진을 했던 모양이다. 그동안 구참 수행자로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었던 신성조 거사도 일단 이곳을 나간다. 사야도를 모시고 인도를 다녀오는 일정으로, 바로 귀국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것 같다. 두 분 다 한국에서 다시 뵙기로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엊그제는 두 분의 꾸띠를 각각 방문해 테라와다 불교와 인연을 맺은 이야기, 이곳 미얀마까지 찾아와서 사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을 하게 된 이야기 등을 들었다. 한국 불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두 분 역시 위빠사나 수행을 만나기 전에는 간화선을 수행했다. 김재상 교수는 대학시절부터 불연을 맺어 불교활동을 하면서 경봉, 구산, 성철스님 등 당대의 큰스님들에게 지도를 받았던 불연 깊은 분이었다. 교수가 되고 나서는 교수불자연합회 활동도 했고, 나름 인연처를 찾아다니며 수행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교수들과 미얀마 여행을 하던 중 아주 우연한 기회에 관광지 여행이 아닌 수행처 순례를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테라와다 불교와의 만남이 본격화되었다. 신성조 거사님은 수선회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을 정도로 간화선 수행자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어떤 수행을 통해서 부처가 되었을까? 라는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고, 그 해답을 간화선 등 한국불교의 수행법에서는 찾기 어렵다고 느끼던 중 김진태 교수를 만나 테라와다 불교와의 인연의 고리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인연은 담마마마까 에인다까 사야도가 한국을 방문해 천안 호두마을에서 위빠사나 수행법을 지도할 때 참여하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열렬한 사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자이자 담마마마까의 유력 후원자가 되었다. 매년 겨울철이면 이곳을 찾아와 수행하는 것을 십수 년째 정례화하고 있다.
두 분의 공통적인 바람은 역시 부처님 당시의 상가 모습과 수행법이 원형에 가장 가깝게 유지되어 전승된 미얀마 불교의 수행 전통을 한국의 불자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아직은 바람만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새벽, 법당으로 향하는 어둑한 길을 걷다가 두 분을 만났다. 소리를 내지는 않고 합장과 눈짓으로 인사를 나눴다. 정진에 들어가며, 꾸띠에서부터 챙기고 나왔을 사띠를 놓치지 않도록 서로에게 배려하는 것이다. 대화는 아침 죽 공양이나 점심 공양을 마치고 산책을 하면서 간단하게 몇 마디 나누는 것이 전부다. 이런 정도조차도 벙어리처럼, 장님처럼, 귀머거리처럼, 환자처럼 행동하라는 이곳의 규칙에는 어긋나는 것이어서 몇 차례 사야도로부터 꾸중을 듣기도 했다.
새벽 정진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우선 정진에서 어떤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마음을 비우니 한결 부담이 덜어졌다. 초반이면 늘 등장하는 망상을 알아차림 하다가 이어 찾아오는 통증을 맞이했다. 파스를 붙인 덕인지 등의 통증은 다소 덜해졌다. 파스효과인지, 조금은 통증이 완화된 것인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수행에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으니, 마음도 한결 가볍다. 망상이 찾아오면 알아차리되, 가능한 알아차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주의를 기울이자고 다짐했다. 통증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통증을 관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통증의 실제성품을 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밤잠을 자고 난 직후이니 새벽 정진에서 혼침은 그리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새벽 1시간 정진이 끝났다. 만족하지는 못하나, 수행은 어려운 것이니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자는 다짐으로 위안을 삼았다.
아침 죽 공양을 마치고 내일 이곳을 떠나는 신성조 거사님과 수행센터 경내에 난 대숲 길을 거닐었다. 신 거사님은 수행에 관한 이야기, 불교와의 인연 이야기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들려주었다. 그리고 내게 한국불교가 부처님의 정법을 받아들이는 일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달라는 간곡한 당부도 해주셨다. 퇴직해서 귀촌해 사는 전직 기자에게 뭔 힘이 있다고!
탁발을 하는 비구들의 맨발.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오는 느낌을 한 찰나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린다. 탁발이 최고의 수행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전 8시 탁발공양 대열을 따라 이틀째 선원을 나섰다. 어제는 탁발하는 비구의 마음으로 행렬을 따랐지만, 오늘은 탁발 코스 옆에 있는 작은 시장을 비롯해서, 가게 등을 살펴보면서 좀 더 미얀마 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볼 작정이다. 오늘따라 탁발하는 스님들의 숫자가 많이 늘었다. 어제는 15명 남짓하더니 오늘은 열 분쯤 더 늘어났다. 미얀마 스님 가운데 영어가 조금 되는 스님에게 연유를 물으니 담마마마까 보건소에 치료차 찾아온 다른 절 스님들이 합류했다고 답한다. 3주 정도 이곳에 머물며 수행과 치료를 함께 할 예정이란다. 탁발 행렬이 길어지니 한결 더 장엄하고 멋지다.
오늘따라 비구들의 맨발에 시선이 꽂힌다. 저 거친 아스팔트 포장 길을 맨발로 걷는 비구들. 지금은 건기인 겨울철이기에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을 것이지만, 40도가 넘는 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를 어떻게 맨발로 견디며 걸었을까? 차량들이 질주하는 고속도로의 가장자리를 유리조각, 쇳조각, 예리하게 깎인 돌조각, 플라스틱 조각들에 발바닥을 찔리며 걷는 비구들의 걸음은, 그러나 단순한 고행이 아니다. 나 역시 환계를 하기 전에는 발우를 들고 이 길을 걷지 않았던가. 예리한 조각과 철사에 찔려 몇 차례 피를 흘리기는 했으나, 그런 고통은 고통이 아니었다. 저 불심어린 공양에 감동의 눈물을 삭히며 탁발을 하던 나의 모습이 카메라를 든 지금 선명하게 떠오른다.
비구들의 발을 촬영했다. 가장 숭고한 장면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발을 찍고 또 찍었다. 발의 모습을 잘 찍기 위해 길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자세를 잡기도 했다. 부지불식간 기자 일을 하던 습관이 발현한 것이리라.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비구들은 이 아스팔트 길을 걸으며 공양도 받고 수행도 한다. 공양을 받는 순간에는 시주은혜를 갚겠다는 굳건한 발원과 함께 시주자들에게 바라밀 공덕이 함께 하기를 축원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발바닥의 감촉에 마음을 집중하는 걸음수행을 한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느낌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사띠! 찔리면 찔림, 찔림하면서, 아프면 아픔 아픔하면서 한 발작 한 발작을 내딛는다. 그러고 보니 탁발이야말로 가장 수승한 종합 수행법인 셈이다.
어린 소녀가 정성껏 지은 밥을 비구들에게 보시하고 있다. 밥주걱으로 정성을 다해 밥을 퍼서 발우에 옮긴다. 이 모습이 얼마나 숭고한가!
탁발행렬을 따라 ‘양곤~만달레이 간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걷다가 시장으로 들어섰다. 시장 입구에는 꽃을 파는 상인들이 자리 잡고 있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이런저런 잡화가게들과 과일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낯선 외국인이 나타나니, 현지인들은 웃거나 수군대며 눈길을 준다. 그럴 때마다 “밍글라마!” 하며 미얀마식 인사를 건넸다. 환하게 웃는 그들의 얼굴들이 하나같이 순박하고 티 없다. 어쩌면 이렇게 표정들이 착하고 순할 수 있는지! 가난하지만 행복해 보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또한 행복이 부와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 미얀마의 개들도 그렇게 온순할 수가 없다. 동네마다 개들이 제법 많은데 늘어져 자거나 무심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 다닐 뿐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짖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위협을 받는 등의 짖어야 할 경우가 일어나지 않으니, 짖을 일도 없을 것이다.
고속도로를 따라서 길가에 상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나름대로 다양한 직종이 망라되어 있다. 식당과 자동차 공업소, 오토바이 서비스 센터, 약국, 과일 및 채소가게, 옷가게 등이 도로를 따라서 형성되어 있다. 자동차 공업소 앞에는 고장 난 트럭이나 버스가 서 있는데, 네다섯 명 정도의 남자들이 차 옆에 모여 연신 대화를 나누며 수리에 열중하고 있다. 나사 하나를 조이는 일에도 네댓 명이 둘러앉아 있으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들이다.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트럭의 짐칸을 개조해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아이들 통학차량도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것인데, 마치 군용 트럭의 짐칸에 군인들이 무장한 채 마주보고 앉아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고속도로인지라 횡단보도는 없지만,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차량이 뜸해지면 눈치껏 건너다닌다. 차량의 속도가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비교할 때 빠르지 않아서 사고가 잘 나지는 않겠지만 위험천만이다.
40대 여성 약사의 아침기도 모습. 미얀마 불자들의 놀라운 신심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나다가 한 약국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마침 40대쯤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 약사가 합장을 한 채 부처님 전에 간절한 표정으로 무엇인가 기도를 하고 있다. 그 표정이 진지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해 가만히 다가가 사진 촬영을 했다. 기도가 끝나자 그녀는 미소로 눈인사를 해온다. ‘매일 이렇게 기도를 하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런치 기도’라고 설명한다. 생수를 부처님 전에 올리고 기도를 했단다. 나의 모습을 보더니 담마마마까에서 온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약국에 붙어 있는 한국약품 관련 광고지를 보여준다. 자신도 담마마마까에 다니는 신도라고 밝히며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약대를 나왔으니,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했다. 그녀는 탁발공양을 나온 스님들이 약국 앞을 지나자 약국 앞으로 나와 행렬이 가게 앞을 다 지날 때까지 합장을 했다. 미얀마 불자들의 비구들에 대한 신뢰와 공경심이 어느 정도인지 피부로 알게 하는 장면이다.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니 옷가게에서 미소가 아름다운 여성 3명이 손짓을 하며 반갑다고 인사한다. 30대 안팎의 여성과 10대 소녀 둘이 좁은 옷가게를 차려놓고 장사를 하는 모양이다. 30대 여성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그녀 역시 담마마마까에 가끔 나가는 신도라고 밝힌다. 그녀는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며 연신 즐거운 표정이다. 두 소녀가 딸이냐고 물었더니, 정색을 하면서 ‘시스터’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엄마 역할까지 하는 큰 언니인 모양이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물으니, 좋다며 포즈를 취해준다. 참 명랑하고 행복해 보이는 세 자매였다.
미얀마에 관광이 아닌 수행을 하러 온 터라, 처음으로 대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막상 카메라를 들고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니, 시나브로 기자의 습성이 되살아난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다가가서는 대화를 나눈다. 이런저런 광경들을 만나면 호기심을 갖고 살피는 예전의 모습을 알아차리며 나는 멋쩍은 미소를 머금었다.
오후 2시 한국관에서의 사야도 법문 주제는 ‘좋은 법 4가지’이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천인들이 찾아와 물은 질문에 대해 답변 형식으로 한 설법내용이다. 요지는 이렇다.
몸에서 광명이 나는 천인들이 부처님을 찾아와 합장 인사하고, 설법을 청했다. 욕계 천상에서 온 천인, 색계 천상에서 온 천인들은 모두 합장한 채 서서 법문을 들었다. 인간세계에서의 법문 시간은 그들에게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천인들이 물었다.
“부처님, 남녀노소 관계없이 언제나 좋은 것은 무엇입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계행(戒行)이다. 계를 잘 지키면 누구든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부처님, 누구에게든 항상 있으면 좋은 것은 무엇입니까?”
“불·법·승 삼보와 업, 업의 과보를 믿는 신심(信心)이다. 신심은 모든 공덕을 있게 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부처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지혜(智慧)이다. 세속적인 지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데, 하물며 도와 과를 얻고, 열반을 성취하는 지혜이겠는가.”
“부처님, 어떤 강도나 도둑들도 뺏거나 훔칠 수 없는 보배는 무엇입니까?”
“어떤 강도나 도둑들도 뺏거나 훔칠 수 없는 보배는 공덕(功德)이다.”
부처님은 이 네 가지, 계행과 신심, 지혜와 공덕을 ‘좋은 법 4가지’라고 설법하셨다.
수행이 어느 정도 몸에 익어가면서 집중력에 약간의 진전이 생기면서 통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찾아온다. 통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최근의 최대 과제가 되었다. 통증에 대해 주위 선배 수행자들에게 물으니, 위빠사나 수행에서 가장 큰 난관은 뭐니 뭐니 해도 통증이란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다가 사마타 수행으로 전환하거나, 수행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의 99%는 바로 이 통증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증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오고, 사라지기를 기대하면 더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통증을 두고 위빠사나 수행자들 사이에서는 ‘예측불가’, ‘기대불가’라는 말이 오간다. 수행을 할 수록 이 몸뚱어리가 요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키는 대로 듣지도 않고, 제 멋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이 통증을 미워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된다. 오랜 고생 끝에 통증을 거의 극복했다는 신 거사님에 따르면 ‘통증이야말로 몸을 정화시켜주는 고마운 현상’이다. 그래서 통증이 찾아오면 손님처럼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증이 찾아오면 고맙다고 공손하게 절을 하라고 신 거사는 조언한다. 신 거사의 생생한 체험에 근거한 통증을 대하는 법의 요지는 이렇다.
*신성조 거사의 ‘통증, 이렇게 대하고 극복하라’
통증은 사띠가 세밀해질수록 빨리 찾아오는 특성이 있다. 통증은 똑같은 것은 없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찾아온다. 초보시절, 그러니까 집중력이 미약할 때는 통증도 잘 찾아오지 않거나 찾아와도 견딜만한 수준으로 온다. 그러나 수행이 깊어져 집중력이 높아지면 통증은 더 큰 강도로 찾아온다. 통증은 극복하는 것이며 견뎌내는 것이지, 싸워 물리치거나 없애버리는 대상이 아니다. 통증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통증을 견디기 어려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부처님의 6년 고행을 생각하라.
순수하게 통증 부분의 속으로 들어가 통증이 강한 부분을 클로즈업 시켜서 보면, 거기서 생멸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통증으로 인하여 죽겠다는 소리가 나올 때, 바로 그 마을 사띠하라. 그러면 다시 통증을 극복할 힘이 생겨난다. 너무 힘들 때, 이제 포기하고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바로 그 마음을 온전하게 사띠하라.
또한 특히 중요한 것은 통증을 극복하는 데 있어 걸음수행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좋은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걸음수행을 충분히 한 다음에 좌선을 하면 통증도 덜할 뿐 아니라 통증이 일어나도 이를 밀고나갈 힘이 생긴다. 에인다까 사야도도 걸음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신다. 걸음수행을 한 것과 안 한 것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체험한 것이므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걸음수행을 먼저 1시간 하고 나서 앉음수행을 해보라. 걸음수행을 많이 하면 앉음수행을 할 때 바로 집중에 들어갈 수 있다. 통증을 느낄 틈이 없이 집중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방석은 가능한 얇은 것으로 엉덩이 부분을 접어서 높이지 말고, 수평 상태에서 앉는 것이 좋다. 보통 다리부분의 통증을 막거나 완화시키기 위해 두꺼운 방석을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통증이 조금 늦게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위빠사나 수행에서 통증은 누구나 한번을 넘어야 할 고비라고 생각하라. 방석은 얇게 수평으로 놓고 앉아야 통증도 빨리 찾아오고, 그만큼 빨리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통증은 열반의 문을 여는 열쇠!’, ‘통증은 몸을 정화시키는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통증이 일어나면 고마운 마음을 일으키고 공손하게 맞이해야 한다. 통증에 대해 반감이나 혐오감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된다.
신 거사님의 조언을 듣고 오후 6시와 8시 앉음수행에 앞서 걸음수행을 정성껏 했다. 사실 그동안 수행의 초점이 앉음수행에 치우쳐 있었다. 왠지 수행이라고 하면 앉음수행을 습관적으로 떠올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걸음수행은 수행이라는 생각이 덜 들었던 게 솔직한 고백이다. 사야도께서 걸음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도 ‘그렇겠구나.’라는 정도였지, 이렇게까지 피부에 팍팍 꽂히지는 않았었다.
걸음수행을 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통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그랬는지 오후 2시간의 앉음수행을 비교적 큰 괴로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 통증이 없지는 않았지만, 견딜 만 했고, 왼쪽 무릎아래 부분이 저려오는 것은 사띠의 힘으로 완화시켜 극복할 수 있었다. 수행에 일희일비하지 말라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쩌랴.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