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사진 = 장명확
불교와 기독교
종교적 관용
불교와 기독교의 사상적 상이성(相異性)은 종교적 대립과 쟁론을 발생시킬 소지를 갖고 있다. 종교라는 것은 궁극적 진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므로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용인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종교가 교단의 발전을 꾀할 때 그러한 대립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우리는 종교 간의 대립을 방지할 어떤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바람직한 길은 무엇일까?
종교 간의 대립을 타개할 안이한 방법으로 정치권력이나 경제적 힘에 의한 종교 통일을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지난 종교사를 되돌아볼 때 이런 방법은 막대한 희생을 치루고도 결코 성취될 수 없었던 헛된 망상이었다는 것을 실증해 주고 있다. 더구나 현대는 모든 민주국가에서 신앙의 자유가 헌법에 의해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강압적 방법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모든 종교가 배타적 태도를 버리고 서로 관용과 존경을 갖고 평화로운 공존과 발전을 꾀하는 길일 것이다. ‘세계의 상이한 문화적 정신적 유산이 점점 전 인류의 공유재산이 되어가고 있는 것과 같이, 모든 종교도 각자의 역사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마음을 털어놓고 피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토인비(Arnold Toynbee)는 말하고 있다.
종교적 관용은 다른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한 무관심이나 무차별주의를 관용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구스타프 멘싱(Gustav Mensching)은 종교적 관용을 형식적인 것과 내용적인 것과의 둘로 나누고 전자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형식적 관용은 단순히 남의 신양에 손을 대지 않고 방치하는 태도로서, 관용되는 대상에게는 신앙의 자유가 있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이러한 형식적 관용을 배격하고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종교적 관용은 내용적 관용이어야 한다고 설한다. ‘내용적 관용이란 다른 종교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성스러운 것과의 만남이라는 진정한 종교적 가능성으로서 적극적으로 승인하는 것이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