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스님의 불교행복론 47
ⓒ 장명확
담장 바깥 경(Tirokudda Sutta)의 주석서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한 번은 빔비사라왕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
회향을 기대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친척 고혼들은
몹시 낙담한 나머지 밤새도록 끔찍한 비명소리를 질렀다.
밤이 새도록 비명소리에 잠을 못 이룬 빔비사라왕은
그 이유를 알려주시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공양을 새로이 올렸다.
“이 공양의 공덕이 뭇 친척 고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기를 바라옵니다”라고 회향했다.
고혼들은 그 보시의 덕으로 즉시 선의(善意)를 품게 되어 고통이 경감되었다.
또한, 연꽃으로 덮인 연못이 그들을 위해 생겨났고
그 물을 마시고 그 물로 몸을 씻자 이내 금빛으로 빛나게 되었다.
천상에는 곧 그들을 위한 음식, 옷가지, 집들이 생겨났다.’
이 경전의 내용은
공덕을 기쁘게 지어서 스스로 행복하고
이를 나눔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회향은 끊임없는 공덕을 짓도록 해 주는 가르침이다.
공덕을 회향하고, 회향의 공덕을 또다시 회향하면 다시 공덕을 짓게 되어,
조그만 공덕으로 무한한 공덕을 이루게 된다.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어서 보시할 돈도 기도할 시간도 힘도 없다’고 한탄하는 것을 본다.
그럴수록 조그만 공덕이라도 짓고 이를 회향함으로써 어려움을 벗어 날 수 있다.
회향은 공덕을 짓고 교만하고 탐착하여 공덕을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해 준다.
아무리 큰 집에서 살아도 눕는 곳은 반 평이며
아무리 옷이 많아도 입는 것은 한 벌일 뿐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서 비싼 음식을 먹더라도 하루 세끼 이상은 못 먹는다.
거기다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공덕이든 재물이든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경전의 주석에 보면 회향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자
빔비자라왕의 친척 고혼들은 모두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공덕을 지어서 자신만이 가진다면
그리고 타인이 이를 부러워만 하게 한다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되겠는가.
행복이란 함께 나눌 때 무한히 커져나간다는 가르침이다.
부처님께 올린 작은 공양의 공덕일지라도
무한한 공양의 공덕으로 커나가도록
끝없는 회향이 이어지길 발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