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제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는 여전히 미미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이 번역되어 소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불교경제학이란 이름의 책 출간은 전무하다. 불교경제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음에도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즈음, 경제학자 김옥암 교수(안동대)가 『자족의 경제학』(여시아문)이란 책을 펴냈다. 본격적인 불교경제학 분야의 첫 저술인 셈이다. 이 책의 출간이 불교경제학 논의를 촉발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불교경제학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대표적인 저술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태생의 경제사상가이자 실천가였던 슈마허가 1973년에 펴낸 ‘작은 것이 아름답다’이다. 유럽에서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도 1988년 ‘불교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돼 소개됐다. 불교의 가르침에 바탕한 슈마허의 경제사상이 기저를 이룬 책이다.

“자기의 욕구를 약간의 자원으로 충족시키는 사람이 그것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서로 다투는 일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안에서 고도로 자급자족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세계 각국과의 무역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전쟁 등에 휘말려들 확률이 훨씬 적다.”

“재생불능의 연료 자원은 그 지역적 분포가 지극히 치우쳐 있어서 총량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것을 자주 파낸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폭력행위이며, 그로 말미암아 인간끼리의 폭력사태로까지 발전한다.”

“현대 경제학자는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경우, 많이 소비하는 사람이 소비가 적은 사람보다도 풍족하다는 전제에 입각해 연간 소비량을 척도로 한다. 이 방법은 대단히 불합리하다. 그 이유는 소비는 인간이 행복을 얻는 한 수단에 불과하며,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행복을 얻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슈마허의 이런 논의 전개는 불교의 소욕지족(少欲知足)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옥암 교수가 책의 이름을 ‘자족의 경제학’이라고 붙인 것도 이런 흐름과 직결된다.

『자족의 경제학』은 탐욕의 경제사상에서 소욕지족의 경제사상으로의 길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불교와 경제를 정의하고 있다. 불교사상과 경제학의 관련성을 찾아서 이론과 실제 문제를 살펴보고, 불교와 경제학은 삶의 두 바퀴처럼 불가분의 관계임을 입증한다. 예서 더 나아가 불교사상에 견주어 현대경제학의 성격과 모순이 무엇인가를 구명하고 동시에 애덤스미스의 고전파 경제학에 근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의 근본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둘째는 불교경제사상과 자족의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불교학과 불교사상의 요체를 심도깊게 이해하고 있는 경제학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소중한 작업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21세기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경제학으로서 자족의 경제학을 주장하고 있다.

셋째는 김 교수는 불교경제사상의 슬로건은 환경과 행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류의 삶과 질을 좌우하는 지구환경 문제를 짚어보고 불교의 행복론을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족의 경제학 시론(試論)을 통해 자족의 경제사상에 입각해 소비, 재물, 노동, 정치와 복지 등 각론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자족의 경제학』 출간을 계기로 불교는 마치 경제나 물질, 자본주의와는 동떨어진 가르침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고, 인류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경제학이 불교에 있음을 알리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자 김옥암 교수는?

안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일본에서 츄오대학에서 공부했다. 주요 저서로 ‘중국의 투자환경’, ‘사회복지 철학과 정책’, ‘경제정책론’, ‘인구경제학’, ‘살아있는 생활경제’ 등이 있다. ‘일본형 고용시스템과 고령자 고용’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