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석을 만들어 놓은 오누이
공훈예술가 안명석
옛날 총석정 국도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통천지방의 어느 자그마한 마을에 착하고 총명한 오누이가 부모를 모시고 의좋게 살고 있었다.
그들 오누이는 집이 가난하여 항상 바닷가에 나가서 고기를 낚으며 미역을 건져서 집안 살림을 보태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바다로부터 왜적이 쳐들어왔다.
아버지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원수들을 맞받아 나아가 용감하게 싸우다가 원통하게도 죽었고 어머니마저 원수들의 손에 붙잡혀 희생되었다. 온 마을이 불타고 의좋게 살아오던 그들 오누이의 집안 살림도 하루아침에 망가지고 말았다.
의지할 데가 없고 고아로 되고만 오누이는 앞으로 살아갈 도리를 찾는 것 보다 어떻게 하면 저 바다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 왜적을 막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골똘히 생각하였다. 며칠 동안이나 바다를 지켜보았건만 아직 그들에게는 아무런 방도가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 오누이는 당장 먹고 살아나가야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생각 끝에 이웃마을의 지주집 머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워낙 심술사납기로 이름 난 지주와 그 부인은 행패로 말미암아 오누이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나무하기, 물긷기, 아이보기 등 갖가지 힘겨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누이가 이런 고역 속에서 몇 해를 살아가던 어느 해 여름 날 이었다. 이날도 오누이는 아침 일찍 집을 떠나 깊은 산속으로 나무하러 갔었는데 한손에 지팽이를 짚고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백발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백발노인은 자기가 수십 년간 금강산에서 도를 닦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오누이에게 힘을 쓰고 제주를 부리는 온갖 지혜와 기술을 다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다.
그때부터 오누이는 머슴을 살아가면서 시간 날 때마다 도사에게서 검술도 배우고 힘쓰고 재주부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웠다. 그리하여 오누이의 힘과 재주는 하루가 다르게 빨리 발전하였으며 몇 해 지나서는 그 어떤 산과 바다도 옮겨놓을 수 있는 지혜와 용맹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누이는 도사에게 배운 도술을 반드시 의로운 일에만 쓰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절대로 이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븍한작가 그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지주 놈은 오누이에게 바닷가에 돌로 성을 쌓아놓으라고 하였다. 지주놈의 검은 배 속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오누이는 바닷가에 돌성을 쌓을 것인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바닷가에 돌성를 쌓으라는 것은 악독하기 그지없는 지주놈의 요구인데 의로운 일로는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땅을 지키고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면 반드시 바다로 오는 왜적들의 육지로 오르지 못하게 방비를 잘해야 할 것이 아닌가. 바닷가에 견고한 돌 성을 쌓는 것은 곧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것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돌 성을 쌓으려 바닷가로 나선 오누이는 이제는 어제 날의 소년 소녀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무서운 힘이 깃들어 있었고 갖은 재주가 겸비되어 있었다. 그들은 한달음에 큰 강을 뛰어넘을 수 있었고 아무리 큰 바위라도 능히 굴릴 수 있었으며 손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놓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토론 끝에 큰 섬바위들을 잘 다듬어서 바닷가에 돌섬을 쌓기로 하였다. 그래야 그 어떠한 왜적도 막을 수 있고 천하명승 금강산의 자연미를 더한 층 북돋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빠는 앞 바다 속에 떠 있는 국도란 섬으로 뛰어 건너가 큰 산을 허물어 내여 여섯 모가 나는 큰 돌기둥을 쪼아내고 누이는 그 돌기둥을 하나씩 육지로 날라다 바닷가에 세우기 시작하였다.
1급화가 고수진
이처럼 오누리가 돌 성을 쌓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어느 날이었다. 섬에서 큰 바위들이 총석을 만들고 있던 오빠는 수십 척의 배가 국도로 밀려드는 왜적을 발견하고 되었다.
육지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누이동생도 돌기둥을 내던지고 오빠가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 원수와 싸웠다. 바로 이때 바다에서 먹장 같은 구름이 밀려오고 세찬 바람과 함께 사나운 풍랑이 일어 왜놈들의 배는 몽땅 물속에 쳐 박히고 말았다. 적들과 용감히 싸우던 오누이도 영영 돌아오지 못하였다.
지금 국도라는 섬의 한쪽 모서리가 떨어져나간 것은 당시 오빠가 산을 헐어 돌기둥을 쪼아낸 때문이고 그 여섯 모 나는 돌기둥을 누이가 육지로 날라다 세운 것이 곧 총석정으로 되었다고 한다.
공훈예술가 안명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