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인 김호귀 박사의 번역으로 중도출판사에서 출판됐다. 『반야심경주해』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반야심경』에 대하여 중국 원나라 말기부터 명나라 초기에 걸쳐 살았던 하도전(何道全 1319-1399)이 주해한 책이다.
낱낱의 문구마다 그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불교를 비롯한 유교와 도교 기타에서 동일한 의미로 활용되고 있는 내용을 인용하여 부연설명을 가했다.
그리고 매 문구마다 마지막에는 사구로 된 게송을 붙였다. 그런데 경문의 63문구에 대한 해석은 한자로 번역된 용어에 따른 해석으로서 범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완전히 무시되어 있다. ‘바라밀다’의 경우 ‘바라’와 ‘밀다’를 나누어 해석한다든가, ‘심’을 심장이 아닌 마음으로 해석하는 등 이와 같은 해석의 경향은 명대 이후가 되면 두드러지게 출현한다. 이와 같은 접근방식은 경문에 대한 학술적인 이해보다는 신앙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반야심경주해』가 지니고 있는 가치는 불교를 불교의 테두리 안에 가두지 않고 삼교에 드러내놓고 해석함으로써 불교가 지니고 있는 교리의 우월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당시의 불자나 불자가 아닌 사람을 막론하고 식자층에서 어떻게 불교를 이해하고 있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정가 15,000원
하도전(何道全) 註 / 김호귀 譯
150×220mm / 184쪽 / 무선날개제본
도서출판 중도 펴냄
제법은 본래부터 마음에서 발생하여 다시 그러한 마음으로부터 소멸되네
발생소멸은 모두 무엇을 말미암는가 그대한테 청하노니 스스로 판별하라
그렇듯이 모두가 자기의 마음일진댄 어찌 타인이 하는 말씀을 빌려 쓰랴
반드시 직접 자기 자신의 손을 써서 무쇠로 만들어 놓은 소의 피를 뽑고
노끈으로 묶어두고 콧구멍을 뚫듯이 허공을 꿰뚫어서 단단히 잡아놓는다
가는 삼베 한 가닥 무위의 기둥삼아 그것으로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도둑을 자식으로 인식하는 것이므로 마음 및 제법을 모두 잊어야 한다네
남에게 내가 속는 것 일체 그만두고 한주먹으로 일체의 반연을 부수어라
마음 관찰해도 그 또한 마음이 없고 제법을 관찰해도 그 또한 법이 없네
주관과 객관이 모두 보이지 않을 때 푸른 하늘은 맑고 또 밝아 깨끗하네
가을날 보름달은 둥글기 그지없는데 번뇌 및 진실 왜 구별하지 못하는가
-제3 회향편 중에서-
본 『반야심경주해』는 명대의 松溪道人 혹은 無垢子라고 불린 何道全이 주석한 것이다. 발문에서 無垢子를 북송 말기 남송 초기에 활동했던 主戰派의 영수였던 張九成으로 기록한 것은 오류이다. 何道全(1319–1399)은 元末 明初를 살았던 인물이다. 浙江省 四明 출신으로 終南山의 圭峰에 은거하였다. 명 洪武 연간에 賈道玄이 그의 語錄과 詩詞를 모아서 편찬한 『隨機應化錄』 2권이 전한다.
『반야심경주해』는 『반야심경』의 문구마다 그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불교를 비롯한 유교와 도교 기타에서 동일한 의미로 활용되고 있는 내용을 인용하여 부연설명을 가하였다. 그리고 매 문구마다 마지막에는 사구로 된 게송을 붙였다. 그런데 경문의 63문구에 대한 해석은 한자로 번역된 용어에 따른 해석으로서 범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완전히 무시되어 있다. ‘바라밀다’의 경우 ‘바라’와 ‘밀다’를 나누어 해석한다든가, ‘심’을 심장이 아닌 마음으로 해석하는 등 이와 같은 해석의 경향은 명대 이후가 되면 두드러지게 출현한다.
가령 청대의 徐槐廷이 쓴 『般若心經解義』에서는 마지막 대목의 呪文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薩婆訶에서 揭諦는 妙諦를 揭出하여 사람을 제도한다. 거듭해서 말한 것은 자기를 제도하고 남을 제도하는 것이다. 波羅는 번역하면 피안인데 피안에 도달하고자 하면 반드시 이 妙諦에 의지해야 한다. 僧은 衆인데, 소위 중생으로 하여금 함께 피안에 오르는 것이다. 菩提라는 말은 어떤 피안에 도달하는가 하면 대보리의 경지를 가리킨다. 薩婆訶라는 말은 번역하면 速疾인데, 이 반야로서 보리를 획득하는데 신속하여 지체됨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반야심경주해』가 지니고 있는 가치는 불교를 불교의 테두리 안에 가두지 않고 삼교에 드러내놓고 해석함으로써 불교가 지니고 있는 교리의 우월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당시의 불자나 비불자를 막론하고 식자층에서 불교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모습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해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