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사 팔상탱화
영산전 벽면에는 부처님 일대기를 여덟 개로 그린 팔상탱화가 걸린다.
일본과 조선의 성보문화재를 관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나무로 불상을 조성하면 그 위에 금박을 입히거나 채색을 한다.
일본에서는 한번 채색을 한 다음 벗겨지더라도 그 위에 다시 덧칠하지 않는다.조선에서는 금박이 벗겨지거나 채색이 떨어지면 그 위에 다시 금박을 입히고 채색을 한다.조선에서는 불상이 파손되면 땅에 묻고 탱화가 오래되어 낡고 찢어지면 새로 탱화를 만들고 오래된 탱화는 불사른다. 일본에서는 파손된 불상과 탱화는 기록과 함께 창고에 보존한다.
일제 때 일본 조동종스님이 여수 흥국사를 방문하였다.
경내에서는 팔상전에 새로운 팔상탱화를 봉안하고 낡은 탱화를 불태우고 있었다.
흥국사 팔상탱화 부분
일본스님은 너무 훌륭한 팔상탱화가 불길에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마지막 열반도를 불태우려는 순간에 그는 주지스님을 소리쳐 불렀다.
“내가 촛대 한 쌍과 장롱하나를 선물할 테니 나에게 양도해 줄 수 없나요?”
불길에 사라지던 조선전기의 쌍림열반도는 일본 조동종 스님의 눈에 띄어 화재를 면하고 현해탄을 건너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지나 일본 경매시장에 여수 흥국사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쌍림열반도가 나왔다.
군산 동국사의 종걸 스님께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의 지인들에게 나는 돈이 없지만 가격을 묻지 말고 구입해서 보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조선전기의 훌륭한 불화가 국내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조선전기 가로형 불화는 두 점밖에 전해지지 않는다.팔상탱화의 체본은 석보상절의 도판을 원형으로 사용한 것이다.
연대도 올라가지만 작품성이 대단히 뛰어난 명품불화이다.
석보상절의 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