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재가제자 정찬주 작가가 법정 스님의 수행처를 찾아 떠난 순례기행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열림원)가 출간됐다.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 작가가 법정 스님의 흔적을 따라가며 자기다운 영혼을 찾아가는 마음기행을 안내한다.

이 글은 법정 스님 입적 후 교보문고 북로그에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절찬리에 연재했던 글들의 모음집이다. 연재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마지막 4회를 수록해 이번에 한 권의 묵직한 책으로 탄생했다.

법정 스님의 사상이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진 송광사 불일암 순례를 시작으로 법정 스님이 수행했던 곳곳의 암자와 절을 돌아본다. 법정 스님을 이끌었던 구도의 길을 따라가며, 스님이 몸소 체화했던 무소유 사상의 성립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낱낱이 살펴보고 있다.

‘무소유’의 가르침으로 종교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 이끌어 준 법정 스님은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진정한 무소유의 삶으로 많은 귀감을 전했다. 이미 <소설 무소유>를 통해 법정 스님의 전 생애를 감동깊게 전했던 정찬주 작가는 이번에 ‘자기다운 영혼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살아 있는 순례기행을 그려낸다.

법정 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며 작가는 우리들에게 자기만의 꽃을 피우라고 손을 내민다. 법정 스님의 자기다운 영혼이 무엇이었는지를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그려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작가 정찬주의 책을 소개하면서, 그의 글에서는 마치 압정으로 꾹 누르는 듯한 짜릿한 감동과 여운이 있다고 했던 기억이,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불현듯 떠오른다. 막연한 순례기가 아니라 큰 교훈과 깊은 감동을 수반한 작가 정찬주 특유의 향훈이 이 책에서 물씬 풍겨나온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조용하게, 그러나 진정으로 법정 스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들이다. 교보문고 북로그에 연재 시 누 적 방문자수가 2만4천 명이 넘을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을 얻었다.

“<소설 무소유>를 발표한 바 있지만 오랫동안 스님을 뵐 때마다 받았던 단박한 선적(禪的) 기쁨과 그 아름다운 시적(詩的) 감흥을 다 담아내기에는 어딘가 미흡했던 것 같다. 소소한 인연을 어찌 소소하다고 잊을 수 있을 것인가. 스님의 말씀은 선사들의 살아 있는 활구나 다름 없었고, 단테의 울림이 깊은 소네트 같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소설 무소유>가 스님의 전 생애를 망원경으로 보았다면 에세이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현미경으로 보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찬주 작가가 이 책을 펴내며 밝힌 소회다.

“무소유 삶을 깨닫게 해주신 내 영혼의 스승께 이 책을 올립니다.” 작가 정찬주는 그에게 불명을 내려주고 많은 가르침을 전해준 스승 법정 스님께 이렇게 이 책을 바쳤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제지정의 광경인가.

송광사 불일암, 해남 우수영, 진도 쌍계사, 미래사 눌암, 쌍계사 탑전, 가야산 해인사, 봉은사 다래헌,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 길상사 등 법정 스님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작가는 여지없이 스승을 부활시킨다. 그리하여 그 담백하고 오롯한 가르침을 펜끝으로 펄펄 살려내 큰 울림으로 들려준다.

맑고향기롭게 이사장 현장스님이 추천사에서 ‘스페인에는 산티아고 성지순례길이 있고, 일본에 시코쿠의 사찰 참배 순례길이 있듯이’ 이제 우리나라에도 그대만의 꽃을 피우게 하는 ‘무소유 성지순례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 말씀처럼, 제각각 이 책 한 권씩 손에 들고 법정 스님의 향훈을 그리워하며 무소유 성지 순례를 떠나보면 어떻겠는가.

*저자 정찬주는?

저서 (총 74권) 깊이 있는 글쓰기로 20여 년 동안 선과 암자를 징검다리 삼아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 온 작가 정찬주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한국문학'신인상에 소설 '유다학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산은 산 물은 물', 만해 한용운의 전기를 다룬 '만행', 등신불 김지장 큰스님의 일생을 다룬 '다불', 성왕과 왕인의 삶을 다룬 '대백제왕' 등을 펴냈고, 산문집으로는 '암자로 가는 길',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 '돈황 가는 길', '나를 찾는 붓다 기행',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 '소박한 삶' 등이 있다. 또한 창작동화 '동화로 읽는 산은 산 물은 물', '눈부처', 번역서 '날마다 새겨듣는 붓다의 말씀' 등을 출간했다. 1996년에 행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남도 산중에 '이불재'라는 산방을 짓고 농사일과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