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안내는 수행으로 닙바나를 실현하는 길의 안내였습니다. 본 장에서는 그 수행을 위한 수행처의 길라잡이 안내입니다. 국내에도 산재해 있는 테라와다 불교의 수행처 소개가 있어야겠으나, 우선으로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수행의 나라 미얀마 수행처”의 길 안내를 먼저 하겠습니다.

 

이유는 앞서 기술했듯,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고, 더하여 붓다의 가르침이 올곧게 지켜져 오고 제 5차 불교의 결집과 근대에 제 6차 결집까지 가진 “불교의 나라, 수행의 나라 미얀마 수행처”가 우선 소개되어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현세를 흔히 말법시대라 일컫는데, 말법이라는 것은 3,000년 전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도 그와 비슷한 어구가 있다 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추앙하고 있는 진리에는 시간의 개념이 없습니다. 무상만이 펼쳐지는 무상의 무대에서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항상 그 진리에의 추구는 깊이를 더해갈 뿐, 더욱이 현대처럼 문명화되고, 사고가 지성적이며 논리적이고 합리성을 추구해가는 실시간의 지식을 공유해 가고 있는 이 시대에는 붓다의 교설만이 최후의 보루로 더욱 선명해질 뿐입니다.

 

법현, 현장 등 수많은 고승들의 서역기를 보면, 그 분들이 얼마나 간난의 노고를 아까지 않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그 곳을 비행기 타고 편안하게 10시간 이내 거리로 찾아가는 신족통의 시대입니다. 숙식도 문제가 되지 않는 나름의 풍요의 시대입니다. 특히, 미얀마의 이곳 수행처에서는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었구나”를 연발하게끔 그 대접이 극진합니다. 단, 수행자에게는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먹여주고 재워주고(독방을 주면서) 닙바나의 도정까지를 공부시켜 주는 곳. “시키는 것”이란 “명상과 경행” 뿐입니다. 거기에 열심히 정진하시는 분들께는 도와 과의 성취를 위한 길과 안내를 맡아주시고, 닙바나를 실현토록 해주는 곳. 온 나라가 불국정토요, 그대로 극락입니다. “돈이 없다. 시간이 안 된다”는 핑계일 뿐입니다. 두 달 이상 체류하신 이는 쓰기 나름이지만,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돈이 들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보시의 마음이 생겨 지갑을 여는 것 외에는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돈 쓸 일이 없습니다. 오후 불식이란 말에 지레 겁먹지 마시기 바랍니다. 수행자들에게는 바나나 등 몇 가지 과일은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침 죽 공양 때나 중식 공양 때 공급되는 과일로 충분합니다. 항공료도 저가항공이 많아 이곳 왕복 요금이 성수기 때 제주 왕복 요금 정도입니다. 호텔도 1박에 25달러부터 250달러까지, 그것도 아까우면 택시기사에게 부탁해 아무 선원에서나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수행 중에 시내 나갈 일이 없으니 돈 쓸 데가 없습니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돈 걱정은 기우일 뿐입니다. 알바 비를 모아 이곳을 찾는 외국의 젋은이들, 때로 한국의 20~30세대 방문자도 자주 만납니다. 깨어 있는 분들이고 축복받은 분들이고, 전생의 바라밀 공덕이 많은 분들이죠.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20배는 낮은 나라, 이곳에서 오히려 돈을 쓰고 가신다면 큰 공덕이지요.

 

시간이 없어 바쁘신 분은 Ten day stay(10일간 수행) 체험이라도 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일 수행은 아무 때나 관광 비자를 가지고 찾아가도 됩니다. Long stay의 경우 외엔 명상비자가 필요 없습니다. 짧거나 긴 수행 기간에 관계없이 똑같은 조건과 대우가 주어집니다. 수행투어의 마음을 내시는 분이 계시다면 기꺼이 전 과정을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창에 검색하시면 국내 선원, 교수님들 강의실 등에서 수행하실 분들을 모집하여 가는 수행 그룹들이 많습니다.

 

마음 내기에 달린 문제이지 “가이드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한 예로 동국대 전 교수님의 강의 끝에 많게는 20여명이 동참하시어 비쿠 수행과 더불어 길고 짧은 집중수행을 하신 그룹도 매년 만납니다. 모든 여건은 조건을 갖춘 오늘에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가시기 전에 워밍업은 절대 필요합니다. 이곳에서의 수행에 가행이 붙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에 대한 개념정리와 실참을 우선 권합니다. 이런 워밍업이 없다면 잘못 오해의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위빠사나 수행처는 각 시도마다 있고, 서울에도 그 숫자가 늘어 여남은 곳이 넘습니다. 찾아가시어 내 몸과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행의 공덕을 익혀 가심이 중요합니다.

 

 

이 장은 본 글에서의 부연설명으로 읽으신 이에게 도움을 증장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삶의 목표를 행복이라는 두 글자에 두었을 때, 다시 한 번 행복을 정립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이란 고통이 조금도 없는 상태를 이릅니다. 그런데, 이 고통의 문제는 그 집(集)의 원인이 오온에 있는 것입니다.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라는 다섯 가지 무더기가, 괴로움의, 고통의, 고의 근본입니다. 괴로움이나 고통을 정의할 때 4고니 8고니 학술적 분별은 있을 수 있으나, 고는 일고(一苦)일 뿐입니다. 즉 “오취온고(五取蘊苦)”입니다. 오음성고(五陰盛苦)라고도 하는 위 5온에 집착함이 고(苦)라는 것입니다.
4고, 8고는 이 1고에 수렴되고 맙니다. 그러나 이 5온은 범부중생의 삶의 근간이며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걸 버리고 고통 없는 행복을 추구하라 함은 여간 모순되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수행은 이 오온의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는 것입니다. 한 순간도 항상하지 않고 변화해가는 이 무상 속에서 불만족인 고는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이 무상과 고를 해결해 가는 나라는 실체는 오온안에 없다. 이 오온 안에는 자아라는 실체가 없음을 보아가며 오온의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이 깊어지면 오온의 소멸을 차츰 감지하며 닙바나의 실현을 이룰 때 오온은 소멸되고, 고는 소멸되어 완전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는 것, 진정한 행복은 닙바나 뿐입니다. 오온까지의 소멸이 닙바나라고 해 닙바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 의심하지 마십시오. 닙바나는 궁극적 실재입니다.

 

이 같은 닙바나의 성취를 출세간의 목표로 두고 살면, 이 세상에 대한 욕심과 성냄을 버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어리석음까지 그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출리가 필수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비쿠, 비쿠니계를 수지하는 것만이 출리가 아니라, 이 같은 3독(탐진치)에서 벗어나고자함이 출리입니다. 여기에는 인내와 평정심(upekkhā)이 필요합니다. 인내는 출리의 부족함과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고, 평정심은 주위의 어떠한 비난이나 칭찬에도 흔들림 없는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출리, 인내, 평정심은 다 바라밀행입니다. 이 세 가지가 수행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에 열심히 훈련하며, 함께 계정혜 3학의 훈련을 키우면 “오온이 나”라고 하는 자아라는 아상이 떨어져 나갑니다. 자아의 소멸과 더불어 이기적인 분별심이 줄어들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 생각하게 되고, 또 모두가 하나인 “정신과 물질” 뿐임을 알게 됩니다. 누구의 행, 불행이 아니라 모두의 공통된 행복과 고통임을 느낄 때 온 세상이 고맙고 은혜롭다고 알게 됩니다. 은혜라는 것은 평생 잊어서는 안 될 일이고, 원한은 그 자리에서 잊어야 되는 일, 이 은혜 갚는 일이 우리가 바라밀 선업을 닦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일입니다. 세상이 고맙고 은혜롭기 때문에 바라밀행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갚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출리와 인내와 upekkhā가 되어 바라밀이 되는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누가 나에게 붓다의 가르침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젠 주저 없이 말합니다. “좋은 일만 하라-선한 일만 하라”는 가르침이라고, 칠불통계(七佛通戒)의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의 가르침이지요. 수행자는 스스로 마음을 맑게 “자정기의(自淨其意)” 또한 해야 합니다. 

 

따라서 세상을 자비희사(慈悲喜捨)로 대한다는 것은 입으로만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이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구의(身口意) 3업으로 지어가야 합니다. 보시, 지계와 수행의 3바라밀에 이어 공경하는 마음과 행위, 봉사하는 마음과 행위, 회향, 수희(타인의 공덕을 기뻐하고), 선지식의 청법과 모르는 이의 청법에 설법하며, 견해를 바로 잡는 일(正見)의 이 열 가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아는 불자로서 모든 행위는 바라밀 공덕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 바라밀은 경전과 자타카를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듯, 20띤체이 동안 그리고 10만생이 넘도록 바라밀 공덕의 선업으로 붓다를 이루신 그 분 붓다를 추앙하며, 보여주신 길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세상을 자비희사로 대하면서 위의 열 가지 복 짓는 법을 더 열심히 해야 되겠습니다.

 

이것이 10바라밀을 완성하는 길이며, 10바라밀이 완성되는 날이 깨달음이라는 생로병사 삼세윤회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닙바나를 실현하는 날입니다.

 

이 같은 바라밀 선업공덕의 원동력이 되는 수행을 “언제까지 해야 되는가?”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번뇌망상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수행해야 합니다. 이번에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도와 과의 성취만을 생각하고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일의 시작, 중간, 끝에서 방금 일하고 성과를 찾는 세간의 관습을 벗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몸과 마음을 sati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안에 시작과  중간과 끝이 함께 합니다.
제가 몇 년째 수행해 왔는데 더 해야 하는 가 등의 의심은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지났건 지금이건 돌아올 수행의 시작이건, 그건 도과 성취의 과정일 뿐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신앙체계나 여느 종교와는 비견할 수 없습니다. 나라와 인종과 성별, 나이와 신분 등을 불문하고, 지구이든 31천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이든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나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진리입니다. 우리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꼭 가야 하는 길입니다. 늦게 갈수록, 그 시작이 늦을수록 고생합니다. 그래서 이 길은 “붓다의 가르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에 조건에 관계없이 가게 되는 길입니다.

 

따라서 붓다의 가르침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이고 중요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나에게는 이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신앙의 주체로 떠받드는 맹목의 행위여서는 안 됩니다. 그 가르침은 우리가 숨 쉬는 것과 같아, 숨 쉬지 않으면 생을 유지할 수 없듯 우리의 선택이 아닌 꼭 해야 하는 일이며, 우리가 꼭 함께 체험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구의 중력이 우리를 지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서로 당기고 있듯이 번뇌가 우리를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꽉 잡고 있습니다. 

 

번뇌 망상이 우리의 주적임을 본 글에서 명시했듯 번뇌에서 벗어나야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힘은 일반선업으로는 안됩니다. 일반 선업은 그 과보 때문에 아무리 해도 윤회할 뿐입니다. 윤회를 거시적으로 봐야겠지만, 일상의 무미건조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함도 윤회의 한 단면입니다. 오로지 바라밀의 선업공덕만이 완전한 열반을 실현케 합니다.

 

사야도와의 인터뷰 중 차고 넘친다는 마지막의 당부 말씀 “바라밀 공덕 없이 도과의 성취와 닙바나의 실현은 어렵다”는 이 말씀을 깊이 새기며 이 글을 마칩니다.

 

모두 바라밀 선업 공덕 행을 쌓아, 괴로움을 여의고 죽음과 윤회를 벗어나는 닙바나 실현을 성취하시기를! 사두, 사두, 사두!   도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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