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 테라와다 불교, 특히 마하시 사야도의 닙바나 해설과 도과 성취의 안내
3. 수행의 도정
가. 이러한 방법으로...
나. 경이로움
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라. Sampajañña(분명한 앎)의 가르침
바. 모두가 같은 도정(道程)인가?
사. 바라밀 공덕
바라밀은 빨리어로 paramită의 음독입니다. 빨리어의 방대한 뜻을 담아낼 수 없는 중국어의 한계 때문에 그대로 소리 나는 대로 음사(音寫)해 쓰는 교학적 술어가 많은데 바라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도(度)라고 한역했고 당대(唐代)에는 도피안이라 했듯이 “절대 완전한”이라는 뜻으로 완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왜 paramita를 별도의 장으로 이야기하는가는 앞에 말씀 드렸듯 은산철벽 앞에서 만난 이 화두를 사실대로 풀어보고자 함이며, 이 같은 장벽을 깨는 무기가 바라밀 공덕의 완성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보니 이를 해체 분석해보고자 함입니다.
불자라면 이 바라밀이란 단어가 생경한 분들은 없을 정도로 우리 모두 숙지하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누구나, 외우실 정도의 6바라밀은 시(施, 베품), 계(戒, 계를 받아 지킴), 인(忍, 참음), 진(進, 정진), 정(定, 삼매, 집중), 혜(慧, 지혜)의 여섯 가지요, 10바라밀이라는 근본 가르침은 위 6바라밀에 방편(方便, 방법, 테크닉, 설법), 원(願, 서원, 발원), 력(力, 5력 등의 힘), 지(志, 의지 작용) 등을 더 합니다. 대승권에서는 10바라밀을 줄여, 6바라밀로 쓰고 있지만, 근본의 테라와다 불교의 10바라밀도 인정합니다.
이와 같은 바라밀 공덕의 완성으로 닙바나란 피안에 이른다고 배웠고, 그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 번 이곳의 수행처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3바라밀을 공부했기에 그것을 위주로 서술하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3바라밀은 보시(布施) 바라밀, 지계(持戒) 바라밀, 수행(修行) 바라밀입니다.
이는 마하시의 일요일 담마토크 시간에 “자유에 관한 법문”을 공부하며 담마토크 중에 사야도의 설명에서 배운 것입니다. 법문도 좋고 설명의 필요가 있어 간략히 서술합니다.
자유에는 세속적인 자유와 출세간의 자유가 있는데 세간의 자유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자유입니다. 아래는 출세간의 자유에 관한 법문입니다.
붓다 재세시 제따와나 선원(기수급고독원)에서 500명의 비쿠(Yogava Cara Bhikkhu)들이 숲 속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상당한 시간 수행했음에도 만족스런 발전을 이루지 못하자 가르침을 더 받기 위해 제따와나 선원에 계시는 붓다를 찾아 가던 중 장대 같은 폭우를 만나 근처 건물에 들려,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수한 거품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장면을 계속 지켜보는 그들의 주의(attention)가 자신들의 몸으로 전환되어 육체적 정신적 현상이 마치 그러한 물방울의 거품처럼 매 순간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붓다께서는 신성한 눈으로 그들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시고 그가 계시는 처소로부터 그들에게 아래와 같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yatha pubbu lokampasse
yatha passe muricikam
evam lokam avakkhamtam
maccu rajă nupassati
라는 게송입니다. 우리말로 자세히 설명하자면,
“오! 친애하는 아들 비쿠들이여, 너희들이 목격한 물방울의 거품들이 생겨났다 바로 사라지는 것처럼 또는 번갯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바로 그것처럼 너희 몸 안에 있는 5온의 세계에 있는 모든 정신적 육체적 현상들은 순간 일어났다 사라진다. 만약 여러분이 불굴의 관찰력으로 그것들의 무상, 고, 무아와 혐오스런 특성을 알아차림으로 분명하게 지각할 수 있다면 너희는 죽음의 영역에서 벗어나 생로병사의 바람직하지 못한 고통에서 영원히 자유롭게 될 것이다”
라는 말씀을 주의 깊게 듣는 동안 그들은 그들의 몸 안에서 육체적, 정신적 현상에 관해 완전하게 집중하고 관찰하여 여러 단계의 통찰력과 성스러운 도과를 성취하고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는 법문입니다. 법문을 마치고 질의응답에 들어갔습니다. 보기로 초보자 같은 수행자의 첫 질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빨리”라는 의문에 찬 내용에 사야도께선 이미 그들은 “세 가지 바라밀”을 완성했기에 우리말로 건드리면 툭 터지는 봉숭아 씨앗 같았음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한국 수행자분이 “6바라밀, 10바라밀”인데 왜 3바라밀이냐고 질문했더니 보시, 지계, 수행바라밀을 설명하셨습니다. 바라밀 앞에 공통된 보시, 지계는 다분히 육체적인 것이요, 뒤의 모든 바라밀은 위빠사나 수행을 통한 정신적인 바라밀임을 설명 듣고 나니 역시 수행의 나라답게 수행 바라밀에 모두를 포섭하고 있음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고따마 붓다의 20띤체이 동안 쉼 없이 이룩하신 것이 바라밀 공덕이었음을 재삼 강조하시며 사야도께서는 “여러분이 붓다를 만나게 되고 이곳 수행처에서 수행함도 전생의 바라밀 공덕”이라는 말씀에 다시금 그 공덕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말씀 한 마디에 자유로운 경지의 아라한이 이루어짐도 그 분들의 바라밀 공덕이지 우연하거나 홀연함이 아님을 새삼 알게 됩니다. 이 같은 말씀 한 마디에 도과를 성취함이 언하에 돈망생사라는 과장을 좋아하는 중국식의 다른 표현일까요?
주제넘게도 도과의 성취를 목적으로 수행을 하면서도 메마른 교학적 알음알이로 툭 터지지 않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질문하다 제 입장에서는 마지막 가르침이라 사료되는 Sampajañña에 이어 바라밀 공덕을 받아 지님에 있어 살아온 과정에서 이 법의 만남인 전생의 바라밀을 어렴풋이 이해하였으나, 한 가지도 완성된 것이 없음을 한스러워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담마토크에서 수행바라밀로 모든 바라밀이 포섭됨을 알자 새롭게 수행에의 용기가 솟아납니다. 나름대로 보시 바라밀도 지계바라밀도 수행 속에 녹아 있음도 알게 했습니다. 보시의 재보시, 법보시, 무외시의 정형구 안에는 수행이 끝나고 수행 공덕을 모든 존재들에게 회향하는 것도 크나큰 보시바라밀임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수행에서 출정하면 합장하고 반드시 다음과 같은 회향송을 잊지 않고 행합니다.
“Addha imaya dhammanu dhamma patipattiya jara mara namha pari muccisami”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 수행한 공덕을 모든 존재들에게 회향하오니 고르게 나누시어 죽음과 윤회에서 벗어나 닙바나 성취하기를. 사두, 사두, 사두!”
결국 이 회향도 보시바라밀의 연장인 것을 알았고, 지계바라밀은 명상수행이나 경행 중에 5계인 살도음망주 (殺盜淫妄酒)와, 8계, 나아가 비쿠 277계를 숙지하지 않더라도 어기지 않고, 생각마저도 일으킬 여지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위빠사나 수행의 바라밀은 모든 바라밀과 함께함을 알고 나서, 교학으로만 10가지로 구분하여 요원하게만 느껴졌던 것이 가까이에 두고 알게 되니 이 또한 큰 믿음입니다.
수행 속에 모든 공덕이 함께함을 새삼 알았습니다. 수행만이 수승한 것임도 알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아. 이곳에 오면 누구나 성자가 된다.
2000년도 중반에 당시 법보신문사의 대표이사 사장이시며 불교계 대기자이신 이학종님의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라는 저서를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그 명제를 바꾸어 저는 “미얀마에 오면 누구나 성자가 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청정상가의 성자님들,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오신 여러 수행자님들은 모두가 열심히 성자를 닮아가고 성자가 되어 가십니다. 이곳에 오면 강강중생(剛强衆生)인 본인도 마음의 청정이 시작되고 무르익으며 격의 변화까지도 감지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과 조건이 잘 갖추어진 곳, 인류의 대 성자이신 붓다의 가르침이 한 치도 오손되거나, 변함이 없는 상가의 성스러운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 감을 느낍니다.
모두가 눈웃음의 인사와 합장이 생활화된 곳, 그래서 말이 적어지는 곳입니다. “Keep Noble Silence” 의 푯말에 관계없이 말이 필요 없는 곳입니다. 때로 묻고 답하는 담마토크 외에는 일상 세간의 말들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곳입니다. 8정도의 세 번째인 Samma Vacca, 바른 말이 시행되는 곳입니다. 특히 비쿠들은 포살 외에는 개인 담화를 거의 나누지 않습니다.
명상 시간에는 각자의 좌복에 앉아 명상을 하고 근엄하리만치 위의를 갖춘 경행으로 일과가 진행되고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인 본인도 여기에선 따라하게 됨에 깊은 고요와 평온을 가지다 보니 때로는 일어나는 화려하고 달콤한 망상을 글로 남기고 싶은 여유로움도 생겨납니다.
Sakkiya muni의 muni는 ‘침묵하는 성자’라는 뜻으로, 여기에서는 자연스레 그렇게 됩니다. 경행시간의 틈틈이 때로는 자는 시간을 아끼며, 본 글의 초고를 써 왔는데 벌써 글의 후반 무렵이니 이번의 수행 기간도 끝나가고 있나 봅니다. 귀국 날짜를 기다리는 수행자도 더러 보았지만, 본인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늘 더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수행 기간을 연장하며 지내던 해도 있었습니다. 미얀마 정부 시책으로 명상 비자가 90일까지 주어졌던 것이 2017년 중순부터 70일로 줄어, 여간 아쉬움이 큰게 아닙니다. 그래도,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음은 저의 체력 때문입니다. 새벽 명상 시간에 두어 번 졸음에 흔들리고, 오후엔 많은 피로감 때문에 명상홀 올라가는 20계단이 가파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음은 그때 적은 제 소회입니다.
마하시 명상홀 스무계단
지친 몸과 맘 끌려가는 계단
번뇌망상 도살하는 도살장 가는 길
여러 나라 yogi들
탐진치, 번뇌, 망상 버리는 곳
쓰레기 집하장
그러나 이곳에선
모든 것이 발효가 되네
지멸과 해탈의 자양으로 바뀌어
성인이 되어 가는 곳
성인의 계위로 오르는 계단
2017. 2. 1.
마하시 선원은 자양의 공급처, ‘법 거지’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곳, 모두가 넉넉한 탁발로 지혜와 해탈을 얻어가는 곳입니다. 각 나라 yogi들의 오물들은 찾아볼 수 없이 모든 것이 청정해지는 곳, 모두가 성스러워지는 곳입니다.
눈 밝고 왕성한 체력일 땐 세간의 생업에 바빠 명상수행은 엄두도 못 내고, 그나마 여가는 감각적 쾌락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늦게야 익히게 된 수행 앞에서 체력의 한계를 많이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