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 테라와다 불교, 특히 마하시 사야도의 닙바나 해설과 도과 성취의 안내
1. 미얀마 마하시 수행처의 마하시 사야도
이 장에서 먼저 밝힐 것은 저는 마하시 사야도의 가르침에 흠뻑 젖은 마하시 사야도의 예찬론자이며 마니아라는 점입니다. 또한 그 분의 가르침을 위주로 한국에서건 미얀마에서건 위빠사나 수행법을 익히고 지도해 나갔음을 주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곳을 찾은 지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분의 가르침을 전수 받으신 훌륭한 스님들과 법사님을 만나 수행과 교리를 익히고 4~5년 후에는 이곳에 와서 그분의 직속제자 사야도님께 삭발하고 Bikkhu계를 수지하고, 수행하고서, 너무 큰 감명으로 “나만 알면 안 된다”는 회향심의 발로가 그야말로 일천한 캐리어를 가지고 7~8년을 위빠사나 수행지도를 열심히 펼쳤습니다. 그 틈틈이 이곳에 와서 90일~100일씩 한국의 겨울 한 철을 수행하고 점검받고 나의 지도 내력을 검증하고 업그레이드 시키며 지내왔습니다. 마침 3년 전부터는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고 위빠사나 수행을 하신 한국어 통역 덕분에 제 인터뷰 깊이는 더해 갔습니다. 선원장 스님이나 인터뷰 사야도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서는 질의응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인터뷰의 주제는 명상수행의 정점인 도과의 성취와 닙바나 실현이 주제였습니다. 물론 거기에 이르는 수행의 도정부터 마하시 사야도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고 닦아 나갔습니다. 특히나, 2년 전 입적하신 마하시 사야도의 법제자이시고 제 계사스님이신 우 자틸라 사야도의 법문집을 실참으로 익혀갔습니다. 마하시 사야도의 70권 분량의 유고법문의 엑기스를 뽑아낸 법문집입니다. 그 법문집을 처음 배우고 가져와 도반들에게 배포하였고 위빠사나 지도는 물론 도반들과의 담마토크도 그 법문집에 철저히 의존하였습니다. 그래서 본 장에서는 그 법문집에 의거하여
○ 수행의 점차 ○ 도과에 이르는 길 ○ 닙바나 지복의 정의 ○ 닙바나에 이르는 길 ○ 닙바나 실현 등의 순서로 기술해 갈 것입니다. 이는 어느 주석서보다, 경전의 내용보다 간결, 명료하게 닙바나를 정의 내지는 정립하고 있으며, 특히 명상수행만을 통해서 이에 이르는 테크닉이 기술되어 있어, 수행자는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닦아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스스로 깨우쳐 나가시는 수행자분들도 많으나, 초반이나 중급 수행자까지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문제들이 있으시다면 이 글에서 갈무리해 나가시면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본 글에 앞서 이렇게 간결하게 펼쳐주신 마하시 사야도의 공덕을 예찬함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905년 출생하신 그 분의 자세한 이력은 인터넷을 참고하시고, 여기에서는 그 분의 법을 제가 보고, 체험하고, 느낀 대로 기술하겠습니다.
이곳엔 점심공양시간인 10시부터 11시 사이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양곤 관광 시 스님들의 점심 공양관광과 더불어 수행처 관광이 필수 코스입니다. 60% 이상이 한국인 관광객입니다. 많을 땐 관광버스 5~6대가 옵니다. 스님들의 공양식당, 마하시 박물관, 그분의 존상과 유고의 석판이 안치된 곳, 큰 법당, 비쿠와 수행자의 수행처 관광이 코스인데, 제가 점심공양이 끝나고 수행처로 가는 경행 중에 그 분 존상이 안치된 곳을 들르면 한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한국 수행자임을 알아보시고 무척 반가와 하며 많이들 묻습니다. 그런 인연들로 귀국 후에도 교신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그 분들께 일반적인 설명이 끝나고 마하시 사야도에 대해 물으시면 언제나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드립니다.
“이 분은 기독교로 보아 재림예수와 같은 메시아이고 우리들 불교에서는 아쇼카대왕의 전법보다 훨씬 크게 이 시대에 불교를 세계적으로 전파하신 불교중흥조, 혹은 중시조 같은 분”이라 소개합니다. 그 분의 가르침과 수행기법은 특출합니다. 이 시대에 잘 맞게 그야말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붓다가 직설하신 Anapana-Sati(들숨날숨 알아차림)도 아니고 Sati pathana(4념처 수행)와도 조금 다른, 즉 4념처 수행으로 가는 처음의 집중대상을 “배”에 두셨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들숨날숨은 Parimukhaṃ(정념)을 코끝에 두는데 이 분은 “배의 일어남 사라짐-배의 부품 꺼짐”으로 호흡 간 정념을 배에 두도록 하셨습니다.
원래 위빠사나 수행의 기본은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가장 강한 부분을 sati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이 수행법의 시비가 붓다의 교설과는 다르다며 경전의 나라로 일컫는 스리랑카에서 문제 제기를 하여 그곳 영자신문인 실론지에 실려 설왕설래하였으나, 사야도의 제자가 이 수행법은 붓다가 설하신 4대 관찰인 지수화풍 (地水火風) 중에 풍대 (風大)의 Sati 수행법으로서, 4념처로 자연스레 유도되기 때문에 붓다의 정론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반론을 같은 신문에 실은 이후, 테라와다 불교권의 큰 호응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스리랑카, 인도, 태국 등을 사야도가 직접 지도하고 다니시며 설파했던 것이 이제는 유럽,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적인 명상센터에서 이 방법을 익혀가고 있으니, 앞의 찬사는 괜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Anapana-Sati에 16년 전 빠져들어 거의 2년간을 수행하며 거기에서 현존하는 Nimitta(표상)을 즐기며, 신수심법(身受心法)을 닦아 가던 중 마하시 사야도의 테크닉을 접하면서 그 Parimukhaṃ(정념, 현전)을 코끝에서 배로 옮기는 데 조금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그러나 집중하기 위한 Vitaka-vicara의 대상의 주제가 코끝 보다는 배의 일어남 사라짐을 관찰하는 것이 훨씬 뚜렷하고 잘 잡혔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코끝에 들숨날숨을 잡고 수행하려해도 여간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Samādhi의 형성에 따라 자신도 의식할 수 없이 코끝에서 배로 아주 자연스럽게 옮겨가 무표상의 배의 일어남 사라짐의 풍대를 관찰해가는 것이 현란하기까지 하던 Nimitta 없는 깊은 Samādhi의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 4쌍 8배 도과에 대한 개략적 설명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 불자들이 알아야할 중요한 덕목이며 목표인 “네 쌍으로 이루어진 여덟-4쌍 8배”의 도과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붓다께서 비쿠들에게 이르시기를 “나도 아라한”이라고 이르시고 나와 같은 붓다를 이룩하는 데는 그 서원과 실천이 20띤체이가 걸린다 하셨습니다. 1띤체이가 10140의 해(年)이라 합니다. 1띤체이만 해도 지구 숫자의 개념을 훨씬 벗어난 햇수입니다. 그런데, 20띤체이라니...
하긴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時無量劫)이요 무량원겁(無量遠劫)이 즉일념(卽一念)이라는 말의 희롱에 걸리면 아무것도 아니겠으나, 사실적인 개념으로 지금까지 출현하신 스물다섯 부처님들의 출현 기간 총합이 20띤체이로 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제일 첫 번째로 기록되는 디방카붓다-연등불시절 수메다라는 한 수행자가 연등불을 뵙고 지극한 신심을 내자 연등불께서 “너는 스물다섯 번째 고따마 붓다라는 이름으로 붓다를 이루리라”는 수기를 주신 것을 우리는 배워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물다섯 붓다의 출현은 한 겁에 혹은 몇 겁 만에 겨우 한분씩 나타나셨는데 과연 우리가 어렴풋이 이해하는 몇 겁의 세월을 한창 뛰어 넘는 숫자 20띤체이라니...
그래서 비쿠들이여! 이러한 오랜 도정을 생략하고 괴로움을 지멸시키고 쓰라린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는 길이 있으니, 이 유일한 길이 지금 생에서 아라한이 되는 길이 유일한 길이라시며 4쌍8배의 지도를 그려주셨습니다.
가끔 대승권 불자들이 테라와다 불교를 소승이라 폄하하다 못해 지금은 그를 “아라한 불교도”라 칭함을 볼 때, 얼마나 붓다의 가르침에 무지한 소치인가를 알 수가 있습니다. 4쌍8배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범부들은 열 가지 족쇄에 결박당하고 있다고 전제합니다. 크게 나누어 5하분결과 5상분결입니다. 그 중 처음이 ‘내가 있다는 잘못된 견해의 결박’인 “유신견결”이고, 두 번째가 여기저기의 의식과 법을 들여다보면서 기웃거리는 제가 즐겨 쓰는 법의 거지 형태인 “계금취견결(戒禁取見結)”이고, 세 번째는 붓다가 과연 일체지자인가, 그분의 가르침의 모두가 진리인가, 그리고 진정 깨달으신 분인가 의심하는 “의심결(疑心結)”입니다. 이 세 가지의 결박을 풀면-이 족쇄에서 벗어나 이로부터 자유로운 이를 성인의 흐름에 드는 Sotapana(예류자), 혹은 수다원의 도를 얻는다고 하셨으며, 이에 탐욕(貪欲), 진에(瞋恚), 우치(愚癡), 흔히 말하는 3독의 결박에서 벗어나되 완전하게는 못 벗어나고 현저하게 벗어난 이를 두 번째 성자이신 Sakadagami(사다함)이라는 일래과를 이루시는 이며, 위 다섯 가지의 5하분결을 완전하게 벗어나신 이는 세 번째 성자이신 Anagami(아나함), 불환과라 이르십니다.
이 다섯 가지에 더하여 “색애의 결, 무색애의 결, 도거결, 만결, 무명결”이라는 5상분결을 완전히 벗어난 이를 할 일을 다 해 마친 더 배울 것도 없는 무학(無學)의 아라한이라 부릅니다. 이 분을 다시는 모태에 들지 않는 유여열반(有餘涅槃)이나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이른다는 말씀과 이 4쌍 8배 중 첫 번째 성인의 반열에 입류한다는 수다원을 이루는 데 수다원의 도(Sotapana magga)를 성취하고 수다원과(Sotapana phala)를 얻는 것으로 이를 “수다원 도과”라 이릅니다. 이와 같은 점차에 따라 사다함의 도와 과(Sakadagami magga-phala)에 이어, 아나함의 도와 과(Anagami magga-phala), 아라한의 도와 과(Arahatt magga-phala), 이렇게 넷으로 쌍을 이룬 4쌍8배의 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 도와 과(magga-phala), 각 성인의 과위의 성취를 이룰 때까지 4번의 도과를 이루게 됩니다. 도과와 닙바나의 차이점은 이와 같은 과정의 설명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닙바나는 도과의 성취 없이는 어불성설이 되고 맙니다. 이 말씀과 더불어 붓다께서는 “나도 아라한이다”를 분명히 밝히시며 이 생애에 아라한을 이루도록 당부, 또 당부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불교에서 덕담처럼 오가는 인사말씀에 일상화 되다시피 한 “성불하세요!”라는 말은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입니까? 테라와다 불교권에서는 이와 같은 서원을 실은 덕담은 “도과를 성취하세요!”입니다. 붓다 제세 시에는 그 분의 전지와 전선의 위력으로 천 이백제대 아라한이라거나 더 많은 아라한이 출현하셨고, 근세까지 테라와다 불교 나라에서는 아라한의 도과를 이루시고 무여열반에 드신 스님들이 계셨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수다원은 수다원 이상의 계위에 계신 분 사다함도, 아나함도, 아라한도 그와 같이 동급이거나, 상위의 계위에 계신 분들만이 알아보신다 하셨는데, 과연 지금처럼 법이 혼탁한, 오탁악세(五濁惡世)뿐이라는 현세에 성인의 과위를 성취하신 분들을 알아봐 주실 눈 밝은 깨어있는 종사가 계실는지. 흔히들 “저 분은 수다원이 틀림없다” 혹은 아메리카의 아라한이다, 또는 태국의 아라한이라고 칭송하고 칭송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칭송 자체를 비난하거나 얕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럴만하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앞서 말한 가르침의 잣대로 보자면, 그렇게 보시고 칭송하시는 분들이 그들을 알아볼 수 있는 상위나 동급의 성인일까요? 칭송은 칭송하는 분의 몫일 뿐, 모두가 공유할 일은 못 됩니다. 그렇게 분별하는 것은 망상일 뿐입니다. 그릇된 망상, 꿈에서 깨어나야 할 일입니다. 그래, 이곳에서는 Sotapana(수다원)도 이 시대엔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생을 다 할 때까지 Julla-Sotapan, 작은 수다원이라도 기필코 이루라 독려하십니다. 설명 드렸듯 수다원은 성인의 입류, 최대한 일곱 번 더 사람의 몸을 받고 나시어 위빠사나 수행의 연속으로 아라한을 이루실 분인데, 작은 수다원은 어디에 기준하는 지의 설명은 듣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수다원은 일곱 번 사람의 몸을 받을 때 수다원의 몸을 받는다 합니다. 그리고 지옥, 축생, 아귀, 수라의 4악도에 떨어지는 문이 닫혀 그곳엔 떼밀어도 태어날 수 없다 하였습니다. 일곱 번이 사람의 생이요, 그 분의 수행공덕의 크기에 따라 천신, 범신의 세계에도 출현하신다니 얼마나 부럽고 가슴 벅찬 일입니까? 수다원이 이러할진대 그 위의 성인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경지야 일러 무엇 하겠습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가장 보람되고 값진 일이며, 사업일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잘 열려 있습니다. 여래께서 보여주시고 있는 길입니다. 물론 가고 안 가고는 우리 사람들 성향의 몫입니다. 물을 먹고 안 먹고는 말의 몫이고, 말의 마음이듯이... 이 같은 물의 성품에 대해 설명 드렸다면-이러한 청정수가 있다면 목숨 걸고라도 슬카장(실컷) 마셔볼 만하지 않겠습니까?